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D.P.가 쏘아올린 한국 군대의 현실...드라마에 공감 의견 많다는 건 현실 반영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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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D.P.가 쏘아올린 한국 군대의 현실...드라마에 공감 의견 많다는 건 현실 반영한다는 것
  • 취재기자 권지영
  • 승인 2021.09.10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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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는 군대의 어두운 과거 보여주는 예시이나 실제와 비슷하단 의견 많아
원작 김보통 작가 "이제는 좋아졌다는 망각의 유령과 싸우기 위해 만들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D.P. 티저 포스터다. 디피조 준호와 호열이 군복을 벗고 다급하게 전력 질주 중이다(사진: 넷플릭스 네이버 블로그 캡처).
넷플릭스 드라마 D.P. 티저 포스터다. 디피조 준호와 호열이 군복을 벗고 다급하게 전력 질주 중이다(사진: 넷플릭스 네이버 블로그 캡처).

지난달 27일 ‘D.P.’가 넷플릭스에서 처음 공개되면서 대번에 한국의 TOP 10 콘텐츠 1위를 차지했다. 스트리밍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D.P.는 일본, 베트남, 태국, 대만 등 10개국에서도 10위 안에 들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한국인에게 D.P.가 인기였던 이유는 군대 내 가혹행위와 부조리를 담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 시청자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군 생활 2년 누군가는 좋은 추억, 다른 누군가에겐 꺼내기 힘든 기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는 탈영병을 잡는 군인 이탈 체포조 준호와 호열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표면적으로 탈영병을 잡는 D.P.조 관련 얘기처럼 보이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부대 내 가혹행위와 이를 방관하는 사람들 등 군대 부조리에 대한 내용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원작은 웹툰 작가 김보통의 ‘디.피.개의 날’이다. 여자들이 싫어한다는 군대 이야기를 다뤘지만, 드라마를 멈추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기자는 D.P.를 보면서 마음 한편이 불편했다. 대중들의 호평을 받는 이 현실을 기뻐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드라마를 본 네티즌들은 “군 생활 때 생각나서 참 씁쓸하다” “군대 나온 사람들은 공감할 대사가 많은 작품, 하지만 절대 변하지 않을 거란 것을 알기에 안타깝다” “제대로 표현한 군대 이야기” “이렇게까지 군대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다뤄도 되나?” “지금 이 시각에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국군 장병 여러분 감사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군대 안 왔으면 탈영할 일도 없지 않았을까요”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매회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 ‘대한민국 병역법 제 3조’를 보여준다. 이 법에 따라 청년들은 1년 반이라는 시간을 대한민국에 바친다.

D.P.에는 회차마다 다른 사연을 가진 탈영병이 등장한다. 군가를 못 외운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해 탈영한 사람, 홀로 남은 치매 할머니를 위해 탈영한 사람, 단지 편하게 잠을 자고 싶어 탈영한 사람. 에피소드에 나오는 가해자들의 가해 이유는 없다. 더 놀라운 것은 이게 대한민국 군대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윤 일병 사건 이후 대한민국의 군대는 정말 나아졌을까.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은 2014년이다. 2014년은 이른바 ‘윤 일병 사건’으로 불리는 제28보병사단 의무병 살인사건과 ‘임 병장 사건’으로 불리는 군무이탈 및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던 해였다. 그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참으면 윤 일병, 참지 못하면 임 병장’이라는 말이 생겼다.

“바뀔 수도 있잖아” “수통도 안 바뀌는데 무슨...”

드라마 D.P.가 인기를 끌자 이와 관련해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지난 6일 정례브리핑에서 ‘군 관계자가 2014년의 일선 부대에서 있었던 부조리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국방부 공식 입장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병영환경이 바뀌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욱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드라마 D.P.와 관련된 질의에서 “지금의 병영 현실과는 좀 다른 상황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병영 부조리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분명히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7월부터 일과 후 병사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휴대전화가 보급된 이후 SNS로 군대 급식 부실 논란 등 사건, 사고들이 알려졌다. 그러나 근절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2019년 공개된 국가인권위원회의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1181명 중 8%인 94명이 비인격적 대우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국방부는 병영문화가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두 달 사이 군대 내 사건 사고가 많이 나왔다. 선임병들에게 구타 및 폭언과 함께 집단따돌림을 당한 해군 병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사건이 늦게 드러났고, 어제는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해병대에서 선임병 4명이 현재 복무 중인 동생에게 시가잭(자동차 전원 공급 단자)으로 팔을 지지는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8일에는 인천 경찰서 의경들이 지휘요원인 경찰관들로부터 폭언과 업무 전가 등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2021년에 전역한 의경출신 A 씨는 “아마 모든 의경부대가 그럴 것”이라며 “심하게 때리는 것 말고 거의 사실”이라고 말했다.

올해 전역 19 군번 예비역들은 어떻게 생각할까?...‘기가지니병’ ‘인간AI병’ ‘제티셔틀’

군대 내 괴롭힘・따돌림은 경험한 적 없지만 바로 위 군번까지 ‘기가지니병’이라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 기가지니병이란 KT에서 나온 인공지능 스피커인 기가지니와 군인(병)을 합친말로 선임이 후임을 조롱할 때 쓰는 말이다. 우유가 나오는 아침이면 무조건 막내가 제티를 챙기는 ‘제티셔틀’도 있었다.

병영 문화가 개선되고 있지만, 한 두명 씩 후임을 막 대하고 무시하는 선임이 있다고 한다. 윤 모씨는 새벽에 당직서는 선임이 심심하다, 담배 피러 가자며 자신을 깨웠고, 노래를 시켜 소리가 작으면 혼이 났다. 심지어 다른 선임에게 욕을 하라며 강요도 받았다. 그는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의 심정은 공감이 많이 됐다”며 “선임과 후임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라 가혹행위는 전보다 많이 줄고 거의 없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D.P.에서 보여주듯 가해자는 전역할 때 본인이 한 행동은 다 잊고 형, 동생 사이처럼 떠난다. 누군가에겐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일은 하면 안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김보통작가가 지난 31일 인스타그램에 군내 폭행으로 남편을 잃은 아내의 메시지를 공개했다(사진: 김보통 인스타그램 캡처).
김보통 작가가 지난 31일 인스타그램에 군내 폭행으로 남편을 잃은 아내의 메시지를 공개했다(사진: 김보통 인스타그램 캡처).

원작 ‘디.피.개의 날’의 작가 김보통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디피는 ‘이제는 좋아졌다’는 망각의 유령과 싸우기 위해 만들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 나가는 분들에게 힘을 보탤 수 있길. 오늘도 어디선가 홀로 울고 있을 누군가에게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줄 수 있길 바란다”며 제작 이유를 밝혔다.

2014년도에 일어난 부조리라기에는 너무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지만 2021년인 현재에도 만연한 것이 사실. 대물림은 군대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군 간부, 여러 가지 사연을 가진 탈영병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대물림되는 악습. 어쩌면 우리 사회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죠”라는 D.P.의 대사가 머리에서 쉽게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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