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우승으로 끝난 유로 2020 결승전, 그러나 뒤끝은 치졸하고 저급함의 극치 ... 잉글랜드 팬들 승부차기서 실축한 흑인 선수들 SNS에 '인종차별적 댓글'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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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우승으로 끝난 유로 2020 결승전, 그러나 뒤끝은 치졸하고 저급함의 극치 ... 잉글랜드 팬들 승부차기서 실축한 흑인 선수들 SNS에 '인종차별적 댓글' 난무
  • 취재기자 강지원
  • 승인 2021.07.13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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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아르헨 빠진 월드컵'서 이탈리아 53년만에 우승
잉글랜드, 승부차기서 이탈리아에 패하며 유로 2020 준우승
승부차기 실축한 사카, 산초 등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 난무
사카 소속팀 아스날, 소셜 미디어 플랫폼 욕설 규제 촉구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빠진 월드컵’이라 불리는 유로 2020이 한 달 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12일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잉글랜드와 이탈리아 간의 결승전은 승부차기 접전 끝에 이탈리아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이탈리아는 53년 만에 유럽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이날 결승전 전반 2분 잉글랜드의 루크 쇼가 트리피어의 크로스를 왼발 슈팅으로 연결하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후반 12분 이탈리아의 코너킥에서 혼전 상황 끝에 보누치가 침착한 마무리를 선보이며 동점골을 기록했다. 결국 1-1 스코어가 연장전까지 깨지지 않으며 양 팀은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잉글랜드는 2번 키커까지 전원 성공하며 벨로티가 실축한 이탈리아에 한 점 앞서 있었다. 하지만 3~5번 키커로 나선 래쉬포드, 제이든 산초, 부카요 사카가 연달아 실축하며 이탈리아에 우승을 내줬다.

5번 키커로 나서 실축한 부카요 사카의 SNS 계정에 일부 팬들이 인종차별적 댓글을 남겼다(사진: 사카 공식 SNS 캡처).
5번 키커로 나서 실축한 부카요 사카의 SNS 계정에 일부 팬들이 인종차별적 댓글을 남겼다(사진: 사카 공식 SNS 캡처).

잉글랜드의 아쉬운 승부차기를 뒤로 하고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경기 결과에 분노한 일부 극성 팬들은 잉글랜드에서 실축한 세 선수가 모두 흑인이라는 점을 들먹이며 SNS 상에서 인종차별 발언을 일삼았다. 특히 마지막 5번 키커로 나서 실축하며 패배의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한 사카의 SNS에선 흑인을 조롱하는 의미의 원숭이 이모티콘 등이 판을 쳤다. 극성 팬들은 “난 원숭이를 좋아해”, “넌 우리 국가의 수치야”, “엿 먹어라”, "페널티킥을 성공시키지 못할 정도면 흑인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거야“, ”아프리카에 머물러라“ 등의 댓글을 남기며 사카를 조롱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 공식 SNS에서도 조롱은 이어졌다. 은메달 이모티콘을 도배하며 잉글랜드의 준우승을 조롱하는 댓글이 다량으로 올라왔다. 또 나이지리아 국기 이모티콘을 도배하는 댓글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잉글랜드와 나이지리아 이중 국적자인 사카를 향해 나이지리아로 돌아가라는 의미의 댓글이었다.

인종차별 발언이 이어지자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은 본인의 SNS 계정을 통해 “이들은 가혹한 인종차별적 학대가 아니라 팬들의 지지를 받을 자격이 있는 선수들”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SNS에서 이들을 학대하는 사람들은 잉글랜드 팬이라 할 수 없으며 우리 또한 그런 팬들은 원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은 인종차별 문제를 강하게 질타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은 인종차별 문제를 강하게 질타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사카의 소속팀인 아스날 역시 목소리를 높였다. 아스날은 구단 공식 SNS를 통해 “다시 한 번 많은 흑인 선수들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보게 돼 슬프다”며 “소셜 미디어 플랫폼과 당국은 우리 선수들을 향한 역겨운 욕설들이 올라오지 않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축구계의 인종차별 사건은 옛날부터 종종 도마 위에 올랐다. 과거 우루과이 출신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즈는 리버풀에서 뛸 당시 상대 수비수 파트리스 에브라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징계를 받았다. 지난 4월 손흥민 역시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됐다.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간의 프리미어리그 경기 종료 후 맨유 팬들은 손흥민의 SNS에 인종차별적 메시지를 남기며 논란이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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