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목숨"... 울산 '외솔 최현배 기념관'에서 만난 한글사랑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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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목숨"... 울산 '외솔 최현배 기념관'에서 만난 한글사랑 정신
  • 취재기자 강지원
  • 승인 2021.08.05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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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배 선생이 쓴 '우리말본', '조선민족갱생의도' 등 소개
가로쓰기, 풀어쓰기, 한글 자판기 이야기도 자세히 설명
3일부터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요사건 20선' 특별전 진행

“한글을 지키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일.”

아마 많은 사람들이 ‘한글’이라고 하면 먼저 떠올릴 위인은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일 것이다. 하지만 세종대왕 외에도 한글의 보급에 이바지한 잘 알려지지 않은 위인들이 있다. 일제강점기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힘썼던 국어 운동가 외솔 최현배 선생이 그 중 한 분이다. 울산 중구에 위치한 ‘외솔 최현배 선생 기념관’에서 그의 행적과 정신을 만날 수 있다.

외솔 최현배 선생 기념관은 외솔에 대해 “일제강점기에 겨레의 얼인 말과 글을 지킨 독립운동가요, 한글 보급과 기계화 정보화를 위해 평생 한 길을 걸은 한글학자이며, 페스탈로치의 이상적 교육론을 직접적으로 실현한 교육자이다”라고 소개한다.

기념관 입구에 최현배 선생 동상이 세워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울산에 외솔 최현배 선생 기념관이 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실제로 최현배 선생은 1949년 한글학회 이사장에 취임해 20년 간 한글학회를 이끌며 국어정책의 수립 및 국어운동을 추진한 인물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말본’, ‘한글갈’, ‘조선민족갱생의도’ 등의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우리말본’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문법서다. 외솔 최현배 선생 기념관의 관광해설사는 “최현배 선생의 ‘우리말본’은 훗날 다른 문법서들이 탄생하는 데에 있어서 초석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최현배 선생은 저서를 통해 한글 보급에만 매진한 것이 아니라, 일제에 나라를 뺏긴 우리 민족의 나태한 사상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 내용으로 탄생한 게 바로 ‘조선민족갱생의도’다. 관광해설사는 “최현배 선생은 나라를 빼앗은 일제만 그저 비판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며 “우리 민족의 다소 안일했던 사상으로 인해 일제에 힘없이 나라를 빼앗긴 부분을 꼬집으며 우리가 새롭게 가져야할 방향성까지 제시했다”고 말했다.

최현배 선생이 편찬한 저서들이 전시돼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최현배 선생이 편찬한 저서들이 전시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최현배 선생이 편찬한 국어 교과서들이 전시돼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기념관에는 최현배 선생이 편찬한 국어 교과서들도 볼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이러한 그의 노력은 저서를 넘어 국어 교과서까지 탄생시켰다. 최현배 선생을 중심으로 조선어학회 학자들은 교과서 ‘한글만 쓰기’를 주장했다. 기념관에 따르면, ‘조선교육심의회’는 이들의 주장을 반영해 교과서 분과에서는 한글로 쓴 교과서를 만들기로 하고 한자는 꼭 필요한 경우 묶음표에 넣어 쓰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최현배 선생은 여러 국어 교과서를 편찬했다. 기념관에서는 ‘중등조선말본’ 등 최현배 선생이 편찬한 여러 국어 교과서가 소개돼 있다. 

이곳의 관광해설사는 “최현배 선생은 일제강점기 시절 교과서 등에서 일본어나 한자가 국어로 사용되는 것으로 인해 우리말을 더욱 지키려 했다”며 “우리가 평소 쓰는 ‘덧셈’, ‘뺄셈’, ‘도시락’ 등의 단어들은 최현배 선생이 일본어나 한자를 우리말로 바꿔 탄생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기념관에는 서재에서 책을 집필하는 최현배 선생의 모습을 재현한 전시 공간도 마련돼 있다.

최현배 선생이 서재에서 책을 쓰는 모습을 재현한 전시 공간이다(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최현배 선생이 서재에서 책을 쓰는 모습을 재현한 전시 공간이다(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최현배 선생이 추구했던 한글 기계화에 대한 내용도 소개된다. 1957년 최현배 선생은 한글학회 안에 ‘한글타자기 자판 합리적 통일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한글타자기 글자판 통일을 위한 활동을 벌였다. 최현배 선생은 한글 기계화야말로 고도의 문자혁명에 대비하는 길임을 굳게 믿었고 타자기야말로 한글 발전에 혁명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한글 타자기가 전시돼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기념관에 전시된 한글 타자기(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최현배 선생은 국어학자이면서 한글 가로쓰기를 비롯해 풀어쓰기까지, 글자의 혁명을 실천했던 글자 혁명가이기도 했다. 기념관은 이 부분을 강조하며 가로쓰기가 탄생한 과정 역시 다룬다. 최현배 선생은 1946년 300여 명의 회원을 모아 ‘한글가로글씨연구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회장에 취임했다. 바로 여기서 최현배 선생이 완성한 가로글씨 안이 채택됐다고 한다.

기념관 2층에 올라가면 최현배 선생의 생가터도 둘러볼 수 있다. 일부 소실된 생가터는 2008년 복원돼 이용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기념관 2층에 있는 최현배 선생 생가터의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기념관 2층에 있는 최현배 선생 생가터의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기념관 내부의 체험실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한글 놀이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이곳에는 한글 자음과 모음 모양의 자석블록이 구비돼 있어 아이들은 좀 더 재밌는 방식으로 한글 공부가 가능하다. 이 밖에 종이블록이나 동화책 등도 구비돼 있다. 기념관 관계자는 “외솔기념관이 아이들에게 한글사랑을 넘어 나라사랑을 제대로 깨우치게 해주는 장소가 되면 좋겠다”며 “아이들이 이곳에 와서 배운 최현배 선생의 선한 영향력을 훗날 커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파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요사건 20선 특별전이 진행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기념관에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요사건 20선 특별전이 진행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한편 외솔 기념관에서는 지난 3일부터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요사건 20선’ 특별전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나라사랑 정신을 고취하고 역사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천안 독립기념관 연계사업으로 마련됐으며,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요 활동 내용을 담은 사진과 그림 20여 점이 전시된다. 전시 내용에는 윤봉길이 한인애국단 입단 선서를 하는 순간, 대한민국 임시정부 임시사료편찬위원들의 모습, 대한민국 정부 수립 국민축하식 등이 포함돼 있다.

울산 중구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일제강점기 우리 애국선열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바친 숭고한 희생과 나라사랑 정신을 현장감 있게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별전은 이번 달 29일까지 펼쳐진다.

 외솔 최현배 선생은 “한글이 목숨”이라며 나라사랑을 진정으로 실천하기 위해선 우리말을 지키고 사랑해야 한다고 끝없이 강조했다. 외솔 최현배 선생 기념관은 최현배 선생의 이러한 우리말 사랑과 나라사랑 정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한글에 대한 익숙함으로 인해 오히려 그 소중함이 잊혀지고 있는 지금, 외솔 최현배 선생 기념관에 가서 그의 발자취를 따라 가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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