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석 칼럼] 대장동 개발사업은 권력 주변의 거대한 투기판...국민들 입에선 ‘민나 도로보데스(모두가 도둑놈)’, 진실 명명백백 밝혀져야
상태바
[송문석 칼럼] 대장동 개발사업은 권력 주변의 거대한 투기판...국민들 입에선 ‘민나 도로보데스(모두가 도둑놈)’, 진실 명명백백 밝혀져야
  • 편집국장 송문석
  • 승인 2021.10.04 08: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본금 3억5000만 원 투자하고 민간이 무려 4000억 여원 챙겨간 이해할 수 없는 수익구조
시장 국회의원 대법관 검찰총장 검사장특검 변호사 등 등장인물 역할에 대한 궁금증 증폭
유력 대선후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재임시 벌어진 대장동 개발사업 전모 반드시 밝혀져야
상상초월 대형 사건 터질때마다 국민들은 '민나 도로보데스, 모두가 도둑놈' 소리 절로 나와

5공화국 정권 초기에 TV드라마 ‘거부실록’이란 시리즈물이 인기리에 방영됐다. 남강 이승훈, 공주갑부 김갑순, 백산 안희제, 이용익, 무역왕 최봉준의 일대기가 다뤄졌다. 이 가운데 단연 대중적 관심을 끈 이는 두 번째로 등장한 ‘공주갑부 김갑순’이었다.

1872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난 김갑순은 불우한 어린 시절 공주 감영의 관노로 들어가 허드렛일을 하다가 저자에서 겁탈당할 위기에 처한 미모의 여인을 구해준 인연으로 출세길이 열려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까지 지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김갑순이 위기에서 구해준 그 여인이 후일 관찰사의 첩으로 들어가 뒷배를 봐준 덕택이다. 6개 고을 군수를 지내고 종2품까지 오르는 등 초고속승진에다 이재에도 밝아 김갑순이 1949년 보유한 토지가 총 3371정보, 즉 1011만여 평에 달했다고 한다. 김갑순의 땅을 밟지 않고는 대전과 충남을 지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1982년 방영된 TV 드라마에서 걸핏하면 김갑순이 내뱉은 일본말이 ‘민나 도로보데스’였다. “모두가 도둑놈들!” 이란 거다. 전두환 군사정권 출범 초기 ‘장영자 이철희 사건’을 비롯한 권력형 부정부패 비리 사건에 국민들은 “도둑놈들”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속으로만 울분을 삼킬 수밖에 없던 서슬퍼런 시절이었다. 그런데 친일파에다 부동산재벌 은행 운수업 극장 목욕탕 등으로 거부에 올라 해방 후 반민특위에 체포될 정도였는데도 그가 오히려 세상을 향해 ‘민나 도로보데스, 모두 다 도둑놈들!’이라고 외치자 시청자들은 그런 김갑순을 비웃으면서도 묘한 대리만족을 느꼈다. 김갑순이 살던 조선조 말과 일제 강점기는 물론 그의 드라마가 방영되던 1982년 전두환 정권 때나 ‘민나 도로보데스’ 시대였던 것이다.

shlanf
대장동 개발사업은 민간사업자가 천문학적인 수익을 챙긴 이해할 수 없는 구조로 의혹을 사고 있다. 뇌물이 오고갔을 개연성이 제기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이미지).

동서고금 통틀어 크고 작은 부정부패와 비리가 전혀 없던 시대는 없었다. 그러나 요즘처럼 온 나라가 한탕주의에 빠져 있던 때가 있었던가 싶다. 돈이 생긴다는 곳에는 아귀다툼을 하고 몰려들고 수백억 수천억 수조 원이 몰려다닌다. 큰 손, 작은 손은 말할 것도 없고 여야가 따로 없으며, 공무원과 공사 직원, 검사 판사 변호사들도 투기판에 끼어드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전 국토, 모든 아파트가 투기장이 되고, 돈 놓고 돈 먹기 투전판이며, 먼저 보고 침 바르는 놈이 임자라는 식의 아수라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내 호주머니 불릴 일이 있다면 염치불구 덤벼들고, 내 자식 호사시킬 일이라면 그게 불법이든 위법이든 상관하지 않고 문서를 위조하고 조작하는 일도 가리지 않는다. 정의 도덕 윤리 염치 수치 겸연쩍음 쑥쓰러움 부끄러움 등은 내다 버린 지 오래인 것처럼 행동한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민관 공동 주택개발 사업이 세간의 화제다. 단군 이래 최대 부패 스캔들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럴만한 것이 이 사업에 참여한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와 여기에 투자한 특정금전신탁 ‘천화동인’이 자본금의 7%인 3억5000만 원을 투자하고서 무려 4000억 원 넘는 배당금을 챙긴 것이다. 무려 1150배가 넘는 수익이다. 그런데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자본금의 50%, 25억 원을 넣었는데 배당금 1830억 원을 얻는 데 그쳤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사업 구조다. ‘대장동 개발사업’이 인화성이 높은 것은 현재 여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사업 주변에 얽힌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썩은 냄새가 풀풀 풍긴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성남도시개발공사 유동규 전 사장 직무대리(기획본부장)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측근으로 통하는 사람이다. 마당발 언론인 출신인 김만배 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의 고문 자문역에는 법조계 유명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재명 지사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담당 대법관이었던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순실 변호인을 맡았던 이경재 변호사가 고문역을,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이 자문역이다. 출신성분이나 출세경력을 따져보면 도저히 함께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돈이 모이는 곳에서는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김만배 씨 표현을 빌리자면 “좋아하는 형님들”이다.

연결고리는 자식 대까지 이어진다. 곽상도 국회의원의 아들과 박영수 전 특검의 딸이 이 회사 직원으로 근무했다는 점이다. 재직기간이 6년도 안 된 곽 의원 아들은 올해 초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았다. 박 전 특검의 딸은 화천대유가 소유한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일들이다. 곽 의원은 이 문제로 국민의힘을 탈당한 데 이어 의원직도 내놓았다. 최근에는 국민의힘의 유력 대선후보인 윤석열의 부친 집 매매를 둘러싼 의혹까지 불거졌다.

아직은 설에 불과하지만 대장동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최소한 눈을 감아줄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이름들도 서서히 거론되고 있다. 천화동인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넘겨줬다는 ‘정영학 리스트’에는 “챙겨줘야 한다”는 사람들이 들어있고, 국민의힘이 공개한 ‘국민의힘 리스트’, 곽 의원 아들 외에 화천대유로부터 50억 원을 받기로 한 인물이 더 있다는 ‘50억 클럽 리스트’ 등도 떠돌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전모가 무엇인지는 아직까지는 안개에 가려져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돈냄새를 기막히게 맡은 업자들이 정치권력 행정권력 사법권력 검찰권력을 가진 이들을 방패삼아 한탕을 벌였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적어도 돈이 어디에서 나오고, 어떻게 만들어지며, 어떻게 해야 눈덩이처럼 불릴 수 있는지를 아는 사람들이 대장동에서 크게 한탕을 벌인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수천억대 돈잔치를 벌였다. 직장에서 집으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오가면서 자고 나면 치솟는 집값과 전세값에 밤잠을 설치는 월급쟁이, 바늘구멍만큼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피를 말리는 20, 30대 취준생 청년들에게는 모두가 꿈만 같은 딴 세상 일일 뿐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흑막은 걷힐까. 누이좋고 매부 좋다는 식으로 이권을 놓고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나눠먹은 이들의 얼굴이 검은 천막을 벗고 백일하에 드러날까. 특검을 통해 돈을 흐름을 쫒아가다보면 대장동이 누구 것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그야말로 ‘민나 도로보데스’ 시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