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사태, 문화예술계 자율성 확보 계기 삼아야"
상태바
“BIFF 사태, 문화예술계 자율성 확보 계기 삼아야"
  • 취재기자 이원영
  • 승인 2016.07.05 20:0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일 부산 영화인 연대, 시민 문화연대 등 문화정책 진단 토론회
▲ 5일 부산시 부산진구 중앙대로에 위치한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강당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와 부산 문화정책 진단 토론회’가 열렸다(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지난 5월 서병수 부산시장이 부산국제영화제(BIFF) 조직위원장 직을 사퇴하고,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이 새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부산시와 BIFF 사이에서 빚어졌던 극한 대립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부산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영화제 정관 개정을 포함, 문화 예술의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이라는 근본적 문제가 아직 남아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 지역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지역의 문화정책을 진단하고 영화제의 현안과 과제 및 발전 방향을 짚는 토론회가 5일 개최됐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는 시민문화연대’와 ‘부산문화예술교육연합회,’ '부산영화인연대,' ‘포럼지식공감’이 공동 주최한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와 부산 문화정책 진단 토론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부산진구 중앙대로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강당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영화제 사태를 계기로 바람직한 지역 문화·예술 정책의 방향을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이 함께 고민해 본다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김태만 교수가 사회를 맡아 1부와 2부로 2시간씩 나뉘어 진행됐다. 토론회는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의 페이스북 페이지로 실시간 방송됐다.

1부 토론은 ‘부산지역 문화정책 진단과 발전 방향’을 주제로 진행됐다. 부경대 국어국문학과 남송우 교수가 ‘문화예술 영역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문화예술의 온전한 자율성과 독립성문제에 대해 기조발제했다. 남 교수는 “영화제 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율성과 독립성”이라며 “지역 문화 진흥을 위해 존재하는 부산문화재단도 중앙 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 받고 있는 재정 구조상의 한계를 극복하고 재단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산 지역의 문화예술 분야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원도심창작공간 '또따또가' 김희진 센터장, '오픈스페이스 배' 서상호 대표, 부산문화재단 서영수 생활문화본부장 등이 ‘부산 문화현장에서 바라보는 문화예술정책의 발전 방향’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다.

오픈스페이스 배 서상호 대표는 “시민 사회부터 모든 걸 관리, 감독받는 세상이 되고 있다. 2년 전 부산비엔날레 사태는 놀랍지도 않았다. 문화예술계에서 늘 있어 왔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시 행정의 불찰과 오만한 태도에 여러 문화단체가 한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 감동한 바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부산비엔날레가 부산지역의 중요 문화축제인데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부산비엔날레 개최까지 겨우 50여 일 남았는데, 아직 작가 선정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50여 억원이라는 예산이 있기 때문에 행사는 치러지겠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내부에서 ‘최소한의 자본으로라도 부산비엔날레를 주체적으로 다시 만들어 가자’는 식의 대안 제시까지 나오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따또가 김희진 센터장은 “7년간 성장해 온 또따또가의 역할은 부산 지역 문화예술의 중간 허리가 되는 것이다. 중진 예술가가 대학가 변두리, 도시 밖으로 벗어나지 않고 역세권 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팔 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이 잘 지켜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김태만 교수가 “또따또가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 길이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 대표적 사례”라고 덧붙였다.

부산문화재단 서영수 생활문화본부장은 “자율성과 독립성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고 쟁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서 본부장은 “우선 문화예술계에서는 행정 매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문화 행정을 최종적으로 완성하고 시민들과 공유하는 것은 문화예술계의 몫이다. 최근 부산시민 문화 소비 실태에 대한 한 조사에서 영화 관람이 89%를 차지했고, 연극과 전시 관람은 2%도 채 되지 않는 결과가 나타났다. 부산 시민들에게 ‘메이드 인 부산’ 예술과 문화가 소비되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또, “(부산문화재단)이 100여 개의 문화예술교육단체에 예산을 배정하면, 자생적 활동이 기본인 동아리 등을 뽑아서 예산을 지원해 주는 방식의 공모전만 벌이고 있다. 이는 오히려 동아리의 자생력을 죽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부산발전연구원 오재환 박사는 “부산국제영화제, 부산비엔날레 등 국제 행사의 성장과 더불어 부산이 한국 문화정책 선도 도시로 자리매김한 것은 문화예술인의 노력의 결과라고 본다. 또, 공론화의 과정을 거쳐 가능했던 일이다. 지난 2~3년간은 문화정책 문제에 대한 논의가 공론화되는 자리가 없었다. 앞으로 바람직한 지역 문화·예술 정책의 방향 등을 공론화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 5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와 부산 문화정책 진단 토론회’에 참석한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2부는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에 대한 진단과 발전 방향’을 주제로, 부산대 윤리교육과 이왕주 교수의 ‘부산국제영화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라는 제목의 기조발제문을 부산영화학과교수협의회 주유신 대표가 대리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2부 토론에는 노는사람 김상화 대표, 동의대 영화학과 김이석 교수,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양미숙 사무처장, 오동진 영화평론가 등이 참석했다.

노는사람 김상화 대표는 “단순히 부산국제영화제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삶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의 삶의 질,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 확보의 문제로 문화예술계가 논의 방향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의대 영화학과 김이석 교수는 “그동안 영화제와 부산시의 갈등 양상이 계속되면서, (부산국제영화제 사태가) 본질을 피해 가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시작은 <다이빙벨> 사태다. 우리는 영화제 개최 여부를 떠나 <다이빙벨> 문제를 넘어서 영화계, 나아가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친 검열과 탄압에 문제를 왜 제기하지 못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 시민의 것이라는 아집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관 개정 등을 둘러싼 영화제의 갈등은 언론과 SNS 상에서 무수히 쏟아지면서 이미 국민들에게 피로감만 주고 있다. 정관 개정,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재신임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영화제 사태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곧 또다른 시작이며,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싸움을 시작할 때이다”라고 강조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는 시민문화연대는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각 분야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정리해 BIFF와 부산시 문화정책 부서에 전달하기로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kim씨네 2016-07-08 10:18:21
부산국제영화제 사태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율성을 존중해줘야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너무너무 아끼는 부산시민이자 영화팬으로서 다시는 이런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