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 SNS '부계정' 갖기 트렌드 확산...주계정은 일상 공유용, 부계정은 전공이나 취미 부캐릭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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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 SNS '부계정' 갖기 트렌드 확산...주계정은 일상 공유용, 부계정은 전공이나 취미 부캐릭터용
  • 취재기자 성민주
  • 승인 2021.07.18 0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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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계정 이외에 부계정 만들고 자신의 전공 기반 재능 뽐내는 젊은이 많다
전공자가 아닌데도 시나 그림 올리는 취미용 부계정도 유행
전문가들, "부계정으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려는 심리"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SNS에 자신의 재능을 녹여낸 게시글을 ‘부계정’에 올리는 것이 대세다. 부계정은 본 계정 이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SNS 아이디를 뜻한다. 이들은 사진, 그림 등 다양한 작품들을 본 계정이 아니고 추가적으로 만든 부계정에 공유하면서 재능을 뽐내고 있다.

각종 SNS에서는 사진 찍어 올리는 부계정, 시를 쓰는 부계정, 그림 그리는 부계정 등 전문가 몹지 않은 다양한 재능이 담긴 부계정들이 넘친다. 젊은이들은 왜 SNS에서 자신의 재능을 공유하는 부계정을 만들게 됐을까? 

주계정은 일상 공유용, 부계정은 전공이나 취미용

(사진: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젊은이들은 전공을 살려 사진 작품, 그림 작품, 문학 작품 등을 부계정에 올리고 있다(사진: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부계정에 직접 촬영한 사진을 올리는 학생들은 부계정을 만든 계기를 ‘전공’이라고 말한다. 배운 전공을 살려 부계정에 공유하면서 점점 더 자신의 전공 능력이 성장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학생 오미래(22,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취미를 바탕으로 부계정에 전공을 녹여낸 사진 작품들을 기록하고 있다. 그녀는 “본 계정은 일상을 공유하는 용도지만, 부계정을 추가적으로 만들어 내 전공을 살린 사진들을 기록하고 있다”며 “부계정에서는 사진 분야의 다른 계정들을 팔로우(친구 추가)하는데, 그 속에서 다양한 영감을 통해 내 작품의 퀄리티도 높이는 등 서로 윈윈하며 성장할 수 있어 더 좋다”고 말했다.

미대에 재학 중인 김한율(22, 서울시 광진구) 씨는 “그림이 전공이지만 혼자서 그림을 계속 그리다 보니 슬럼프가 오면서 자연스럽게 그림에 관심과 의지가 줄어들던 때가 있었다. 주변에서 SNS에 자기 그림을 올리는 친구들이 즐거워하길래 속는 셈 치고 한 번 시작했다. 아무래도 혼자서만 그림을 그릴 때보다 직접 사람들의 반응을 볼 수 있어 그림에 대한 애정이 커지고 실력도 빠르게 늘어가는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김한율 씨는 “단순히 혼자 끄적이는 게 아니라 남들 앞에 게시하기 위해 그리는 그림은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며 “부가적으로 사람들에게 칭찬도 받고 피드백도 받으면서 나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자기 객관화를 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전공자들도 부계정 통해 숨은 재능 뽐내기에 나섰다

(사진: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비전공자들도 좋아하는 취미를 녹여낸 작품들을 부계정에 올리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사진: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전공과 무관한 재능을 부계정에 뽐내는 젊은이도 있다. 전기공학을 전공한 김태완(26, 울산시 북구) 씨는 부계정을 만들어 지난 1월부터 ‘시’를 꾸준히 작성해 올리고 있다. 김 씨는 평소 기분 전환 겸 취미로 시를 작성했지만, 메모장에만 남기기에는 아까워 부계정에 올려 공유하게 됐다. 어느새 50편가량의 시를 보유한 그의 부계정은 약 400명(팔로우 수)이 좋아하면서 그에게 자신감을 실어줬다. 그는 “문학, 사진, 그림 등과는 관련 없는 비전공자지만 SNS가 스스로 창작하고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돼 줬다. 꾸준히 생각날 때마다 올린 게시글을 보면 가끔 나에게 이런 창의력이나 예술적인 감성이 있었는지 뿌듯하다. 단순히 책을 읽는 감각보다도 내가 직접 시를 쓰는 그런 감각들이 문학적인 포만감도 더 채워주고 자신감도 높여준다”고 말했다.

(사진: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비전공자들은 꾸준히 작품을 전시하면서 실력도 늘고 긍정적 피드백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사진: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그림을 그려 올리는 이현지(21, 울산시 울주군) 씨도 “그림이 전공은 아니지만 내가 열심히 공들여 그린 그림을 다양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지속적으로 그림을 부계정에 전시하게 됐는데, 벌써 게시글이 150개 정도 된다”며 “부계정에 올리면 다른 게시물 없이 그림만을 올릴 수 있어서 내가 그린 그림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고 그림 실력도 점점 성장하는 게 바로 보여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부계정’은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새로운 공간"

전문가들은 젊은이들이 요즘같이 코로나19로 인해 대인관계가 예전처럼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SNS의 본 계정뿐만 아니라 부계정을 활용해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려는 심리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심리연구소 소장은 부계정을 만들어 또 다른 캐릭터로 자신의 내면 속에서 꿈틀대는 다른 '나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활기찬 삶을 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심리연구소 소장은 부계정을 만들어 또 다른 캐릭터로 자신의 내면 속에서 꿈틀대는 다른 '나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활기찬 삶을 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권나윤 심리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SNS에서 본 계정이 아닌 부계정을 활용하여 다양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젊은이들은, 심리학자 ‘아사지올리’의 주장처럼, 삶에 활기가 없으면 삶의 의미가 줄어들기 때문에 활기차게 살아가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권나윤 소장은 본 계정이 자신을 잘 알고 있는 지인으로 연계된 곳으로 변화를 주고 싶어도 고정된 이미지가 있으므로 부계정을 만들어 또 다른 캐릭터로 자신의 내면 속에서 꿈틀대고 있는 또 다른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권 소장은 “SNS에서 본 계정이 아닌 부계정 속 캐릭터를 사용하면서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고 부캐릭터를 만들어 행복과 기쁨을 느끼는 것은 자신에게 매우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권 소장은 “최근 범죄 청소년의 SNS에서 본 계정이 아닌 부계정 속 캐릭터에서 섬뜩함을 느끼는 그림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부캐릭터가 타인에게 위협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지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이 힘차게 점프하고 있다.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부계정은 본인의 이름이나 사진 등 신상 정보가 포함돼 있지 않아, 이용자들이 더욱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두 사람이 바다에서 힘차게 점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계정은 본인의 이름이나 사진 등 신상 정보가 포함돼 있지 않아, 이용자들이 더욱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한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한 대학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박시현 교수는 부계정은 심적인 자유로움으로 인해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지적했다. 부계정은 본인의 이름이나 사진 등 신상 정보가 포함돼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용자들은 더욱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는 것. 박시현 교수는 “본 계정은 본 계정대로 절친들과(친한 지인들과) 소통을 위해 사용하고 취미나 지극히 개인적인 생활을 보관하거나 교류하는 계정이 부계정”이라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 2개 이상 계정을 가진 이들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부계정은 사회의 통념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왜곡된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특정 주제에 대해 거침없는 표현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박시현 교수는 “부계정은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 사례가 많아 익명에 기대어 사기, 명예훼손, 가짜 뉴스 유포 등이 만연하고 있는 점은 우려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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