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확정에 일본 여행 준비하던 내국인 발만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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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확정에 일본 여행 준비하던 내국인 발만 동동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6.06.27 03:22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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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급등 여파로 여행 취소 속출...여행사도 "엎친 데 덮친 격" 울상
▲ 지난 23일 치러진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 3.8% 차이로 탈퇴 결정이 났다(사진: BBC 브렉시트 국민투표 중계 홈페이지).

지난 23일 치러진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결과가 51.9%의 찬성으로 나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확정되면서 세계 환율·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엔화에 투자자가 몰리면서 엔화 환율이 급등하자, 올여름 일본 여행을 준비하던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대학생 김정연(24, 수원시 장안구) 씨는 올해 초 휴학 후 한 기업에서 6개월 인턴 생활을 시작했다. 밥 먹듯 야근하는 고된 인턴 생활을 마치면 반드시 일본 여행을 가겠다고 마음먹은 김 씨. 지난 5월 김 씨의 월급날, 김 씨는 친구와 함께 7월 초 오키나와행 항공권을 샀다. 그런데 갑자기 브렉시트가 현실이 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브렉시트가 뭐야?"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김 씨는 곧 남의 일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됐다. 엔화 환율이 하루 만에 70원이나 급등한 것. 그는 여행 경비를 환전하기 위해 다급하게 은행을 다녀왔다. 김 씨는 “엔화가 계속해서 오를 거라고 해서 늦었지만 최대한 빨리 바꿨다. 최근 몇 년 동안 낮았던 엔화가 갑자기 이렇게 오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여름 휴가지를 알아보고 있던 직장인 허종민(37, 부산시 동래구) 씨도 일본 도쿄에 가려고 했다가 생각을 바꿨다. 허 씨는 "다행히 아직 항공권 결제를 안 했고 (환율이) 금요일에는 크게 안 올랐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 몰라서 중국이나 대만으로 행선지를 바꿀 생각이다. 왜 하필 여름휴가 앞두고 딱 지금 환율이 급등했는지...”하고 아쉬워했다.

매년 여름 일본으로 여행을 가는 정하은(33,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가지고 있는 달러가 있다면 그것으로 엔화로 바꾸는 게 원화 환전보다 낫다고 말했다. 평소 달러가 저렴할 때 사놓았다가 비상시에 쓰거나 동남아 여행 갈 때 쓰는 것도 방법이라는 것. 정 씨는 “브렉시트 여파를 접하고는 엔화 1,400원 찍던 때의 악몽이 떠올랐다”며 “작년엔 정말 저렴하게 다녀왔는데 환율이 급등하는 것을 보니 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일본여행 전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미리 환전해 둘 걸”하고 후회하는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아직 환전 안 한 분들은 지금 환전하기보다 2주 정도 지켜보고 안정되면 환전하라”는 조언도 게시되고 있다. “엔저일는 때 주말을 이용해서 일본에 자주 다녀왔는데 이젠 좀 줄여야겠다”고 말하는 이용자와 “아직은 얼마 차이 안 나는 것 같아서 취소 않고 여행을 다녀 오겠다"는 반응으로 나뉘기도 했다.

또 회원끼리 직접 엔화를 사고 파는 풍속도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카페 ‘중고나라’에서는 엔화를 사고판다는 글이 쏟아지기도 했다. 여행 다녀온 후 남은 엔화를 은행에 직접 내다파는 것보다 좀 더 값을 쳐 구매를 원하는 사람에게 직접 팔겠다는 것. 갑자기 환율이 오르면서 은행 환율보다 좀 싸게 엔화를 매입하려는 사람들이 인터넷 거래 사이트에 몰린 것이다.

여행사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여행사 모두투어에 따르면, 일본 구마모토 지진 이후 일본을 찾는 여행객들이 작년 이맘때보다 30% 가까이 줄었지만 일본행 항공권은 60% 이상 늘었다. 여행사 측은 여름 성수기로 접어들면서 일본을 찾는 여행객이 많아질 것이라 예측했지만 브렉시트 영향으로 일본 여행 수요가 도로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26일 브렉시트 관련 긴급 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이번 브렉시트에 따른 영향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브렉시트 이후 EU 체제 변화, 세계 경제와 무역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가지 구조적 변화를 긴 호흡을 가지고 주의 깊게 바라보면서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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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음 2016-07-03 19:51:53
일본이 국가부채가 천문학적이고 금리도 없는 나라인데
엔화를 안전자산으로 생각하니 이외네요.
우리나라는 너무 외풍에 휘둘리는게 아쉽네요.

초록앤 2016-06-30 00:54:13
갑작스런 상황에 우리도 빠른 대응책을 마련해야겠어요

천동민 2016-06-29 14:25:43
방학 때 일본 여행 가고 싶었는데 엔화가 갑자기 올라서 고민입니다. 저도 엔화가 내려가길 기대해봅니다.

박고은 2016-06-29 10:32:18
비행기 예약했는데 ㅠㅠ 엔화가 내려가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