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점에도 카페에도 곳곳에 등장한 무인계산기...중장년층들에게 여전히 낯선 비대면 서비스의 상징 키오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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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점에도 카페에도 곳곳에 등장한 무인계산기...중장년층들에게 여전히 낯선 비대면 서비스의 상징 키오스크
  • 취재기자 강여진
  • 승인 2021.06.16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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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 낯선 중년 여성과 기자가 동행해 실제 점검해보니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무인계산기가 노인들에게는 큰 벽
무인계산기의 작은 글씨, 초기화되는 화면에 불편함 호소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한 시대에 부응하는 교육이 필요

박선주(60, 부산시 사하구) 씨는 얼마 전 패스트푸드점에서 낭패를 봤다. 주문하러 들어간 패스트푸드점 입구에서 무인계산기가 반기고 있었다. 무인계산기가 낯선 박 씨는 직원을 통해 대면으로 음식을 주문하려 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바쁜 시간이라 입구에 있는 무인계산기를 이용해달라는 것이었다. 박 씨는 무인계산기 앞에서 천천히 주문을 시도해봤다. 하지만 바쁜 점심시간이라 줄은 길어져만 갔다. 결국에는 주문을 포기했다. 박 씨는 “노인들에게 무인계산기는 너무 어려운 존재”라며 “글씨도 작고 카드를 어디에 꽂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우리 사회에서는 이제 비대면 전략이 조명받고 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인점포들과 영화관, 카페, 식당, 편의점, 마트 등에서 무인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들은 이러한 비대면 시장이 편리하고 익숙할 수 있지만, 중장년층은 불편함과 소외함을 느낀다.

박선주 씨가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가게에서 구매할 아이스크림을 고른 뒤 무인 결제기에 바코드를 인식시키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여진).
박선주 씨가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가게에서 구매할 아이스크림을 고른 뒤 무인 결제기에 바코드를 인식시키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여진).

최근 동네 곳곳에는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가게, 무인 세계 과자 할인가게 등이 다수 생기고 있다. 박 씨는 “우리 동네에도 마트나 편의점보다 가격이 더 싼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가게가 생겼다고 해서 가보고 싶은데 무인계산기가 낯설어서 방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무인계산기가 낯선 박 씨와 기자가 동행해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방문했다.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 가게의 무인결제기 화면에 박선주 씨가 구매를 원하는 아이스크림의 상품명, 단가, 수량, 할인, 금액이 표시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여진).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 가게의 무인결제기 화면에 박선주 씨가 구매를 원하는 아이스크림의 상품명, 단가, 수량, 할인, 금액이 표시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여진).

무인결제기를 사용하던 중 박 씨가 어려움을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작은 글씨였다. 아이스크림의 바코드를 찍으면 화면에 아이스크림의 이름과 단가, 수량 등이 뜨는데 작은 글씨 탓에 구매한 것들이 똑바로 찍힌 것인지 알아보기 힘들어했다.

고객이 정해진 시간 안에 무인 결제기에 터치를 하지 못하자 화면이 초기화 상태로 넘어가 버렸다(사진: 취재기자 강여진).
고객이 정해진 시간 안에 무인 결제기에 터치를 하지 못하자 화면이 초기화 상태로 넘어가 버렸다(사진: 취재기자 강여진).

구매하려는 아이스크림의 바코드를 찍고 결제 단계에 들어가기 전에 박 씨가 주춤하며 가게에 안내되어있는 계산 절차를 읽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앞서 무인 결제기에 찍어둔 아이스크림들이 초기화되어 시작화면으로 돌아갔다. 화면이 사라져 처음부터 다시 바코드를 찍어야 하는 상태가 됐다.

박선주 씨가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 가게의 무인 결제기에 카드를 꽂아 골라온 아이스크림을 결제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여진).
박선주 씨가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 가게의 무인 결제기에 카드를 꽂아 골라온 아이스크림을 결제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여진).

결제 단계에서도 어려움은 계속됐다. 카드를 넣어야 하는 위치가 잘 보이지 않아서다. 가게 내부에는 IC칩이 아래로 향하도록 카드를 꽂아달라는 안내가 있었지만, 그마저도 작은 글씨로 쓰여 있었기 때문에 중장년층이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웠다. 결국 기자의 도움을 받은 박 씨는 카드를 똑바로 꽂아 아이스크림을 구매할 수 있었다. 박 씨는 “계산하는데 시간이 이렇게나 오래 걸리니 뒷사람 눈치 보랴, 화면 보랴 정신이 없다”며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무인계산기 사용은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게 입장에서는 무인 결제기를 사용하면 인건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본다. 최저임금이 증가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걱정이 커지고 있기에 무인계산기를 사용하는 가게는 나날이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1000명을 상대로 시행한 비대면 서비스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요즘 사회 전반에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하는 느낌이라는 것에 조사대상자의 86.8%가 동의했다. 앞으로 무인점포 등 비대면 서비스만 이뤄지는 매장이 많아질 것 같다는 것에도 85.6%가 동의했다.

노인들의 무인결제기 사용을 돕는 앱도 출시됐다. ‘KT 키오스크 교육용 앱’은 KT가 자체 개발한 터치스크린 방식의 키오스크 무인결제기 교육용 앱이다. 플레이스토어의 앱 설명에 따르면, 디지털의 급속한 발전과 무인화로 인해 고령층이 특히 어려움을 느꼈던 패스트푸드, 카페 주문, 기차예매, ATM, 무인 민원발급, 병원 등 생활 속 키오스크 활용을 돕기 위해 KT 키오스크 교육용 앱이다.

서울시 관악구는 지난 21일 어르신과 비문해자를 위한 디지털 문해 교육 운영에 나선다고 밝혔다. 어르신과 비문해자를 대상으로 영화관, 카페 등에 설치된 무인단말기와 동일한 화면으로 교육을 시행한다. 디지털 기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실습을 해 일상생활에서 활용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부산시에서는 코로나 19로 인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확산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격차에서 오는 사회, 경제적 불균형을 방지하기 위해 주민센터, 평생교육관 등 생활 SOC를 활용한 ‘디지털 배움터’를 109개소 운영한다. 교육은 올해 4월부터 12월까지 이어지며 디지털 역량이 낮은 국민의 생활 속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이는 부산광역시 공식홈페이지에서 자세한 공지를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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