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은 직장을 찾자 부산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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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은 직장을 찾자 부산을 떠난다
  • 최진일
  • 승인 2013.01.1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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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은 현재 항만과 영상 컨벤션 산업을 특성화시키며 궁극적으로 아시아 5대 국제회의 도시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그런데 부산시의 목표와 부산의 현실은 다른 것 같다. 미래의 부산을 이끌어 갈 부산 지역 대학생들이 재학 중 혹은 졸업 후 부산을 떠나 수도권으로 진출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부산 지역의 대학생들은 왜 서울 소재 대학으로 편입하려 하고, 졸업 후 서울 소재 기업으로 취업하려 하는가?

부산의 한 대학에 다니는 정희윤(22) 씨는 어릴 때부터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라 중앙대학교 영어교육과 편입을 준비하고 있다. 그녀는 평소 어머니를 호강시켜 드리기 위해서 더 좋은 대학으로 편입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녀는 “지방은 절대로 서울을 따라갈 수 없는 것 같아요. 텔레비전에서 보듯이 모든 것이 서울에 다 집중되어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경성대학교에 재학 중인 강윤지(22) 씨는 “사람은 서울로 가야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적어도 서울에 있는 대학을 나오면 지방대 출신이라 무시 받는 건 없지요. 서울 쪽에 문화생활이나 모든 제도가 집중되어있기 때문에 서울 소재 대학의 편입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편입 준비생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역시 취업이었다. 현재 부산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김만중(26) 씨는 대학 졸업 후 당연히 서울로 취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서울에서 취업하면 지방에 있는 기업과 연봉도 차이가 나고, 서울에서는 다양한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어요”고 말했다. 부산가톨릭대학교 간호학과에 다니는 장혜민(21) 씨도 아무래도 서울에 있으면 좀 더 교육의 기회가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학과 대학원이 지방에는 없기 때문에 서울 소재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다.

부산대학교 학생 박준(20) 씨는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심해져서 ‘서울에 사는 사람은 곧 성공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확대되었고, 수도권에 살기 위해 서울 취직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습니다”라고 말했다. 경성대 신문방송학과에 김분현(20) 학생은 “서울이 부산보다 직업 선택의 폭도 더 넓고 부산보다는 서울이 더 경쟁력 있어 보여요”라고 말했다.

부산 소재 대학에 다니는 우선화(21) 씨도 서울에 대기업들이 몰려있고 한국의 중심지이므로 서울 쪽으로 취업을 계획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장혜민 씨는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의 취업 무대는 해외로 넓혀졌고, 부산 소재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의 취업 무대는 서울로 넓어진 것뿐이에요”라고 말했다.

김건영 씨는 “다른 지방에서도 대기업에 들어간다면 상관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서울이 대도시고 우리나라 경제의 거점이죠. 그럼 당연히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서울에서 일하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의 대학생들도 편입과 취업에 대해서 부산 지역의 대학생들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대구대학교에 재학 중인 송혁(20) 씨는 지방대생들은 편입을 해서라도 취업에 유리한 고지인 서울 쪽으로 가길 바라지 않겠냐면서 서울로 가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나도 이곳보다 문화적 혜택이나 경제적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는 서울로 가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송혁 씨와 같은 대학교의 대학원에 재학 중인 임미향(26) 씨는 “서울 취업은 나의 경우 막연한 동경이지만, 배움의 기회를 찾아 서울로 간 친구들이 주위에 많아요”라고 말했다.

사람은 서울로 가야한다는 생각에 지방에서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진학한 최보라 (20) 씨는 내로라하는 이름난 기업이 서울에 있기 때문에 당연히 서울로 가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지방대 출신이라도 재능이 있다면 채용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게 어려운 것이 현실이죠. 부산대는 서울 상위 대학과 맞먹는데도, 서울 사람들은 부산대보다 서울 소재 대학이 낫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서울 생활하면서 느꼈어요”고 말했다.

하지만 진주 경상대학교에 다니는 박대선(20) 씨는 생각이 약간 달랐다. “서울이 취업에 유리하고, 대기업도 많고, 분야도 엄청 다양하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적다는 생각이 사람들 머릿속에 있는 듯해요.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부산이 더 가까우니까 부산이 더 좋을 것 같아요”고 말했다.

동아대학교 취업정보실의 성낙용 씨는 서울 쪽으로 진출해서 자기 발전을 이루려는 학생이 많이 있지만, 실제로 서울로 진출하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서울 취업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래도 취업으로 지방을 탈출하려는 학생들이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해, 성 씨는 “근본적으로 서울에는 대기업과 일자리가 많고 부산에는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경성대학교 취업지원팀의 정연진 씨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서울 소재 학교나 수도권으로 취업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소수의 대기업 취업자와 부산 경남에서 수요가 부족한 직업을 제외하고는 부산 지역 졸업생의 대부분은 부산 경남으로 취업한다고 한다. 서울 취업은 꿈처럼 쉽게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근본적으로 부산과 경남의 기업수가 부족하고 종류가 다양하지 못해서 취업난이 심각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씨는 “부산이 편입으로 빠져나가는 대학생들과 대학 졸업생들을 잡으려면 부산 내에 많은 기업들을 유치해서 다양한 직종과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생 자녀 두 명을 둔 박순자(50) 씨는 “서울로 가는 것이 아이의 취업이나 학업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가야해요. 우리나라에 모든 것이 서울에 있으니까 굳이 부산으로 돌아오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감만동의 이연희(47) 씨도 부산 소재 대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두고 있다. 그녀는 형편이 좋다면 지방보다는 대도시 소재 대학으로 편입하는 것에 대해서 찬성한다. 이 씨는 “서울로 취업이 됐다고 하면 좋아할 것이고, 부산으로 오라하지 않을 거예요. 상황이 되면, 서울로 이사할 수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부산의 젊은이들이 수적으로 꾸준히 줄고 있는 이유는 이렇게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가는 젊은이들의 기다란 행렬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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