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못 가서 아쉽죠?"... 영화, 드라마 등 넘어 전시회까지 해외여행 대리만족 문화콘텐츠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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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못 가서 아쉽죠?"... 영화, 드라마 등 넘어 전시회까지 해외여행 대리만족 문화콘텐츠 인기
  • 취재기자 강지원
  • 승인 2021.07.1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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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인해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 높아
울산학생교육문화회관, 해외여행 대리만족 콘셉트 전시회 운영
해외여행 브이로그 등 유튜브 여행 콘텐츠 인기
'더 패키지', '사랑의 불시착' 등 해외 촬영 드라마 재조명

지난 5월 tvn 예능 ‘온앤오프’에 서 배우 오연서가 출연해 남다른 매력을 뽐냈다. 그 중에서도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건 오연서가 해외여행을 대리만족으로 느끼는 장면이었다. 오연서가 3차원 지도 어플리케이션인 외국 로드뷰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 각지를 둘러보며 감탄하는 장면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집에서 즐기는 언택트 해외여행이었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해외로 가는 게 어려워지자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 해외여행 가는 걸 좋아한다는 임미진(23, 부산 북구) 씨는 “국내 여행을 아무리 다녀와도 해외여행을 대신할 수는 없는 거 같다”며 “얼른 코로나 사태가 종식돼서 국내에서 느껴볼 수 없는 다른 나라의 분위기나 사람들을 접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작년 말 전역한 김정빈(23, 경남 김해시) 씨는 “군복무를 하면서 일본 여행을 계획했었는데 코로나 사태 때문에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배우 오연서가 외국 로드뷰 프로그램을 통해 언택트 해외여행을 즐기고 있다(사진: 네이버 TV 캡처).
배우 오연서가 외국 로드뷰 프로그램을 통해 언택트 해외여행을 즐기고 있다(사진: 네이버 TV 캡처).

이처럼 해외여행을 못 가는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자 해외여행 대리만족 콘셉트의 문화콘텐츠들이 생겨나고 있다.

울산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는 지난 4월부터 ‘여행 갈까요’라는 전시회를 운영 중이다. ‘여행 갈까요’는 외국 관광지를 모티브로 한 여러 작품들을 전시해 관람객들에게 마치 해외여행을 온 것만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 여행과 환경을 주제로 한 전시로서 여행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여행이 어려워진 이유가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전시회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비행기 내부를 재현한 공간을 확인할 수 있다. 비행기 내부 좌석부터 캐리어, 창문까지 설치돼있다. 또 학생교육문화회관 측에서 자체 제작한 여권이 관람객들에게 제공돼 실제 공항을 방불케 한다. 전시회 관계자는 “비행기에 탑승해 외국을 가는 느낌을 주기 위해 비행기 내부 모습을 재현했다”며 “가장 대표적인 포토존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비행기 내부를 표현한 '여행 갈까요'의 전시 공간이다(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비행기 내부를 표현한 '여행 갈까요'의 포토존이다(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여행 갈까요'에서 실제 공항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관람객들에게 자체 제작한 여권을 나눠준다(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여행 갈까요'에서 실제 공항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관람객들에게 자체 제작한 여권을 나눠준다(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비행기 내부 재현 공간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다. 괌, 사이판 바닷가를 연상케 하는 포토존부터 유럽 골목 카페 분위기를 재현한 포토존까지 마련돼 있다. 벽면에는 작가들이 과거 외국을 방문했을 때 찍었던 사진을 일러스트, 수채화 등으로 각색한 작품들이 걸려있다. 또 작가들이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랑스 파리 등을 방문했을 때 타임 랩스로 촬영한 영상들도 상영된다.

외국 해변가나 유럽 골목 카페를 연상케하는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외국 해변가나 유럽 골목 카페를 연상케하는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각각의 지역을 상징하는 전시 공간을 둘러볼 때마다 학생교육문화회관 측에서 제작한 여권에 지역별 스탬프도 찍을 수 있다. 실제 해외여행을 가면 여권에 스탬프를 찍어 기록을 남기는 문화를 재현한 것이다.

단순히 해외여행 대리만족이라는 콘셉트를 넘어 여행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환경 오염에 대한 부분도 다룬다. 전시관의 한쪽 공간에는 “관광객 증가로 오염된 보라카이 결국 폐쇄”, “낭만의 도시 베니스 10년 뒤에 사라져”, “바다거북 몸속에서 1572개의 플라스틱 쓰레기” 등의 문구가 적힌 작품들이 걸려있다. 전시회 관계자는 “작품들은 단순히 해외여행 대리만족이라는 콘셉트를 넘어 올바른 여행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며 “교육적인 측면도 있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중학교에서도 현장체험으로 이곳을 자주 방문한다”고 말했다.

여행으로 야기될 수 있는 환경 오염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여행으로 야기될 수 있는 환경 오염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우리에게 대리만족의 기회를 선물해주는 건 전시회뿐만이 아니다. 유튜브에서도 여행 관련 콘텐츠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유튜브를 부업으로 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에 다녀왔던 해외여행 기록들을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 개인 채널에 업로드한다. 올해 여행 유튜브를 시작한 임상현(24, 부산 북구) 씨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떨어진 성취감을 고취시키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다”며 “옛날에 갔던 여행 영상들을 올리다보니 대리만족용으로도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개봉한 영국 영화 ‘트립 투 그리스(Trip to Greece)’는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4번째 ‘트립 시리즈’ 영화로 관객들에게 그리스 대리만족 미식 여행기를 제공한다. 그리스 음식이나 관광지 등 그리스 문화를 다루고 있어 영화로나마 그리스 여행을 체험할 수 있다. 영화평론가 안치용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개인적으로 수치화한 평점은 10점 만점에 7점”이라고 평했다.

여행 관련 드라마나 해외를 배경으로 촬영한 드라마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꼭 여행을 주제로 한 드라마가 아닐지라도 해외가 드라마 배경지인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여행 욕구를 달래준다. 때문에 SNS 상에서 ‘랜선 여행’이라는 주제로 관련 드라마를 추천하는 게시물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더 패키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사랑의 불시착’, ‘태양의 후예’ 등 종영한지 꽤 된 드라마들이 여전히 주목받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그리스에서 촬영이 진행됐던 ‘태양의 후예’를 본 이형진(22, 부산 해운대구) 씨는 “드라마에서 그리스 나바지오 해변이 나오는 장면이 있었는데 너무 예뻐서 오히려 배경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SNS에서 여행 관련 드라마들이 재조명되고 있다(사진: 여행택시 앱 로이쿠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SNS에서 여행 관련 드라마들이 재조명되고 있다(사진: 여행택시 앱 로이쿠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생활에만 변화가 찾아온 건 아닌 모양이다. 문화콘텐츠들도 시기에 맞춰 해외여행 대리만족이라는 콘셉트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해외여행을 가기 어려운 지금 다양한 문화콘텐츠들을 통해 ‘언택트 해외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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