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부터 시작된 무인 상점, 이젠 애견용품도 무인 상점에서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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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부터 시작된 무인 상점, 이젠 애견용품도 무인 상점에서 판매
  • 취재기자 정재원
  • 승인 2021.10.0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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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최저임금 상승으로 늘어나고 있는 무인점포
편의점, 아이스크림부터 애견용품 무인점포까지 생겨
키오스크 사용 미숙 인구, 도난문제 등 문제점도 존재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문제, 코로나 19로 인한 비대면 소비의 활성화 등으로 무인 상점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고기, 애견용품 등을 파는 무인상점까지 등장하고 있다.

기원전 215년 전 제작된 이집트 신전의 성수 판매기가 자판기 시초

무인 상점의 시초를 일반인들은 편의점, 혹은 최근 많이 볼 수 있는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등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판기야말로 무인 상점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사람 없이 돈만 넣으면 기계가 선택한 물건을 꺼내주는 그야말로 무인 상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상 최초의 자동판매기는 기원전 215년 헤론이 제작했다. 고대 이집트의 신전에서 성수를 판매하는 용도였다. 1880년대에 영국과 일본에서 담배 판매용으로 최초의 현대적 자판기가 사용됐다. 그 이후 1935년 코카콜라社가 우리가 익히 알고 사용하는 자판기를 출시한다.

무인 상점 대중화의 시발점, 무인 편의점

무인 상점의 시초는 자판기이지만 우리가 현재 생각하는 무인 상점 형태의 대중화를 최초로 시작한 것은 편의점일 것이다.

무인 편의점은 완전 무인형, 하이브리드형 두 가지다. 현재 대부분의 무인편의점은 낮에는 직원이 상주하고 심야에만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형이 주를 이룬다.

하이브리드형(유인+무인)으로 운영되는 한 편의점의 입구. 이런 하이브리드 편의점은 주간에는 직원이 상주하고 야간엔 무인으로 운영된다(사진: 취재기자 정재원).
하이브리드형(유인+무인)으로 운영되는 한 편의점의 입구. 이런 하이브리드 편의점은 주간에는 직원이 상주하고 야간엔 무인으로 운영된다(사진: 취재기자 정재원).

GS25는 현재 290개의 무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110개가 늘어난 것이다. 야간 무인 운영 점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9% 상승했다. 무인 편의점이 많아졌고 앞으로 더 많아질 것임을 알 수 있다.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만족하는 무인점포

무인점포는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호응을 받고 있다. 새벽 시간 무인 편의점을 방문한 한 손님은 “새벽에 문을 닫는 편의점이 많은데 이렇게라도 열려 있어 다행”이라며 “요즘 같은 시대에 이렇게 굳이 사람을 안 마주치고 물건을 구매할 수 있어 오히려 좋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판매자들 역시 이런 무인점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부산 남구에서 무인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야간매출을 포기하긴 힘들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그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쓰기엔 임금 부담이 있고, 직접 하기엔 신체적 부담이 큰데 무인으로 운영하니 좋다”며 긍정적인 말을 했다.

다양하고 특이한 종류의 자판기, 무인 상점들도 등장

무인 상점의 상승 흐름을 타고 우리가 흔히 알던 아이스크림 가게, 편의점, 무인세탁방 같은 무인 상점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특이한 자판기, 무인점포들도 생겨나고 있다.

3년 전 싱가포르에서 봤던 오렌지 착즙 주스 자판기. 최근엔 한국에도 이런 특이한 자판기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재원).
3년 전 싱가포르에서 봤던 오렌지 착즙 주스 자판기. 최근엔 한국에도 이런 특이한 자판기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재원).

일본을 수식하는 여러 개의 단어 중 하나는 자판기의 나라이다. 실제로 일본을 방문하면 다코야키, 햄버거, 야키소바 같은 특이한 음식부터 다양한 잡화를 파는 자판기를 볼 수 있다.

최근엔 한국에서도 이런 특이한 자판기를 많이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고기 자판기다. 이 자판기는 농협중앙회에서 2016년 11월 처음 설치를 시작해 지금은 서울, 경기, 충북 지역의 편의점, 백화점, 공판장 등에 있다. 상주영천고속도로 영천 방향 낙동강의성휴게소에는 JUMPING 자이언트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다. 이 자판기는 301cm로 점프를 해서 버튼을 눌러야 음료가 나온다. 이 외에도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화장품 자판기, 배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 자판기 등도 있다.

애견용품을 파는 한 무인상점. 무인상점이 늘어남에 따라 이런 특이한 무인 상점들도 생겨나고 있다(취재기자: 정재원).
애견용품을 파는 한 무인상점. 무인상점이 늘어남에 따라 이런 특이한 무인 상점들도 생겨나고 있다(취재기자: 정재원).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판매하는 무인 상점 역시 늘어나고 있다. 부산 남구에 위치한 한 상점. 이 상점은 애견용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무인 상점이다. 내부엔 판매 중인 애견용품들과 계산을 할 키오스크만 있다. 애견용품뿐만 아니라 밀키트, 빵 등을 이런 식으로 판매하는 무인 상점 역시 생겨나고 있다.

도난문제, 키오스크 사용 미숙한 중장년층의 문제 등 우려점도 있어

하지만 이런 무인 상점에 대해 마냥 긍정적인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과도기에 있는 단계인 만큼 개선점도 존재한다.

cctv가 녹화중이라는 안내문으로 절도를 경고하는 한 무인 아이스크림가게의 모습. 점주에 따르면 실제로 계산을 하지 않고 몰래 먹는 사람이 저연령층대에서 종종 있다고 한다(사진: 취재기자 정재원).
cctv가 녹화중이라는 안내문으로 절도를 경고하는 한 무인 아이스크림가게의 모습. 점주에 따르면 실제로 계산을 하지 않고 몰래 먹는 사람이 저연령층대에서 종종 있다고 한다(사진: 취재기자 정재원).

첫째, 일부 무인 상점이 도둑질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산 남구 용호동 한 아이스크림 무인 상점 문에는 아이스크림을 맘대로 빼먹은 사람은 자수하지 않을 시 고발조치 하겠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최근엔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여러 곳을 돌아가며 도둑질하던 일당이 붙잡히기도 했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어른들이 그러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어린 학생들 위주로 도난사고가 발생한다”며 “피해 금액이 소액인 데다, CCTV 영상만으론 범인을 찾는 것도 힘들다”고 말하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두 번째는 기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사용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장년층에서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 무인점포 역시 이 키오스크와 똑같은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용에 불편함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다. 새벽에 한 무인 편의점을 방문했을 때 5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한 중년 남성 역시 기계를 사용하지 못해 계산을 못하고 있었다. 이 남성은 “편의점까지 이렇게 장사하니 우리 같은 사람은 계산도 못하겠다”고 말했다. 무인점포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사회적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상승하는 최저임금, 앞으로 더 늘어날 무인 상점들

2022년 최저 임금은 전년 대비 5.05% 인상된 9160원이다.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자영업자들은 추가적인 임금 상승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바람을 타고 앞으로 이런 무인 상점은 더 많이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형태, 취급품목을 가진 무인 상점 역시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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