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청소년 4명 중 1명은 노숙 경험”... 따뜻한 도움 손길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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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청소년 4명 중 1명은 노숙 경험”... 따뜻한 도움 손길 절실
  • 취재기자 성민주
  • 승인 2021.06.0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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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 ‘홈리스 청소년 지원 입법·정책 과제’ 보고서 발간
2020년 가출 경험한 학생 11만 5741명... 실제로는 더 많을 듯
가출 청소년 PC방, 찜질방 등 전전... 일부 비용 문제로 노숙하기도
전문가들 "청소년 쉼터 입소 동의권 보호자 아닌 당사자에게 줘야"

원치 않게 가정을 떠나온 이들이 사회에 나와서도 소외되고 있다. 아동학대, 친족 성폭력, 가정폭력 등으로 인해 집을 뛰쳐나왔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가출을 경험하는 청소년 규모는 늘어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가정 밖 청소년을 보호하고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제대로 된 제도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가정 밖 청소년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법률에 ‘홈리스 청소년’ 개념을 도입하고 청소년 주거권을 폭넓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사진: 국회입법조사처 제공).

국회입법조사처는 4일 ‘홈리스 청소년 지원 입법·정책 과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가출을 경험한 학생은 11만 5741명으로 이는 학업중단 청소년이 제외된 조사라는 점에서 실제 가출 청소년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가출 청소년들이 '헬퍼'라 불리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사진: 페이스북 화면 캡처).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가출 청소년들이 '헬퍼'라 불리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사진: 페이스북 화면 캡처).
네이버 지식인들도 '가출' 관련해 질문하고 있다(사진: 네이버 화면 캡처).
네이버 지식인에도 가출한 청소년을 찾거나 가출 청소년 쉼터와 관련한 질문이 올라오고 있다(사진: 네이버 화면 캡처).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도 ‘가출팸’이라고 불리는 가출한 청소년들의 모임이 다수 존재했다. 페이스북에는 ‘가출, 상처받은 아이들’, ‘가출 또한 사회다’ 등 가출한 청소년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그룹이 만들어져 있다. 한 그룹에 들어가면, 가출한 청소년들이 ‘헬퍼’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는 글이 보인다. 네티즌들은 “16살 포항입니다. 집 나온 지 3일 됐는데 갈 곳이 없어요. 배도 고프고 도와주실 분 있나요”, “저 광진구인데 가출하려고 합니다. 쉼터 어디 없나요? 도와주세요. 아무나 저를 만나주세요. 급합니다”, “인천 도와주실 분” 등 게시글을 올려 도움을 요청했다.

가출한 청소년들의 가출 사유는 대체적으로 '부모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사진: 여성가족부 제공).
가출한 청소년들의 가출 사유는 대체적으로 '부모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 여성가족부 제공).

가출한 청소년들의 가출 사유는 주로 부모와의 문제로, 이는 가정 내 폭력이나 학대 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성가족부의 ‘2021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가출 경험 청소년들 61%가 ‘부모님과의 문제’가 가출 사유라고 응답했다. 다음으로 학업 문제(20.8%), 친구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8.0%) 순으로 나타났다.

또 청소년쉼터 이용자 조사 결과에서도 가정 내 폭력 및 학대로부터 탈출한 ‘생존형 가출’이 주요 가출 사유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에 따르면, 청소년쉼터에 머물고 있는 청소년 중 절반가량은 ‘귀가를 원하지 않는다’(46.6%)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가정폭력으로 집에 가기 두렵거나’, ‘갈 집이 없다’고 답했다.

가출 청소년들이 친구 집이나 PC방, 찜질방, 여관 등을 전전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가출 청소년 4명 중 1명이 PC방이나 찜질방 등마저도 갈 형편이 안돼 노숙을 경험했다고 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집을 나온 청소년들은 생활비 부족(62.0%)과 갈 곳 없음(34.8%)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고 지적했다.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등의 지원 대상에서도 청소년은 배제되어 있어 지원받을 수 없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의 가정 밖 청소년은 청소년 쉼터 또는 귀가 외에는 주거 대안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가정 밖 청소년 조사에서 4명 중 1명은 가출 이후 노숙 경험이 있었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가정 밖 청소년을 위한 주거 대안은 청소년복지 지원법에 근거한 청소년 쉼터에 한정돼 있다. 더 큰 문제는 쉼터에 입소 시 입소 동의권은 보호자에게 있다는 것. 쉼터 퇴소 이후 지원정책도 매우 제한적이라고 입법조사처는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가정 밖 청소년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법률에 ‘홈리스 청소년’ 개념을 도입하고 청소년 주거권을 폭넓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가정 밖 청소년 지원 강화 정책으로 △가정폭력 및 친족 성폭력 등 가정 내 학대 피해 청소년 당사자가 쉼터 입소 희망 시, 부모 연락 원칙 배제하며 쉼터 입소 동의권 부여 △일시, 단기, 중장기쉼터 등 거주 기간 중심으로 운영되는 쉼터의 기능 일시보호, 자립지원으로 개편 운영 △불가피한 사유로 귀가하기 어려운 청소년쉼터 퇴소 청소년에게 자립정착금 지급 또는 사후관리 서비스 제공 등을 제시했다. 

해외에서는 ‘홈리스 청소년’ 개념을 도입하고 자립 지원 정책을 강화하는 추세다. 국회입법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가출청소년에 대한 21일의 단기 보호 이후에는 자립 지원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영국은 ‘홈리스 감소법’에 따라 홈리스 청소년에 대한 주거 지원 의무를 지방정부에게 부과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홈리스 감소법’은 2018년 법이 시행되자, 2019년에서 2020년 기간 동안 12만 1000명의 청소년들이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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