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이 불안하면, 살맛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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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이 불안하면, 살맛이 떨어진다
  • 임구슬
  • 승인 2013.01.16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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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대연동에 사는 박민선(30) 씨는 며칠 째 친정집에서 출퇴근한다. 얼마 전 대연동에 마련한 신혼집에 도둑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잠겨 있던 현관문을 누군가 뜯고 들어와 집안을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고, 노트북과 현금을 훔쳐 갔다. 최근에는 단지 내 다른 집들도 도둑이 들었다는 얘기가 주민들 사이에 돌아 당분간 남편과 함께 친정집에 있기로 했다. 그녀는 "대낮에 도둑이 활개를 치고 있는데 경찰과 관리사무소에서는 도대체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고신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김혜련(26) 씨는 아예 직장인 병원이 있는 송도 근처로 집을 옮길 생각이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새벽에 귀가하던 그녀는 얼마 전 택시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던 중 강도에게 핸드백을 뺏겼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 일을 당하고 나서 아예 이사하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부산은 여성을 상대로 하는 범죄에 대해 안전지대인 줄 알았던 내 생각이 짧았어요"라고 말했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4년에서 2006년까지 3년간 지역별 인구 10만 명당 강력 범죄율을 살펴보면 살인, 강간, 강도, 절도, 폭력 등의 범죄율이 제주가 1388.7건으로 가장 높고, 그 다음으로 서울이 1378.1건, 경남 부산이 1311.5건, 전남 광주가 1310.9건, 강원도가 1292.8건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범죄 건수의 지역별 순위에서는 부산이 총 1만 1875건으로 3위를 차지했다.

한편, 법무부가 국회 법사위 최병국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검찰이 관리하고 있는 국내 조직 폭력배 중 부산지검 관할 내에 칠성파 등 모두 101개파가 활동 중이며, 조직원 수도 1833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수치는 전국의 관리 대상 폭력 조직 471개 가운데 5분의 1을 훨씬 웃도는 것이며, 인원수로는 전국 1만 1476명 조직원 중 7분의 1을 뛰어넘는 것이다. 10명의 조직 폭력배가 있으면, 그 중 한둘은 부산에서 활동 중인 셈이다.

대학 강사인 조성제(39) 씨는 2006년 부산 영락공원 장례식장 조폭 난입 사건, 지난해 말 동래구 안락동 앞길과 부산진구 서면 제과점 도로에서의 칼부림 사건, 연제구 모텔 복도에서 일어난 자칭 칠성파 추종 폭력배의 흉기 난동 사건 등이 부산이 '조폭의 도시'라는 오명을 얻게 된 대표적인 사례이며, 폭력 조직이 늘어나는 것만큼 치안에 대한 시민의 불안은 가중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조폭의 도시'라는 오명이 동북아 경제권의 중심 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의 도시 브랜드에 먹칠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동아대 사회학과 유성준(58) 교수는 부산의 치안이 열악하다는 인식은 시민의 불안을 가중시켜 이것이 인구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유성준 교수는 “부산의 치안이 열악하다는 점이 부산의 이미지를 추락시켜 인구 유입을 막을 뿐 아니라 다른 도시로 인구가 빠져나가는 요인 중의 하나가 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의 경우, 지난 1986년 9월에서 1991년 4월 사이에 화성시 태안, 정남, 팔탄, 동탄 등 반경 3㎞내에서 여성 10명이 잇달아 살해된 사건으로 인해 흉악 범죄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화성시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주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켜 인구를 감소시킨 사례가 있다.

한편, 1995년 부산에 편입된 기장군은 인구가 7만 9000여 명에 이르는 데다 정관 신도시와 동부산관광단지가 조성되어 경찰서 신설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기장읍과 장안읍은 해운대경찰서가, 철마면과 정관면은 금정경찰서가 치안 업무를 나눠 맡고 있다. 부산 기장군 기장읍에 사는 전중희(49) 씨는 “아무리 신도시가 생기고 땅값이 올라가도 가까운 경찰서가 없다는 것은 문제가 되므로, 하루 빨리 경찰서가 생겨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서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부산 동부경찰서 고문태(51) 경위는 경찰 인력은 해마다 늘어났지만 범죄는 줄지 않았다는 점을 경찰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은 지역 주민 생활을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지구대 순찰을 강화하고 효과적인 치안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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