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 칼럼] 아가의 첫 걸음과 노모의 유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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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희 칼럼] 아가의 첫 걸음과 노모의 유모차
  • 논설주간 박창희
  • 승인 2021.09.19 21:13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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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 끌던 노모, 무릎 아파 더이상 못걸어
아기의 걸음마 보며 첫 걸음의 의미 성찰
유모차의 반전... "노모 태워 꽃구경 시키고파"

시골에 계시는 노모(老母)의 무릎 관절이 계속 안좋아지는가 보다. 얼마전 전화에서 그 심각성이 와락 다가왔다. 전화기 저편에서 노모의 아픔과 한숨이 교차하고 있었다.

“인자 걸음도 못걷겠네. 무릎 연골이 다 닳았다카네. 유모차도 소용없어. 쪼매마 걸어도 무릎뼈가 저거끼리 슥슥 부딪혀 아프니…. 여태껏 마이 써먹었지 뭐…. 죽어야 낫는 병이라….”

노모의 나이 올해 구십 다섯. 오래도록 건강하게 잘 버티셨다. 팔순 고개 오르며 지팡이를 짚으셨고, 계속 허리가 굽으시더니 유모차(보행보조기)를 끌기 시작했다. 증손자가 타던 유모차다. 조금 불편해도 증손자 녀석들 똥냄새, 젖냄새, 땀냄새가 배어 있어 정이 간다고 했다. 짐도 싣고 지팡이 역할도 하니 유모차가 효자라면서.

유모차를 끌 때만 해도 어머니의 일상은 평온하게 돌아갔다. 유모차를 끌고 사부작 사부작 마을회관에 다니시고 집 주변 텃밭에서 가지나 고추도 따셨다. 연예인 송해가 사회자로 나오는 ‘KBS 전국노래자랑’이 방송되면, “저 송해가 내랑 갑장이다. 저 영감은 뭘 먹었길래 저리 팔팔하꼬?”라며 농담까지 던지셨다.

그러던 어머니가 무릎이 아파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처지가 돼 버렸다. 어머니의 무릎 상태는 의학용어로 무릎연골연화증. 무릎뼈의 관절 연골(물렁뼈)이 닳아서 생기는 병증이다. 무릎을 꿇거나 쪼그리고 앉으면 통증이 가중된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나 체중이 실리는 활동을 하면 통증이 더 심해진다. 무릎 운동시 관절에서 사각거리는 소리가 나고, 때론 무릎이 붓기도 한다. 이게 심해지면 걷기가 불가능해진다.

‘걷기 힘들다’는 어머니에게 내가 해 드린 말은 “무릎 달래가며 조금만 걸으소~”였다. 하나마나한 말이었다. 어머니에게 곧 걸을 수 없는 사태가 닥칠 것이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마음대로 걸을 수 없게 되면서 어머니는 날로 무기력해졌다. 유일한 안방친구 TV를 보면서도 문밖의 유모차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보되 가지 못하고, 가되 닿지 못하는 답답함과 낭패감을 누가 알까. TV에 송해가 나와도 웃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시골집에 외조카가 갓난 아기(증손녀)를 업고 노모를 뵈러 찾아왔다. 아이는 갓 걸음마를 배우는 중이었다. 뒤뚱거리며 걷는 아이를 보며 시골집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어났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를 기꺼워하며 어머니가 말했다. “내 대신 니가 걷는구나, 아이고 우리 아가 장하다!”

#아기의 첫 걸음마

아기 키우는 재미 중 으뜸은 아기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을 때’와 일어서서 ‘첫 걸음을 뗐을 때’라고 한다. 아이들의 걸음마는 첫걸음의 첫 걸음이다. 한 생명이 태어나 약 6개월이 지나면 옹알이를 시작한다. ‘마~’ ‘바~’ 하며 옹알거리는 소리는, 태초에 인류가 태어나 세상과 나누는 밀어다. 옹알이를 시작하며 아이는 눈을 맞추고, 누운 자세가 지겨울세라 몸을 비튼다. 몸부림은 뒤집기로 이어지고 기는 동작으로 발전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척추를 세워 앉고 가까스로 일어서서 발만발만 앞으로 나아간다.

아이 귀한 시대, 집안 처조카가 낳은 아기를 통해 아기의 걸음마 과정을 유심히 살필 기회가 있었다. 토실토실 살찐 장단지에 힘을 들어가 바르르 떨리는가 싶더니 걸음마 보조기를 붙잡고 발걸음을 떼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이 즈음의 아기는 머리털에서 발끝까지 전부 이쁘다. 아기는 하루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성장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신세대 맘 김고은(처조카) 씨의 설명에 따르면, 갓난 아기의 걸음마에서 걷기까지는 대략 여섯 단계를 거친다. 그 순서는 혼자 앉기→기기(배밀이, 사족 보행)→(소파 등을) 잡고 서기→잡고 서서 옆으로 걷기→기구를 이용해 앞으로 걷기→혼자 걷기 순이다.

뭔가를 잡고 발을 떼려는 본격적인 걸음마 단계에 들어가면, 걸음마 보조기가 활용된다. 이때 점퍼루, 어라운드 위고 같은 기구가 쓰인다. 점퍼루는 아기가 발을 굴러 뛰면 통통 튀어오르는 그네 같은 기구로, 아기의 허리 힘과 다리 힘을 키워준다. 어라운드 위고는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놀이 테이블이다.

아가의 걸음마 연습. 왼쪽부터 아가용 그네, 어라운드 위고, 보행보조기(사진: 김고은 씨 제공).
아가의 걸음마 연습. 왼쪽부터 아가용 그네, 어라운드 위고, 보행보조기(사진: 김고은 씨 제공).

행동심리학에서는 걸음마를 뇌와 신체의 종합적인 발달이 이뤄낸 결과로 본다. 걸음마와 함께 신체 변화가 시작되고 뇌가 발달한다. 신체에서 가장 큰 근육은 허벅지의 대퇴근이다. 이 부분은 뇌관과 연결되어 있어 대뇌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걸음을 시작할 때 근육에서 나오는 신호가 뇌에 전달되어 뇌간이 자극되고 각성 작용이 일어나면서 뇌를 발달시킨다는 것이다.

아기의 내장기관도 이즈음 설정되어 정상 기능을 하게 된다. 아기가 누워있거나 기어다닐 때와 달리, 걸음마를 시작하면 중력의 영향을 받아서 내장기관들이 제 위치를 찾는다. 아직 말은 못한다 해도, 무의식 속에서 인지·인식기능도 생긴다. 걸음마가 가져다주는 놀라운 변화다.

걸음마 단계를 지나면 아기는 새로운 세상으로 진입한다. 두 발로 움직이면 두 손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으므로 하고 싶은 일이 많아진다. 이동 능력이 커지면 행동반경이 더욱 넓어진다. 걸음마가 원활해지면 아이는 손에 닿는 모든 것을 탐색하고 놀이대상으로 여긴다. 닥치는 대로 만지고 던지기도 한다. 여기서 아기는 호기심과 자발성을 기르고 신체적으로 부쩍 성숙한다.

#직립보행의 의미

걸음마를 뗀 아이는 이제부터 걷는 존재가 된다. 직립(直立)! 똑바로 선다는 것은 세상을 바로 본다는 의미요, 세상을 읽는다는 뜻이다. 걷는 것은 자기 눈으로 세상을 읽고 쓴다는 의미다. 읽고 쓰기, 학습하는 인간은 걸음으로써 비로소 목표에 한걸음 다가간다.

한 번 걷기 시작하면 걷기는 곧장 일상이 된다. 걷기는 숨쉬기와 마찬가지로 본능적 생명 현상이다. 이 걷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매달렸던가? 삶의 진리와 지혜를 찾아 석가, 예수, 공자, 마호메트, 소크라테스가 도(道)를 갈구하며 길을 걸었다. 동서양의 사상가, 정치가, 철학자, 작가 아니 인류 전체가 길에 매달려 길을 찾았다. 쉼없이, 한량없이 걷다가 걷지 못할 순간에 찾아오는 것이 죽음이다. 슬프지만 어쩔 수 없다. 직립의 최후는 무립(無立), 무위(無爲)지만 그것이 세상의 순환이라는 것을 걸음이 가르쳐준다.

야외 나들이땐 유모차가 빠지지 않는다. 신생아부터 서너 살 아기까지 유모차를 탄다. 유모차는 아기에겐 세상구경하는 무개차이고 어른들에겐 아이의 짐을 드는 편리한 수레다. 요즘은 휴대용 유모차가 인기다.

유모차의 쓰임새는 세대를 초월한다. 아이가 탔던 유모차를 나이든 할머니들이 끌고 다닌다. 유모차의 반전(反轉)이라고 할까. 유모차라도 끌 수 있으면 다행이다. 시골의 노모처럼, 관절이 다 닳아 걸을 수 없게 되면 유모차도 그림의 떡이다. 물끄러미 바라만 봐야 하는 세상이 야속하지만, 노모는 그마저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이번 추석에는 걷기 힘들어하는 노모를 유모차에 태워 꽃구경 시켜주고 싶다. 아직 내가 걸을 수 있음에 무한히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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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1-09-19 21:25:45
동아시아 세계종교인 유교나, 서유럽의 세계종교인 가톨릭의 하느님은 인간을 창조하신 절대적 초월자이십니다.

@ 공자님의 시호. 하늘이 보내신 성자이신 성인 임금 공자님은 황제 칭호인 문선제(文宣帝).대성지성문선왕(大成至圣文宣王)의 오랜 전통으로 호칭되어 오고 있습니다.聖人에 이르신 스승(至聖先師). 은나라 왕족의 후손이신 공자님. 참고로 하면, 공자님 아버지 시호는 계성왕(啓聖王)이시고 공자님 어머니 시호는 계성왕 부인(啓聖王夫人)이십니다.

http://blog.daum.net/macmaca/3127

@한국 유교 최고 제사장은 고종황제 후손인 황사손(이 원)임. 불교 Monkey 일본 항복후, 현재는 5,000만 유교도의 여러 단체가 있는데 최고 교육기구는 성균관대이며,문중별 종친회가 있고, 성균관도

윤진한 2021-09-19 21:26:20
석전대제로 유교의 부분집합중 하나임.@일제강점기 강제포교된 일본 신도(불교), 불교, 기독교는 주권없음. 강점기에 피어난 신흥종교인 원불교등도 주권없음.

주권없는 패전국잔재 奴隸.賤民이자, 하느님.창조신을 부정하는 Chimpanzee계열 불교일본서울대Monkey와 추종세력들이 학교교육 세계사의 동아시아 세계종교 유교,윤리의 종교교육 유교, 국사등과 달리, 일본강점기때 일본이 유교를 종교아닌 사회규범으로 했으니까, 유교가 종교아니라고 최근 다시 왜곡하는데,이는 일제잔재 대중언론에 포진하여 루머수준으로 유교에 도전하는것임.한국은 미군정때,조선성명복구령으로 전국민이 조선국교 유교의 한문성명.본관을 의무등록하는 행정법.관습법상 유교국임은 변치않으며 5,000만이 유교도임.@인도에서 불교도는,불가촉賤民.조계종승려

윤진한 2021-09-19 21:26:51
승려賤民한국과비슷.강점기 하느님에 덤비며(창조신내리까는 부처처럼)유교부정,불교Monkey일본.하느님보다높다는 성씨없는 일본점쇠賤民.후발천황(점쇠가 돌쇠賤民.불교Monkey서울대 전신 경성제대설립)옹립.한국은 세계종교유교국.수천년 유교,하느님,조상신,공자 숭배.해방후 조선성명복구령 전국민이 행정법.관습법상 유교국복귀. 동아시아(중국,한국,베트남,몽고) 세계종교국중 하나인 한국이 불교Monkey 일본의 강점기를 겪으며 대중언론등에서 유교가 많이 왜곡되고 있음.
http://blog.daum.net/macmaca/3131

@동아시아는 수천년 유교사회입니다. 공자님 이전의 始原유교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예수님 이전의 구약성서 시대에 해당됩니다. 하느님(天).神明,조상신 숭배가 유교의 큰 뿌리입니다. 유교는 국교로

윤진한 2021-09-19 21:27:39
주변부 사상으로는 도가나, 음양가, 묵가사상등이 형성되었고, 법가사상은 이와는 다른 현실적인 사상이며, 국가의 통치에 필요한 방법이었습니다(진나라때 강성하고, 유교나 도교와 달리, 한나라때 율령이 반포되어 이후 동아시아에 유교와 별도의 성격으로 국가통치에 활용됨).



@ Royal성균관대(조선.대한제국 유일무이 최고교육기관 성균관승계,한국 最古.最高대).Royal서강대(세계사반영,교황윤허,성대다음예우)는 일류,명문.주권,자격,학벌없이 대중언론항거해온 패전국奴隸.賤民불교Monkey서울대.주권,자격,학벌없는 서울대.추종세력 지속청산!

http://blog.daum.net/macmaca/733

http://blog.daum.net/macmaca/2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