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충무 BRT 구간 총 24개 횡단보도 신설...지하상가 상인들 매출 급감에 걱정
상태바
서면~충무 BRT 구간 총 24개 횡단보도 신설...지하상가 상인들 매출 급감에 걱정
  • 부산시 남구 김수현
  • 승인 2021.10.08 16: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포 지하도상가 공실 늘어나
부산진시장과 연결된 육교 철거

남포 지하도상가에서 14년 동안 옷 장사를 해온 박모 씨(60대)는 가게를 1년 전부터 그만두려 했지만 쉽지 않다. 물건이 팔리지도 않고 처분하고 싶어도 망하는 가게가 많아 업체에서도 받아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장사하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가 있고 나서 이미 힘든데 굳이 지금 BRT를 만들어야 하냐”라고 말했다. 또 박 씨는 “소상공인 살린다면서 부산 시내 지하상가 다 죽게 만들고 있다”며 “이제 우리는 죽는 것 밖에 없다”라고 한탄했다.

남포 지하도상가 위 도로에 공사 중인 BRT(중앙버스전용차로)이다(사진: 김수현).
남포 지하도상가 위 도로에 공사 중인 BRT(중앙버스전용차로)이다(사진: 김수현).

부산 서면교차로부터 충무교차로에 중앙버스전용차로가 만들어짐과 함께 횡단보도도 만들어지고 있다. 중앙버스전용차로(BRT: Bus Rapid Transit)란, 버스운행에 철도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주요 간선도로에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하여 버스의 정시성과 속도를 향상시키는 대중교통시스템이다. 부산 지하상가 상인들은 코로나로 이미 힘든 와중, 새로 만들어지는 횡단보도로 인해 지하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급감하면서 지하상가 상권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남포 지하도상가의 한 옷 가게 직원인 김모 씨(60대)는 “BRT가 시행되면서 상권이 죽었다”며 “이전에는 지하상가에 내에 공실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공실이 많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또 남포 지하도상가의 한 화장품가게 직원인 전길현 씨(63)는 “지하상가는 죽어라는 말이다”며 “지하상가 상권이 걱정되지만 이미 결정된 일이고 우리가 막을 수 없다”라며 불안한 심정을 표했다.

남포 지하도상가 내의 빈 점포이다. ‘입찰 대상 점포입니다’라는 문구가 써져 있다(사진: 김수현).
남포 지하도상가 내의 빈 점포이다. ‘입찰 대상 점포입니다’라는 문구가 써져 있다(사진: 김수현).

반면, BRT는 정부에서 결정한 정책이니까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었다. 남포 지하도상가에서 30년 동안 구둣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윤모 씨(63)는 “BRT가 생기면 매출에는 당연히 영향이 있을 것이고 상인 입장에서 불편한 건 맞지만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씨는 “농부가 아무리 힘들어도 자기 밭을 버리지 않는 것처럼 평생 하던 일을 버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서면 일대에 만들어진 BRT는 서면 지하도상가의 매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서면몰 상인회는 서면 지하도상가에 있는 360여 개의 점포 대부분의 지난달 매출이 BRT가 생기기 전에 비해 70% 가까이 줄었다고 밝혔다. 서면몰 상인들은 먼저 BRT 개통으로 설치된 횡단보도를 매출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BRT와 함께 횡단보도가 생김에 따라 상권과 매출을 걱정하고 있는 곳은 지하상가뿐 만이 아니다. 현재 부산진시장의 2층 입구와 연결됐던 육교가 BRT로 인해 철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해당 육교는 엘리베이터도 함께 있어 부산진시장의 2층, 3층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자주 사용했었다. 육교가 철거됨에 따라 2층과 3층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들은 줄어들 손님 수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3층에서 옷 장사를 하고 있는 김모 씨(60대)는 “이때까지 장사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힘든 시기이고 월세 내기도 빠듯하다”며 “이 힘든 시기에 횡단보도를 만들면 2충, 3층 장사에는 무리가 간다”라고 말했다.

부산진시장 2층 입구와 연결됐던 육교가 철거되고 있다(사진: 김수현).
부산진시장 2층 입구와 연결됐던 육교가 철거되고 있다(사진: 김수현).

부산일보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부산시는 부산진시장 번영회와 육교 철거에 따른 대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기까지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부산진시장 건물 내 북쪽, 동쪽 계단에 엘리베이터를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부산진시장 3층에서 옷 장사를 하고 있는 김순애 씨(69)는 “8월이나 9월 중으로 엘리베이터 공사를 시작한다고 들었는데 곧 10월인데 아직까지 말만 들리고 아무 소식이 없다”며 “상인들이 매출에 타격을 받지 않도록 빨리 만들어줘야 할 것 같다”라고 얘기했다.

부산진시장과 연결된 육교가 없어지고 횡단보도가 생기는 것에 모두가 불만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1층의 몇몇 상인들은 오히려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1층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1층은 더 편해졌고, 오히려 문을 가리고 있던 육교가 사라져서 후련하다”며 “다 자기 장사 이익이 먼저니 2,3층 사정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는 지난 2016년부터 BRT사업을 진행 중이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부산시는 “서면교차로~충무교차로 BRT(8.6km) 구간에 총 24개의 횡단보도를 신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구간에는 18개 횡단보도가 이미 설치돼 있었다. 올해 말 BRT 공사가 마무리되면 결과적으로 해당 구간에는 중앙정류장 19곳과 총 42개의 횡단보도가 만들어 진다. 특히 21년까지 사업 완성을 목표로 둔 중부경찰서~남포동 BIFF 광장 구간 대로에는 7개의 횡단보도가 신설돼 시민들의 남포 지하도 이용이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