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백신 여성에만 무료 지원해 반쪽 사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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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백신 여성에만 무료 지원해 반쪽 사업 논란
  • 취재기자 이하림
  • 승인 2016.06.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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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유두종바이러스는 남녀 모두 성관계로 전염돼 남성도 접종 필수
▲ 한 여성이 백신 주사를 맞고 있다(사진: 픽사베이)

정부가 이달 20일부터 여성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고 질병 예방을 위해 ‘건강 여성 첫걸음 클리닉’ 사업의 시행에 나서 전국의 여성 청소년들에게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무료 지원하고 있으나, 자궁경부암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남성에 대한 예방접종 지원은 누락돼 사업 효과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7일 질병관리본부와 부산시는 자궁경부암 백신을 국가 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시켜 무료로 접종하고 건강상담도 하는 ‘건강여성 첫걸음 클리닉’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무료접종 대상은 2003년 1월부터 2004년 12월에 출생한 여성 청소년. 부산시는 초경 전후 시기의 건강생활 습관, 사춘기 성장발달에 대한 전문상담을 통해 여성 건강을 보호하고 나아가 모성 보호로 출산율 제고에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 여성암 중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발병률이 높은 암으로, 우리나라에도 매년 3,300여 명이 발병하고 연간 900여 명이 사망하는데, HPV(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 접종으로 70% 예방이 가능하다.

그런데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이 인유두종바이러스는 남녀 모두 감염될 수 있어 남성도 예방 접종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인유두종바이러스가 대부분 성관계를 통해서 전염되기 때문. 지난해 <SBS> 보도에 따르면, 국내 자궁경부암 환자 1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가 성관계를 통한 감염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유두종바이러스를 가진 남성이 성관계를 통해 상대방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성기사마귀와 음경암, 구강암의 원인이 되는데, 남성이 생식기사마귀에 걸리면 배우자에게 감염시킬 확률이 75%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윤수 비뇨기과 전문의는 지난해 <JTBC>와의 인터뷰에서 “남성들이 인유두종 백신을 맞는다면 여성이 자궁경부암에 걸릴 확률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많은 나라에서는 성별에 관계 없이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호주, 오스트리아, 르완다 등에서는 남녀 모두에게 자궁경부암 백신 예방접종을 국가필수예방접종(NIP)으로 맞히고 있다. 또한 이 연령대에 백신을 맞지 않은 여자들은 26세까지, 남성은 21세까지 백신을 맞도록 권장한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백신 접종사업에는 남성 청소년은 대상에서 빠져있어 반쪽 사업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주부 한예영(40) 씨는 “정부가 자궁경부암 백신을 무료로 지원해 줘서 딸아이 예방접종을 할 수 있게 돼 좋다”면서도 “자궁경부암은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 예방이 필요하다고 들었는데, 남자 아이들에게도 예방접종 지원을 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백신은 보건소와 위탁계약을 맺은 참여 의료기관에서 접종할 수 있으며, 올해 해당 연령대의 95%(2만 5,600여 명)이상에게 접종할 계획이다. 2003년생 1만 3,732명과 2004년생 1만 3,215명을 대상으로 6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할 계획이다. 부산시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자궁경부암 백신이 올해 처음으로 국가 필수 예방접종으로 실시되면 자궁경부암 발생 및 사망이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출산율도 증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건강여성 첫걸음 클리닉’ 포스터 (사진: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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