대우조선 매각, 과연 옳은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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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매각, 과연 옳은 일일까?
  • 부산시 남구 이승민
  • 승인 2021.10.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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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매각 기한 연장, 더 커지는 매각 철회 요구

대우조선이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의 일이다. 이후 계속된 인수 실패로 회생 불가한 수준이 됐다. 결국 2019년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을 매각했다. 노동조합과 협의 없는, 일방적인 매각이었다. 동종사 매각 인수를 반대하는 이들은 ‘생존권 사수’를 외치며 천막농성을 하기도 했고 현장실사를 저지하기도 했다. 경쟁국(EU, 일본 등)의 승인을 기다리는 현시점에 매각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들이 대우조선 매각을 철회하라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사진: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 홈페이지 캡쳐).
노동자들이 대우조선 매각을 철회하라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사진: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 홈페이지 캡쳐).

현대중공업의 두 대표의 담화문 내용을 종합적으로 살펴 봤을 때, 그들이 매각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1, 2위 조선소의 합병으로 이른바 ‘메카 조선소’가 탄생하여 우리나라 조선산업을 세계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목표라 한다. 또, 고용 안정과 지역 활성화를 위함이라 한다.

위 내용은 지역민으로서 절대 공감할 수 없다. 메카 조선소의 탄생은 환영할 일이다. 동종업 인수와 같은 ‘불상사’가 없으면 말이다. 이번 사건은 동종계열 인수로 구조조정이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변광용 거제 시장도 “대우조선이 매각된다면 고용 위기와 산업위기를 더욱 악화 시켜 거제를 비롯한 경남 지역의 경제를 파탄시키는 것“이라고 말하며 인수 반대의 의지를 강하게 표했다.

거제시청 통계에 따르면, 거제 조선업 종사자의 비율은 2019년 기준 약 40.8%(조선업 종사자/경제활동 인구수*100)다. 그들의 가족까지 고려한다면 상당한 수치다. 경남으로 지역을 확장한다면 무려 1,200여 협력사와 기자재 업체가 묶여있다. 계열 합치기가 모든 부서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엄청난 수의 실업자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거제시 전체의 경제적 흐름에도 영향을 줘 막대한 경제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실제 근무자 A 씨(대우조선해양 선장설계팀 차장, 경남 거제시)도 “금번 매각을 진행하면서 단순히 경영 여건을 핑계로 대우조선을 몇몇 위정자의 결정에 따른 처분으로 진행하는 것은 거제 시민과 지역 위상을 상당히 무시하는 처사로 보이며 그동안 쌓아 올린 대우조선의 경쟁력과 영향력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돌이킬 수 없는 정책 오류라 생각하기에 거제민으로서, 종사자로서 적극적으로 반대한다”며 반대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최근 매각 인수를 위한 기업결합심사 과정에서 유럽연합(EU)이 승인 조건으로 한국 조선사의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항목을 제시했다. ‘LNG 운반선 독과점 문제 해소’다. 이 조건으로 사업이 축소될 수 있고, 분할매각, 기술력 해외이전이 불가피하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은 뾰족한 수가 없어 자료 제출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 미승인한 한국 공정위도 EU의 눈치는 보는 형국이라, 진전 없이 시간만 갈 것으로 예상된다. EU의 제시로 인해 생기는 불가피한 손해를 보고, 과연 매각을 찬성하는 이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매각을 반대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빅3(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에서 대우조선만이 유일하게 4년 연속(2017~) 흑자를 내고 있다. 신 지회장은 대우조선이 신용 등급도 상승하고, 회사 부채비율도 1,000%에서 100%대로 낮아지며 재무 안정성을 갖추며 회복세를 보인다 한다. 이는 스스로 다시 자립할 수 있다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대우조선은 거제의 향토기업이다. 조선업이 주된 업으로 자리 잡은 거제에서 조선소가 갖는 의미는 엄청나다. 결코 경영 여건을 문제 삼아 넘길 일이 아니며, 매각 후 일어날 일을 면밀히 파헤치고 분석한 뒤 거제시민과의 소통과 단계적 합의를 통해 대우조선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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