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가본 적도 없고, 비대면 수업은 겉돌고"... 코로나로 좌절하는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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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가본 적도 없고, 비대면 수업은 겉돌고"... 코로나로 좌절하는 대학생들
  • 취재기자 김수연
  • 승인 2021.06.06 0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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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들, 자기 학과가 캠퍼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예체능 실습 수업은 수박 겉핥기
조사결과, 대학생 26.4% "휴학하고 싶다"

대학생 최 모(2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이지만 입학 이후 일부 과목의 대면시험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학교에 가본 경험이 없다. 물론 최 씨에게는 축제도, MT도, 미팅도 없었다.

교육부는 올 3월 2일 대학에게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혼용할 수 있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대학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부 실습 과목이나 소규모 강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대면 강의 방식을 채택했다. 그 결과, 최 씨 같은 2020년 입학생인 2학년은 자신의 학과가 학교 내 어디에 있는지 캠퍼스 지리조차 모르는 처지가 됐다.

코로나 시대 대학생 권리 찾기를 내세우는 대학생 모임인‘코로나대학생 119’의 대학생 피해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비대면 강의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으로 인해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다. 예를 들면, 비대면 수업은 전부 온라인으로 수업이 이루어지는데, 자기집 인터넷 연결이 불완전하거나 디지털기기가 없는 사람들은 수업을 위해 새로운 지출을 해야만 한다는 것. 최 씨는 “집에 와이파이가 안되어 있어서 매일 아침 수업을 들으러 카페에 간다. 진짜 커피값이 많이 들어가서 미치겠다. 도대체 등록금은 왜 안 깎아주는지 모르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예체능 계열의 학생들 경우는 더욱 곤란하다. 디자인 전공자인 이주열(2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실습 때문에 등록금이 비싼 편인데, 대부분 수업이 비대면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실무 능력을 향상시키기에 수업의 질이 너무 낮다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휴학을 선택한 학생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대학생의 26.4%가 휴학할 거라고 응답했다. 이주열 씨는 “나는 참다 참다 휴학을 선택했다. 지금 수업을 듣는 것은 내 실력 향상에 도움이 전혀 안되는 것만 같다”고 전했다.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대부분 대학이 비대면 수업을 지속하자, 휴학하고 싶다는 대학생이 속출하고 있다(사진: 잡코리아 알바몬 조사 결과).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대부분 대학이 비대면 수업을 지속하자, 휴학하고 싶다는 대학생이 속출하고 있다(사진: 잡코리아 알바몬 조사 결과).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이상엽(20,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새내기로서 대학이나 자기 소속 학과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고 무엇이든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점이 아주 부담스럽다. 보통 새내기들은 모르는 것이 있다면 선배들에게 질문하지만, 21학번의 선배들인 20학번도 같은 코로나 피해자로 새내기와 다를 바가 없다. 이 씨는 “내가 알던 대학 생활과 지금의 내 처지가 너무 다르다. 내가 지금 사이버대학을 다니는 친구들과 다를 바 없는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하지만 모든 대학생이 비대면 수업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집이 멀어서 학교 인근에 자취하거나 먼거리에서 학교에 통학할 필요성이 없다는 단순한 이유로 비대면 수업을 더 선호하는 학생들도 있다. 최 씨는 “교수님이 수업 방식을 결정할 때 수강생 투표를 많이 사용하는데, 익명 투표를 하면 대부분 비대면을 선호하는 학생이 더 많다”고 했다. 대학생 김동현(23,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비대면으로 하면 통학 시간만큼 늦잠을 잘 수 있어서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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