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현장실습학기제' 개선안, 교각살우 될라... '열정페이' 없애려다 대학생 현장실습 기회까지 사라질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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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현장실습학기제' 개선안, 교각살우 될라... '열정페이' 없애려다 대학생 현장실습 기회까지 사라질까 걱정
  • 취재기자 강지원
  • 승인 2021.08.1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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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현장실습학기제 기업이 학생에게 최저임금 75% 이상 지급토록 규정
자율현장실습학기제는 대학 정보공시에서 제외돼 표준현장학기제로 유도
기업들은 실습생에게 최저임금 75% 주느니 차라리 인턴 채용하겠다는 입장
이 때문에 학생들의 현장실습 기회가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 견해 많아
대학생들은 각 대학의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 사회를 경험해보곤 한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대학생들은 각 대학의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 사회를 경험해보곤 한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 경쟁 속에서 대학생들은 ‘스펙 쌓기’에 혈안이다. 자격증, 대외활동, 봉사활동 등 자기소개서에 한 줄이라도 더 적기 위해 대학생들은 여러 방면에서 청춘을 바친다. 그 중에서도 대학생들에게 인턴 경험은 한 줄기 희망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현실에서 인턴 경험을 쌓는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다.

그런 의미에서 각 대학마다 이뤄지는 현장실습학기제는 대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제도로 작용한다. 대학교 현장실습학기제는 일반적으로 학교에 기업비를 지불하고 연계기업으로 등록된 기업에 현장실습을 신청한 대학생이 인턴 신분으로 근무할 수 있는 제도다. 다시 말해 대학교가 학생과 기업 간에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형태다. 학생 입장에선 학교를 통해 대외적으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학교는 현장실습을 하는 학생에게 소정의 장학금과 학점을 채워주는 형태로 보상해주고 있다. 현장실습을 경험한 대학생 A씨는 “학교를 통해 전공 특성에 맞는 기업에서 일을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값진 경험이었다”며 “추가적으로 학점까지 얻을 수 있어 좋은 시스템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동안 대학교의 현장실습 프로그램은 ‘열정페이’라는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지난 6일 교육부는 새로운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운영규정’을 발표했다. 현장실습학기제는 표준현장실습학기제와 자율현장실습학기제로 나뉜다. 규정에 따르면, 표준현장실습학기제를 행하는 기업은 학생들에게 최저 임금의 75% 이상을 지급해야 하며 자율현장실습학기제를 행하는 기업은 교육시간 비율과 연동해 자율적으로 임금 지급이 가능하다.

표준현장실습학기제에선 기업이 현장실습생에게 최저임금의 75%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사진: 교육부 자료, 시빅뉴스 제작).
표준현장실습학기제에선 기업이 현장실습생에게 최저임금의 75%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사진: 교육부 자료, 시빅뉴스 제작).

기존에는 학교에서 장학금을 부담하는 형태였다면 바뀐 규정에선 기업이 자체적으로 학생들에게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동안 대학생들이 현장실습을 하면서 열정페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기 때문에 그런 문제를 개선하고자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매년 진행되는 대학 ‘정보공시’에서는 자율현장실습학기제를 행하는 기업은 항목에서 제외된다. 정보공시 항목에는 신입생 경쟁률, 취업률, 등록금, 현장실습 현황 등 거의 대부분의 대학 관련 내용이 포함된다. 이는 현장실습 기업이 표준현장실습학기제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질적인 차원에서 실적을 낸 표준현장실습학기제만 정보공시 항목에 포함되도록 한 것”이라며 “하지만 금전적인 부분으로 인해 모든 기업이 일괄적으로 표준현장실습학기제를 시행할 순 없기에 자율현장실습학기제도 열어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 적용되는 규정으로 인해 대학교의 현장실습 제도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전적인 측면뿐 아니라 최저임금의 75% 이상을 의무적으로 줘야 한다면 기업 입장에선 대학생 현장실습생이 아닌, 기업별 인턴채용을 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이는 곧 대학생들의 현장실습 기회가 줄어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대학교 현장실습생을 받고 있는 모 기업 관계자는 “올해 예산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당장 다음 학기나 방학 때는 현장실습생을 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모 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현장실습생 인력을 아예 안 뽑진 않더라도 덜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개정된 규정으로 인해 대학생들의 현장실습 기회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개정된 규정으로 인해 대학생들의 현장실습 기회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부산의 한 대학교 현장실습센터 관계자는 “그 정도의 금액을 부담하면서 교육까지 기업에서 진행해야 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학생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학생들은 현장실습을 통해 기업사회를 처음 경험해보는 인력들”이라며 “이미 취업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던 인턴 인력들과의 경쟁에서 대학생들이 이기는 건 쉽지 않을 거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 대학 입장에선 재학생들의 현장 실무능력 강화를 위해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운영해도 기업이 사정상 최저 임금의 75% 이상을 지급하지 못해 정보공시에서 빠지게 된다면,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지원했음에도 각 대학은 대외적으로 현장실습 운영 실적이 없게 된다. 현장실습센터 관계자는 “현장실습 지원비를 기업에 의무 부담시키려는 교육부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정부 지원 없이 모든 책임을 각 기업과 대학에 떠넘기는 방식은 적절한 방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규정으로 인해 대학생들도 불안을 감지하고 있다. 올 겨울방학 현장실습을 준비하고 있던 대학생 B씨는 “학생에 대한 처우를 좀 더 개선하고자 하는 취지는 좋지만 조금은 1차원적인 규정이 아닌가 싶다”며 “이번 규정으로 인해 현장실습 기회가 축소돼 졸업 전까지 현장실습을 경험해보지 못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학교의 현장실습학기제는 대학생들에게 어쩌면 돈보다 귀한 실무 경험을 제공해주고자 운영된다. 하지만 새롭게 마련된 현장실습학기제 운영규정은 대학생들의 처우를 개선해주려다 오히려 일자리를 뺏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른바 ‘열정페이’를 없애고자 하는 취지는 좋지만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규정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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