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돌아 신공항 백지화, 김해공항 확장 안으로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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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돌아 신공항 백지화, 김해공항 확장 안으로 대체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6.06.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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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국토부, “김해공항 확장안이 최적” 발표... 부산시민·정관계 강력 반발

10년을 끌어온 신공항 유치 결과가 발표됐다. 정부의 선택은 부산 가덕도도, 경남 밀양도 아닌 김해공항 확장이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신공항 건설 계획은 또다시 공수표가 되었다.

국토교통부 강호인 장관과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장 마리 슈발리에 수석 엔지니어는 21일 오후 3시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동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 보고회’에서 김해공항 확장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발표했다.

슈발리에 수석 엔지니어는 여객, 화물 수요, 공항 건설 비용, 위험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김해공항 확장 안이 가장 낫다고 밝혔다. 점수를 매겨 보니, 첫 번째로 김해공항 확장안, 두 번째로 밀양 활주로 2개 공항 신설안, 세 번째로 밀양 활주로 1개 공항 신설안, 네 번째로 가덕도 활주로 1개 공항 신설안, 마지막으로 가덕도 활주로 2개 공항 신설안 순으로 결과가 나왔다는 것.

ADPi는 구체적 평가 항목으로 ‘운영상 고려사항,’ ‘전략적 고려사항,’ ‘사회경제학적 고려사항’ 등을 들었다. 항공교통 관제, 장애물 관련 요소, 비행공학적 요소, 접근 가능성, 소음 관련 요소, 생태학적 요소, 비용, 리스크 등을 모두 고려했다는 것. 특히 이번 발표는 정치적 후폭풍도 고려한 결과라고 밝혔다.

강 장관은 "김해공항 확장안은, 기존 김해공항을 단순히 보강하는 차원을 넘어 활주로, 터미널 등 공항시설을 대폭 신설하고, 공항으로의 접근 교통망도 함께 개선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김해공항은 남부를 책임지는 거점공항으로 거듭나게 될 전망이다.

이번 발표에 앞서 지역사회는 물론 정치권까지 부산과 밀양 양쪽을 놓고 갈등이 심각했다. 부산 가덕도를 지지하는 PK(부산·경남)와 경남 밀양을 지지하는 TK(대구·경북) 사이에서 벌어진 치열한 유치전의 결과는 5년 전과 같은 신공항 백지화다. 정부는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자 돈을 적게 들이면서 PK와 TK의 분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김해공항 확장안을 고육책으로 내놓은 셈이다.

강 장관은 "갈등과 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5개 지자체가 합의한 방식에 따라 입지평가 결과가 나온 만큼 용역 진행 과정에서 보여준 성숙한 민주의식과 합의 정신을 발표 이후에도 끝까지 존중, 대승적 차원에서 평가 결과를 수용해 달라"고 영남권 주민들에게 당부했다.

이에 대해 부산의 정관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김해공항 확장안은 눈앞에 닥친 지역갈등을 피하고 보자는 미봉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신공항 용역은 김해공항 포화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용역인데도, 그 취지에 명백히 어긋난 이번 결정은 360만 부산시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덧붙였다. 가덕신공항추진범시민운동본부도 "이같은 결정이 근본적인 공항 대책보다 심각한 지역간 갈등구조를 피하기 위한 일시적인 미봉책"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촉구한다"고 성명을 냈다. 

부산 시민들도 정부의 발표에 대해 불만과 아쉬워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직장인 박성배(46, 부산시 강서구) 씨는 “대통령이 신공항을 부산에 지어준다고 해놓고 왜 안 지어주냐”며 “서 시장도 유치 못 하면 사퇴한다고 했으니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분노했다. 또 다른 직장인 최재언(36, 울산시 남구) 씨도 “이거든 저거든 결정해야지, 매번 신공항 한다고 했다가 백지화했다가... 내년 대선 되면 또 신공항 하겠다고 들고 나올 게 뻔하다”고 불신감을 보였다. 대학생 박정은(24,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김해공항 확장이 현실적으로 안 된다고 해서 신공항을 추진했던 것 아니냐? 그런데 새삼 김해공항 확장안을 들고 나오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신공항 밀양 유치를 추진해 왔던 대구의 반응도 격앙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정부가 역사의 수레바퀴를 10년 전으로 돌려놓은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했다”며 “앞으로 용역 과정과 내용을 철저히 검증할 것이고 영남권 시·도민의 의견을 다시 수렴해 부산을 포함한 5개 시·도가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4개 시·도 시민단체들이 모여 만든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 추진위원회(추진위)도 실망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강주열 추진위원장은 “정말 참담함 심정이다. 이명박정부에 이어 또 한번 정부의 대국민 사기극이 벌어졌다”며 “이 결과를 절대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21일 도청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공항 문제는 이미 전문가 영역을 벗어나서 정치적 문제로 비화했기에 정부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김해공항을 확장해서 신공항을 대체할 수 있으면 갈등을 유발하지 않는 좋은 일”이라며 정부 발표를 수용할 뜻을 밝혔다.

한편, 국토부는 올해 안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 내년 중 공항개발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하기로 했다. ADPi는 확장 김해공항의 연간 승객 수요를 국제선 2,800만 명, 국내선 1,200만 명 등 총 4,000만 명으로 예상했다. 화물 수요는 연간 36만t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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