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조사, 중3생 중 27%가 적정 문해력 미달
중3생 중 11%는 초등생 수준의 문해력 보여
‘책은 뒷전, 손에는 항상 스마트폰’ 현상이 원인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누가 세 줄 요약 좀.”
이는 분량이 긴 게시글에서 자주 올라오는 댓글로, 최근 증가하는 한국의 ‘실질 문맹률’ 실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실질 문맹률이란 글을 읽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문해력’의 문제를 말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실질 문맹률은 75%에 달한다. 특히 책보다 스마트폰을 더 많이 접하는 소위 ‘MZ세대’의 문해력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교육방송공사 EBS는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문해력 평가' 결과, 27%의 학생이 중3 적정 수준에 미달했으며, 11%의 학생들은 초등학생 수준의 문해력을 갖췄다고 밝혔다.
MZ세대의 문해력 저하 원인은 영상 중심의 미디어 발달의 영향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M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다 보니 필요한 정보를 글보다 영상으로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 특히 최근 10분 이내의 짧은 영상을 뜻하는 ‘숏폼 콘텐츠’의 유행이 맞물려 글뿐만 아니라 긴 영상 또한 소비하지 않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대학생 박수빈(21) 씨는 “틱톡이나 유튜브를 보면 어떤 사건에 대해 3분 내로 정리하는 영상을 자주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채원(21) 씨는 문해력 저하 원인이 영상 미디어의 발달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글을 접할 환경이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고등학생 때는 학업을 따라가기 바빠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했고, 대학생이 돼서도 전공과 관련된 책을 우선적으로 읽어야 했기 때문에 매번 한정된 종류의 글만 접하게 된다는 것. 박 씨는 “고등학생 때 소설이나 인문학 책을 읽으면 시간 낭비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어떤 종류의 책이든 많이 읽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해력 저하 현상뿐만 아니라 이를 대하는 태도 또한 심각한 문제다.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한 ‘기생충’의 한 줄 평에 대한 반응이 대표적인 예시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 영화에 대해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신랄하면서 처연한 계급 우화”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접한 일부 네티즌들은 “있어 보이려고 너무 허세를 부렸다”, “더 쉬운 단어로 대체할 수 있었는데 왜 굳이 저렇게 썼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이수희(46, 부산시 사하구) 씨는 “모르면 네이버 사전에 찾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 사람들이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해서 문제”라고 말했다.
문해력은 단시간에 기를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꾸준하게 책을 접하고 모르는 단어를 알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김경철(52, 부산시 사하구) 씨는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것이 습관화돼야 한다. 고등학생인 아들에게도 책을 많이 읽도록 권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