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팔찌 끊고 도주 잇따라 제도에 구멍... 집 주변에 성범죄자 다수 거주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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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팔찌 끊고 도주 잇따라 제도에 구멍... 집 주변에 성범죄자 다수 거주 '불안'
  • 부산시 사하구 김아란
  • 승인 2021.09.10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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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e 검색해보니 집 근처 성범죄자 9명
안이하고 허술한 관리 시스템 대폭 손질해야

지난 8월 29일,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50대 남성 강 모 씨가 여성 2명을 살해한 후 자수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전자발찌 제도의 허점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며 실효성에 대한 논란과 함께 법무부의 감독이 허술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함께 뉴스를 접한 내 친구는 “전자발찌가 소원 팔찌보다 더 잘 끊어진다”며 전자발찌의 내구성에 대해 비판했다. 법무부는 앞서 여섯 차례에 걸쳐 재질 변경 등 전자 장치를 개선한 바 있지만, 강 씨가 공업용 절단기를 이용해 훼손한 것 이외에도 올해에만 13건의 훼손 사례가 보고되는 등 견고성에서 허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범행을 저지르고 전자발찌를 훼손한 후 도주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이미지).
성폭력 범죄 등으로 채워진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하는 사례가 늘어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이미지).

하지만 전자발찌의 견고성 문제는 이 사건을 막지 못한 수많은 요인 중 하나일 뿐이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강 씨는 전자발찌를 찬 상태로 자택에서 첫 번째 피해자를 살해했다. 쉽게 끊어지기 쉬운 전자발찌, 미흡한 초동 대응, 이전의 위반행위들을 경고로 넘긴 안일함 등 관리 시스템 및 관리 인력의 문제 또한 얽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큰 안타까움을 느꼈다.

뉴스를 접한 후 불안감에 급히 성범죄자 알림e를 이용해 집 근처 성범죄자 내역을 검색해 보았다. 검색 결과 현재 집으로부터 반경 2km 이내에 사는 성범죄자 수는 9명이었다. 당장 걸어서 5분 거리, 심지어 근처에는 초등학교가 있는 위치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강 씨가 전과 14범의 재범 확률이 상당히 높은 범죄자임에도 제도적 한계로 성범죄자 알림e에 등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강 씨와 같은 건물에 거주 중이던 주민들은 뒤늦게 사실을 알고 두려움에 떨었다. 구멍투성이인 시스템의 피해자는 나, 그리고 내 주변인들이 될 수 있지도 않았을까?

이후 나는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며 이 사건은 근본적으로 피해자가 발생한 뒤에도 개선되지 않는 제도들과 경각심이 떨어져 생긴 결과라 생각했다. 강 씨 이전에도 수많은 사건과 징후들이 있었다. 사건 발생 8일 전에는 전남에서 성범죄자가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해 공개수배 중이었고, 한 달 새에 전자발찌를 찬 채로 성폭행을 저지른 뉴스만 적어도 4건이 보도됐다. 이번 사건은 예고된 범죄였을지도 모른다.

지난 6월 착용자의 인권 및 사회적 낙인 효과를 줄이기 위해 전자발찌를 소형화, 경량화시키는 것을 고려 중이라는 법무부의 언급 이후, 이에 반대하는 청원에 서명을 한 기억이 떠오른다. 그로부터 고작 3개월 사이 두 명의 여성이 살해당했다. 가해자의 인권을 챙기는 동안 피해자는 인생을 빼앗겼다. 이번 사건을 통해 관계자들이 낱낱이 마주한 시스템의 구멍을 메우는데 그치지 않고, 재범을 보다 확실히 방지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에 대해 논의하길 기대해본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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