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벤투호 월드컵 최종예선 명단 발표...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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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벤투호 월드컵 최종예선 명단 발표...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들
  • 취재기자 강지원
  • 승인 2021.08.26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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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월 일정 명단 발표
진척 없는 측면 수비수 세대교체는 대표팀 숙제
팀의 중심 잡아줄 베테랑 선수의 부재 아쉬워

어느덧 개막까지 1년 정도만을 남겨둔 2022 카타르 월드컵. 월드컵을 향한 마지막 관문인 이번 최종예선에선 중동 5개국과 한 조에 배정된 만큼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대표팀은 다가오는 2일과 7일 이라크와 레바논을 각각 홈으로 불러들여 최종예선 대장정에 돌입한다.

지난 23일 최종예선에 나설 대표팀 명단이 발표됐다. 손흥민, 황의조, 이재성, 김민재, 황희찬, 황인범 등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대거 발탁되며 최정예 라인업이 형성됐다.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이강인은 제외됐다. KFA(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라이브로 진행된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벤투 감독은 “이번에 상대할 두 팀 모두 감독이 바뀌었고, 특히 이라크는 다양한 전술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잘 준비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표팀에 있어서 풀리지 않은 숙제들이 남아 있다. 과연 최종예선에 임할 대표팀의 불안 요소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엔트리가 발표됐다(사진:KFA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엔트리가 발표됐다(사진:KFA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몇 년째 이뤄지지 않는 측면 수비수 ‘세대교체’

대표팀의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한다면 단연 측면 수비수다. 최근 몇 년 간 왼쪽 측면 수비는 김진수와 홍철이 양분했고, 오른쪽 측면 수비는 이용이나 김태환, 김문환 등이 기회를 나눠 받았다. 그 중 홍철과 이용이 주전에 가장 근접했으며 이번 최종예선에서도 이 두 선수가 주전으로 뛸 가능성이 크다.

홍철과 이용은 한국 나이로 각각 32살, 36살. 기량은 여전히 뛰어난 두 선수지만 측면 수비를 이들에게 계속 맡기기엔 나이가 걸림돌이다. 당장 언제 폼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일뿐더러 기동성에서도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 특히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마지막 월드컵이 될 줄 알았던 이용은 이대로라면 내년에도 대표팀의 오른쪽을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마땅한 대체자가 없다.

대표팀의 측면 수비수 홍철과 이용의 모습이다(사진: 울산현대, 전북현대 인스타그램 캡처).
대표팀의 측면 수비수 홍철과 이용의 모습이다(사진: 울산현대, 전북현대 인스타그램 캡처).

이번 엔트리에서 두 선수를 제외하고 발탁된 측면 수비수로는 왼쪽에 이기제와 강상우, 오른쪽 김문환이 있다. 올 시즌 K리그에서 최고의 폼을 자랑하는 이기제이지만 그의 나이도 서른하나. 대체자라고 할 수 없다. 강상우는 29살로 전성기에 접어들 나이지만 오른발잡이기 때문에 왼발잡이 왼쪽 측면 수비수를 선호하는 벤투 감독의 전술에선 맞지 않는다는 평가다. 김문환 역시 대표팀에서만큼은 뚜렷한 활약상이 없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김문환의 A매치 출전 기록은 13경기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장기적으로 측면 수비 자리를 맡길 ‘젊은 자원’이 필요해 보이는 대표팀이다.

공격수 자원의 다양성 부족

황의조가 버티고 있는 스트라이커 자리는 비교적 믿음직스럽다. 지난 시즌 프랑스 리그에서 12골이나 기록한 황의조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4골을 기록하며 좋은 기세를 이어갔다. K리그2 김천 상무 소속의 스트라이커 조규성이 A대표팀에 첫 발탁된 점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조규성의 가세로 이번 최종예선에선 총 2명의 스트라이커가 최전방 자리를 짊어지게 됐다. 황의조가 원톱 주전으로 나서고 조규성이 교체 멤버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벤투 감독은 “조규성은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라며 “소집 기간 동안 팀에 어떻게 녹아들지 잘 관찰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두 선수의 스타일이 겹치는 게 아쉽다. 두 선수 모두 중앙에만 머무르지 않고 활동 반경을 넓게 가져가며 2선 멤버들과 유기적인 플레이를 가져가는 유형이다. 즉 황의조가 상대 수비에게 막혔을 때 조규성은 교체로 들어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K리그1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환상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주민규가 뽑히지 않아 아쉬운 점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주민규는 현재 K리그1에서 13골을 기록하며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는 외국인 용병을 제외하면 최다 득점 기록이다. 주민규는 황의조나 조규성과 다르게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를 등지는 포스트 플레이나 제공권 등에서 강점을 띄는 선수다. 황의조가 컨디션이 좋지 못할 때 주민규 같은 다른 스타일의 카드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동안 대표팀에 자주 뽑혔던 김신욱도 마찬가지지만 이번엔 뽑히지 못했다. 때문에 공격수 카드가 적은 만큼 황의조의 체력 안배, 혹은 전술적 이유에서라도 조규성의 활약상을 믿어야 한다.

공격수의 다양성이 부족한 대한민국 대표팀이다(사진: KFA 인스타그램 캡처).
공격수의 다양성이 부족한 대한민국 대표팀이다(사진: KFA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팀의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 부족

많은 축구팬들은 여전히 ‘쌍용’을 그리워한다. 2010년대 대한민국 축구를 이끌었던 기성용과 이청용을 말이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때만 해도 대표팀의 막내였던 두 선수는 어느덧 베테랑이 돼 각 소속팀에서 주장을 맡고 있다.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K리그 무대를 점령하고 있는 두 선수는 남다른 리더십을 발휘하기 때문에 대표팀에도 필요한 유형들이다. 특히 유럽에서만 10년을 활약한 두 선수의 경험은 월드컵 같은 국제무대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기성용은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했고 이청용은 2019년을 끝으로 대표팀에는 소집되지 않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대표팀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마땅치 않다. ‘에이스’ 손흥민도 이제는 대표팀 내에선 베테랑 축에 속하지만 코어 라인에서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팀이 지고 있을 때, 혹은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있을 때 팀을 이끌어줄 리더가 없다는 것이다. 베테랑들의 경험이 절실한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을 이끌어줄 새로운 리더가 절실하다.

9월 2일 이라크전을 시작으로 내년 3월까지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대장정을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9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누빈 대한민국 대표팀이다. 하지만 우리가 월드컵에서 한국 경기를 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있다. 대표팀이 팬들에게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려면 풀리지 않은 숙제들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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