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범 칼럼] 부산사람 삶터 망칠 한탕주의 활극(活劇)들: 청사포 해상 풍력발전, 광안리 해상 케이블카···
상태바
[차용범 칼럼] 부산사람 삶터 망칠 한탕주의 활극(活劇)들: 청사포 해상 풍력발전, 광안리 해상 케이블카···
  • CIVIC뉴스 칼럼니스트 차용범
  • 승인 2021.06.07 06:02
  • 댓글 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는 이웃의 건강한 삶은 무시한 채 나의 물질적 포만만을 추구하는 파렴치한 세대인가. 우리는 사회적 환경은 외면한 채 경제적 확장만을 고집하는 무책임한 세대인가. 우리는 문명평론가 루이스 멈포드의 한탄처럼, “통제되지 않은 확장, 파렴치한 착취, 물질적인 포만을 거듭하다”, 끝내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우둔한 세대인가.

우리는 어쩌면 파렴치한 착취의 궁극적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채, 또 하나의 ‘말세(末世)’를 재촉하는 현대문명 속의 눈 먼 세대인지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오직 하나뿐인 지구‘, ’오직 하나뿐인 부산‘에 살며, ’사람‘보다 ’개발‘를 앞세우는 생태적 파산을 이토록 집요하게 추구할 수 있나. 물어보자. 사람을 위해 개발이 존재해야 하나, 개발을 위해 사람이 희생당해야 하나?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시대, 오늘의 팬데믹 상황에서 내일의 변화를 대비할 때다. 그 시대의 변화를 일깨우는 눈앞의 키워드를 보라. 선진국 개념의 변화(경제수준·산업발달 정도⇨재난 대응의 국가역량), 친환경의 부상(무모한 개발·환경파괴에의 경종), 언택트 문화(비대면·비접촉 방식)의 확산 등이다.

"코로나19 풍토병 된다"-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암울한 진단이다. 바이러스 변이 때문에 집단면역 형성은 어려우며 결국 풍토병으로 남을 것으로 본다.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영원히 함께 살아야 할 것"-‘모더나 백신’을 만든 모더나(Moderna) 스테판 방셀 CEO의 경고도 같은 논리다.

‘전환 없이 미래 없다'-국내 석학들은 한목소리로 경고한다. 지금 당장 변화를 선택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코로나 사피엔스-문명의 대전환···'). 오늘 같은 생태계 파괴와 소비양식이 바뀌지 않는 한 코로나 사태는 끝나지 않을 것이며, 과거의 언어, 과거의 방식으로 이 같은 위기를 이겨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특히 환경생태학자 최재천의 성찰은 묵중하다. 지구환경은 인간의 탐욕과 파괴를 감당할 만큼의 수용 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거듭되는 환경재난 속에서 위기에 대한 인식은 안일했다, 자연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을 믿었던 인간의 오만함은 결국, 지구의 위기를 넘어, 생명의 위기, 생존의 위기를 불렀다는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 사피엔스’, 우리의 선택이다. 우리는 눈앞의 과제 앞에 얼마나 현명한가? 우리는 과연 오늘의 사회구조를 바꾸며, 삶의 방식을 전환할 수 있을까? 역시, 문제는 실천이다. 성찰만 하면 뭣하나? 우리는 겉으론 ‘포스트 코로나’ 대응, 환경보전의 엄중함을 내세우며, 속으론 예전의 그 오만이며 탐욕을 버리지 못하는 것을.

부산도 예외일 수 없다. 친환경의 부상-언택트 문화의 확산-저출산의 심화 앞에서, 환경파괴며 인구증가에 기댄 개발에 매달린다. 환경파괴에 따를 위험을 알면서도 그 우려를 애써 외면하며, 당대와 후대의 안전하고 쾌적한 삶을 팽개치려 드는 것이다. 해운대 청사포 해상풍력 발전이며, 해운대-이기대 해상관광 케이블카 건설은 그 단적인 사례다.

청사포 해상풍력 발전 계획. 청사포 1.2Km 앞 해상에 대단위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생각해 보라. 해운대~청사포 앞바다에 해수면 기준 100m 높이의 발전용 터빈 9기가 들어선 상황, 그 송전선로가 좌동 도심을 가로질러 변전소까지 가는 상황을. 그에 따른 환경피해며 인체에의 위험, 해양환경과 도시기능에 미칠 악영향은 또 어느 정도이겠나.

청사포 해상풍력 발전사업, 청사포~해운대 해수욕장 앞 1.2km, 해상에 높이 100m 발전 터빈 9기를 설치하는 사업이다(사진: 사업 개념도, 반대 대책위).

이 사업, 해운대~기장 앞바다에 터빈 109기에 530MW를 생산하는 계획의 일부다. 정부는 무작정 허가하고, 사업자는 지난 6년여, ‘깜깜이’로 추진했다. 부도덕한 환경운동가·지역활동가와 내통했을 뿐, 지역주민의 공감과 동의는 가벼이 여긴 것이다. 지역사회의 반대운동이 날로 설득력과 세(勢)를 얻는 것은 당연하다.

해운대 바다가 어떤 바다인가, 세계적 해양레저 관광도시를 견인할 귀중한 바다다. 국제적 관광단지·대단위 주거지역과 맞닿은 일상적 삶의 보배다. 해상풍력, 세계를 넘어 한국에서도 60~140Km 떨어진 먼바다에 설치한다. 해상부유 방식으로도 먼바다에 설치한다. 이런 흐름에서, 해운대 앞 1.2km 바다에, 고정식 터빈을 세워야 할 절박함은 뭔가?

이 사업, 그 부도덕함과 타당성 없음은 날로 드러나고 있다. 지역사회의 들붙같은 반대운동에 직면, 그 전망도 컴컴하다. 그들은 사업의 필수요소, ‘주민 수용성’을 확보했다고 주장하나, 부산시와 해운대구청·해운대구의회는 ‘수용성 확보 부족’을 공식 확인했다. 이 사업, 눈앞의 탐욕에 눈먼 개발업자와 부도덕한 지역인사가 결탁한 서글픈 활극이다.

이런 가당찮은 활극들이 그저 그들만의 책임이겠나. 최근 풍력발전 건설에 따른, 또는 ‘풍력발전 특별법’ 제정에의 반발로 온 나라가 야단법석인 것을 보면, 이 정부의 책임도 추궁해야 마땅하리. ‘사람이 먼저’를 외치며 ‘사람’을 죽이려 들고, 친환경을 표방하며 환경을 파괴하고, 국정에의 ‘책임윤리’ 대신 나만의 ‘신념윤리’를 추구하는 그 책임이다.

해운대~이기대 해상 케이블카. 해운대 동백유원지~용호동 이기대 사이 4.2km의 해상 케이블카다. 광안대교 바깥쪽, 그 대교보다 높게, 평형으로 지나가는, 국내 최장 규모다. 동백섬 일원과 이기대의 난개발, 그 일원의 교통혼란에, 광안대교 경관·조망권 훼손, 공공재의 사유화에 따른 반발은 다시 뜨겁다.

부산 지역업체가 해운대-이기대 해상 케이블카를 다시 추진, 부산 지역사회의 뜨거운 반발을 사고 있다(사진; 해상 케이블카 개념도, 부산해상관광케이블카 홈피).
부산 지역업체가 해운대-이기대 해상 케이블카를 다시 추진, 지역사회의 뜨거운 반발을 사고 있다(사진: 해상 케이블카 개념도, 부산해상관광케이블카 홈피).

사업자는 2016년 이 사업을 제안했다가 환경성·교통성·안전성 및 특혜 소지 등 문제에 걸려 제안서를 반려받은 바 있다. 반려사유를 해결할 뚜렷한 검토 없이 2019년 다시 건립을 시도하다, 지역사회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다. 그 사업계획, 최근 재접수한 것이다. 해운대 일원 교통난 보완책, 그 송림공원 주차장 확대계획 같은 것은 되려 문제를 가중할 우려가 크고.

그 사업구역은 어떤 곳인가?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의 선명한 지적이 있다. 부산은 바다-산-강이 조화를 잘 이룬 삼포지향의 도시이며 환경적·생물학적 가치로 세계적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환경적·생태적·사회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지역에서, 환경을 해치고 삶의 질을 떨어뜨려가며, 꼭 케이블카를 건설할 절박함은 뭔가?

한 지역언론이 제기한 근본적 의문, “부산의 새 관광콘텐츠냐? 천혜의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흉물이냐?” 부산 송도, 경남 통영, 전남 목포에서 보듯 그 사업은 퇴보하는 흐름이라는 것, 수익배분·환경파괴 문제가 뒤따랐고 지속적인 관광객 유입이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이 사업, 결국 만대의 공유자산을 사유화하는 사익추구용 특혜사업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새삼 새긴다. 팬데믹의 원인을 ‘분별없는 환경파괴’로, 미래에의 대응으로 ‘자연-인간의 공생’을 말하는 시대다. 최근 부산바다를 망가뜨릴 그 사업들, 타당성-환경성-수용성 두루, 시대와 맞지 않다. 겉으론 클린에너지 생산이며 관광 콘텐츠 보완을 말하지만, 실상 장래 사회변화를 거스르는 심각한 환경파괴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불화할 인간의 탐욕이다.

인류의 성장지상주의를 경계하는 경고는 잇따른다. 팬데믹은 자연의 복수가 아니라 바로 인간의 자책골이다, 성장중독 체질의 개선 없으면 더 독한 팬데믹 온다, 팬데믹 대책은 환경보호 방향으로부터···(가디언).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과거의 언어·방식을 고집하다 죽어갈 것인가, 삶의 방식을 전환하며, 함께 살 것인가?

국내 석학들은 코로나 상황에 붙여, ‘전환 없이 미래 없다'고 경고한다. 오늘 같은 생태계 파괴와 소비양식이 바뀌지 않는 한 코로나 사태는 끝나지 않을 것이며, 과거의 방식으로 이 같은 위기를 이겨내기는 힘들 것이라고(사진; '코로나 사피엔스' 표지).
국내 석학들은 코로나 상황에 붙여, ‘전환 없이 미래 없다'고 경고한다. 오늘 같은 생태계 파괴와 소비양식이 바뀌지 않는 한 코로나 사태는 끝나지 않을 것이며, 과거의 방식으로 이 같은 위기를 이겨내기는 힘들 것이라고(사진; '코로나 사피엔스' 표지).

언제나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장 빠를 때다. 부산이 정녕 ‘시민 모두가 행복한 도시’로 가려면, 무엇보다 도시 생태계를 회복시켜 자연과의 풍부한 접촉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누구나 편안·안전하고 쾌적한 도시? 오늘의 팬데믹 시대에 조화롭게 적응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넥스트 노멀'에 대비하지 않고는 꿈꿀 수 없다.

세계 환경의 날(6월 5일)을 보내며, 다시 묻는다. 우리는 오늘의 오만과 탐욕이 빚을 내일의 위기를 예감하지 못한 채 눈앞의 배부름만을 생각하는 우둔한 세대인가? 우리는 쾌적한 도시와 삶의 바다를 잃고서야, 당대와 후세의 삶의 기반을 상실했음을 깨우칠 현대문명 속의 눈먼 세대인가? 우리는 정녕, 부산의 바다를 망가뜨리며 만대의 삶의 터전을 앗아갈 저 가당찮은 활극들을 끝내 용인할 것인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5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해운대 사랑 2021-06-09 11:49:10
40만 해운대 주민이 사는 청사포 바다 1.2km에 해상풍력을 절대 반대합니다. 주거지 코앞에 웬말인가요
소음과 전자파,저주파로 주민건강해치는 풍력을 막아주세요.
다른곳처럼 50km 밖 먼바다로 나가야 됩니다

부산중동 2021-06-08 15:14:25
제발 청사포 앞바다는 그대로 놔둬라

부산 2021-06-08 09:23:35
좋은 글입니다

해운대주민 2021-06-07 07:35:11
멋진글 감사드립니다.
그린뉴딜의 탈을 쓰고 해운대를 망치려는자,
반드시 그죗값을 몇배로 돌려받을것입니다.

해운대시민 2021-06-07 06:19:20
박형준시장이 추진하는 어반루프도 한번 다뤄주시길.. 풍력, 케이블보다 더 큰 이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