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석 칼럼] ‘내로남불’ 위선이 무너뜨린 진보의 가치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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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석 칼럼] ‘내로남불’ 위선이 무너뜨린 진보의 가치와 희망
  • 편집국장 송문석
  • 승인 2021.05.2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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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지지와 희망 안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등 돌린 차가운 민심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취임사는 빈말 돼
20대 청년들의 반감과 분노에 대한 공감과 이해는 찾아볼 수가 없어
오만과 위선, 이중성과 불공정에 진보층은 시간이 갈수록 등돌리고 있어
4.7 재보궐 선거를 위해 서울 양천구 계남다목적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사무원들이 투표지분류기 모의시험을 하고 있다.(사진: 더팩트 제공).
4.7 재보궐 선거를 위해 서울 양천구 계남다목적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사무원들이 투표지분류기 모의시험을 하고 있다(사진: 더팩트 제공).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를 맞이한 23일 경남 김해에 모인 정치인들의 입에선 너도나도 ‘노무현의 뜻’과 ‘노무현의 정신’을 부르짖었다. 말의 성찬을 벌였다. 중진 정치인 치고 생전 노 전 대통령과 이렇게 저렇게 얽히고설킨 인연 한 자락 없을까마는 이날 따라 그런 인연은 부풀려지고 마치 그로부터 역사의 대임을 맡으라는 하명이나 받은 것처럼 강조하고 또 목청을 높였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공정’을 얘기하고, ‘분열과 갈등을 넘어선 국민통합’을 말하고, ‘공정한 사회’를 노 전 대통령이 추구했다고 전했다. ‘낡은 좌파 프레임과 맞선 대통령’ ‘국가 이익을 위해서라면 지지자 비판과 진영논리를 뛰어넘은 용기의 지도자’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말들은 휘황하고 찬란했으나 한없이 공허했고, 땅에 머물지 못하고 곧바로 흩어졌다. 그것들은 망자를 위함이 아니라 자신들을 강변하기 위한 자위의 언어이고 자기합리화를 위한 말의 술수에 불과했다. 오늘 노무현의 정신과 뜻을 소환한 사람들이 내일이면 어떤 또 다른 말과 행동으로 그의 정신과 뜻을 왜곡하고 분칠할지 두려웠다.

문재인 정부 권력층의 ‘내로남불’ 행태에 국민들 염증과 역겨움 느끼고 돌아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진보정권 10년에 이어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보수정권으로 권력 추가 바뀐 뒤 탄핵국면을 거치면서 진보성향의 문재인 정부로 뒤집어진 것은 모두가 아는 바다. 특히 국민이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을 비선조직에 내맡겨 헌법과 법률을 위반함으로써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해 탄핵당한 박근혜 정부를 밟고 등장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는 남달랐다. 대다수 국민은 절대적인 성원과 희망을 보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의 긴 취임사 중에서 국민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박힌 문장이다. 간결한 만큼 강렬했다. 기회-평등, 과정-공정, 결과-정의로 짝을 지은 문장 구성 또한 탁월했다. 그렇게 4년이 흘러갔다. 반칙을 거부하고 특권이 없는 공평한 세상을 꿈꿨던 노무현의 뜻과 정신에 맞닿아 있다는 문재인 정부는 과연 ‘기회-평등, 과정-공정, 결과-정의’를 실현했을까?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을 코앞에 두고 실시된 4.7 재보궐 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나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이 참패 원인을 분석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결과보고서는 ‘기회-평등, 과정-공정, 결과-정의’라는 공언이 얼마나 황당한 결과로 귀결됐는지를 확인해주었다. 표적집단면접법(FGI)는 사회과학 조사방법의 하나로 진행자가 소수의 응답자를 한 장소에 모이게 한 후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조사 목적과 관련된 주제를 놓고 대화나 토론을 유도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조사기법이다. 응답자의 내면 깊숙이 있는 생각을 끌어내 솔직하면서도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도 얻어낼 수 있는 장점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FGI 결과보고서가 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전달했다고 하지만 언론에는 ‘유권자들이 조국, 부동산, LH사태를 선거 패인으로 꼽았다’는 정도로만 소개됐다. 조사는 서울의 민주당 성향 유권자 가운데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찍은 ‘잔류 그룹’과 지지를 철회한 ‘이탈 그룹’으로 나눠 패인을 분석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어떤 생각에서 계속 지지하는지, 아니면 무슨 이유로 변심했는지를 알아보려는 시도였다.

‘잔류 그룹’은 보궐선거 패배 원인을 ‘수구 세력’ ‘보수 언론’ 등을 꼽고 조국 전 장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문제 등에 대해 더 강력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을 들었다. 속칭 ‘대깨문’ ‘문빠’의 전형적인 시각이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와 여당 내부 문제가 아니라 ‘외부의 간악한 적들’ 때문에 선거에 졌다는 것이다.

우리가 여기에서 알고 싶은 쪽은 너무나 뻔한 이들 '잔류 그룹'의 생각이 아니라 "너 그럴 줄 몰랐다"며 등을 홱 돌려버린 ‘이탈 그룹’의 생각일 것이다. 이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검찰 개혁 △LH 사태와 부동산 문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등을 재보선 패인으로 꼽았다. 프레시안 보도를 인용해 이들의 변심 이유를 들어보자.

"저 부부는 애를 저렇게 키웠구나" “현 정권의 위선을 보여준 게 조국 사태” 한숨

"작년에 고3 딸 입시를 치르면서 실망감, 박탈감을 많이 느꼈다. 저도 부모인데, 저들은 부부가 애들을 저렇게 키웠구나, 그들은 그들만의 리그가 있구나. 어떻게 보면 (조 전 장관 부부)보다 먼저 한 사람도 있는데 저 사람만 밝혀진 건가? 나도 부모인데 저렇게까지는 못해주니까 많이 미안하고." - 40대 여성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허탈감과 박탈감이 들었다. 조국과 조국 와이프를 보며 내가 내 자식에게 못해주는 게 죄인가? 할 정도로 자괴감이 많이 들었다. 그런 거 볼 때마다 안 보고 싶고 채널을 돌리고 싶었다." - 50대 여성

"(문재인 정부는) 공정하고 정의롭게 하겠다면서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정부를 만들어 냈는데, 그 정부 안에서 결국 자기들도 별 다를 바 없었다." - 30대 남성

"저는 현 정권의 위선을 제대로 보여준 게 조국 사태라고 생각한다. 그게 현 사태의 시발점이 되지 않았을까." - 20대 여성

"구체적으로 검찰개혁을 하면 뭐가 바뀌는 건지 모르겠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데려다 뭔가 하려고 했는데 정부에서 뭔가 안 맞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와서 하긴 했지만 그건 검찰개혁이 아니었다. 자기 구미에 안 맞으니까 계속 찍어 내리려고 했던 추태들이어서 지금은 자기가 원하는 사람만 다 앉혀 놨다. 검찰 내부에서 제도적으로 구조 개혁을 하는 게 아니라 국민 입장에서 보면 여론은 검찰이 불쌍해졌다고 생각한다." - 40대 남성

"민주당에서 말하는 검찰개혁 그 자체가 뭔지 모르겠다. 자기네 관련된 사람들 처벌이나 (관련된 내용에 집중돼있는 것 같다) 조국 법무부 장관 되고, 윤석열 검찰총장이랑 티격태격하고 추미애 장관이나 박범계 장관도 마찬가지다." -50대 남성

"180석 민주당 정권은 한마디로 '내로남불'" "아파트 평생 모아도 살 수 없어" 허탈

"180석 가진 민주당을 포함한 이번 정권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내로남불인 것 같다. 총선 이전에는 다른 정당이 했던 부정부패, 비리를 굉장히 비판하던 당이었는데 막상 집권하고 나니 자기네들도 똑같고 LH사태 때문에 더 크게 실망했다." - 30대 여성

"늘 있었던 일이 이제 터졌네 라는 느낌이 강했다. 또 이 일(LH사태)를 수습하는 것도 여전히 꼬리 짜르기에 급급하구나를 느꼈다. 우리나라에 아직도 뿌리 깊게 안 좋은 게 많다는 것도 느꼈다." - 20대 여성

"아파트 가격이 일반 서민이 직장을 다녀서 월급을 모아 살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을 뛰어 넘었다. 아무것도 없는 서민으로서 상실감을 많이 느꼈다. 평생 모아도 저걸 살 수 없구나." - 30대 여성

"결국은 이게(LH사태) 해결 될까, 얼마 지나면 결국에 하시는 분들은 관행처럼 할 거고 그렇다고 해서 처벌을 확실하게 받는 것도 아니다. 결국 계속 도돌이표니까. 이건 어떤 정권을 떠나서 계속 부익부 빈익빈은 있을 수 밖에 문제가 아닐까." - 30대 남성

발언 곳곳에서 이 정권의 오만 위선 이중성 불공정 등에 대한 분노와 함께 속았다는 느낌 혹은 버려졌다는 좌절감과 허탈감이 흐른다. 한마디로 ‘내로남불’에 대한 분노이고 역겨움이다. 박영선 후보를 찍었다는 ‘잔류 그룹’의 50대 여성 유권자조차 LH 사태에 대해 “이건 누구를 위한 국가이고,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허탈해했다. 박근혜를 탄핵하라며 촛불을 들고 ‘이게 나라냐’라고 외쳤는데 국민들은 4년 만에 비슷한 질문이 목구멍을 치고 올라오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탄핵으로 진보층 우위시대에서 문재인 정부 거치며 보수-진보 동일해져

4.7 재보궐 선거가 있었던 4월에 실시된 한국갤럽의 정치이념 여론조사 결과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민들의 정치이념 스펙트럼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수치로 명확하게 보여준다. 4월 조사에서 유권자들의 주관적 이념 성향은 보수 26%, 중도 33%, 진보 26%로 나타났다. 보수와 진보 비율이 같았다. 국정농단 사태 발생 전인 2016년 9월 조사에서는 보수 30%, 중도 26%, 진보 26%로 보수가 높았다. 그러다 박근혜 탄핵 이후 19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2017년 5월에 보수 23%, 중도 27%, 진보 37%로 나타나 진보 우위시대가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은 이러한 유권자들의 이념적 지형 변동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진보 비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2019년 6월에는 보수 25%, 중도 29%, 진보 31%를 나타냈다. 보수는 탄핵의 충격에서 조금씩 벗어나면서 횡보하고, 중도는 미세하게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진보 이념만이 퇴조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런데 2019년 연말과 2020년 연초에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펜데믹은 정치 이념지형에도 충격파를 던졌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실시된 2020년 4월 보수 25%, 중도 28%, 진보 33%로 진보가 깜짝 반등한 것이다. 이 덕분에 총선에서도 여당이 180석을 쓸어담았다. 외신들은 코로나 펜데믹이 남북관계, 조국 이슈와 검찰개혁, 경제난 등 문재인 정부의 실정 이슈를 집어삼켜 총선 압승을 거두게 됐다고 분석했다(텔레그래프, 블룸버그, 인디펜던트 등 보도). 코로나 초기 K방역의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그런데 정부 여당은 마치 자신들이 잘 해서 총선에서 압승한 것으로 풀이했다. 이해찬 대표가 ‘20년 집권론’을 외치며 강공 드라이브를 건 것은 대표적이다. 정부 여당 내부의 문제는 전혀 없는 것처럼 치부했다. 꿈보다 해몽이다. 자성과 자기검증 기회를 놓치다보니 ‘내로남불’ 버릇이 도졌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개돼지는 더욱 아니다. 총선에서 180석을 민주당에 몰아주었던 유권자들은 딱 1년만에 180도 돌아섰다. 서울 부산시장 자리를 압도적 표차로 야당에 안겨줬다. 민주당 출신 전임 두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물러나고 하게 된 선거였다. 2015년 문재인 대표 시절 정치혁신을 한다며 귀책사유가 있는 정당은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며 당헌까지 개정했었다. 민주당은 다른 당에도 이를 주장했다. 그랬던 민주당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당헌을 개정해 후보를 내는 물염치를 보였다. 역시 '내로남불'이다. 후안무치다. 국민들은 거의 두배에 가까운 표차로 야당을 지지했다. 아니 민주당을 거부했다. 특히 20대의 변심은 놀라웠다.

유권자들의 이념 지형을 문재인 정부 4년을 통틀어 시계열적으로 보면 일정한 흐름을 보여준다. 지속적으로 진보층이 줄어들고 중도층이 두터워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권력층이 보여주는 퇴행적이고 이중적이며 부도덕한 행태에 진보층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고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조국 한 사람에 나라 명운 건 문재인 정부...지금도 여전히 조국은 신성불가침인가

2019년 9월 시빅뉴스 이 칼럼란에 ‘그들만의 리그, ’조국 사태‘의 끝은 어디인가’를 썼다. 조국을 지지하는 민주당 내의 골수분자들이 20~30대 청년들에게는 ‘진보 기득권자 꼰대’일 뿐이라고 전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의 명운을 걸 만큼 조국 한 사람에게 ‘몰빵’을 하는 이유가 뭔지 답답하다고 통탄했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2019년 10월에 다시 “이게 나라냐...문재인 대통령이 국민통합의 리더십 보여야‘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을 외치는 서초동파와 ’조국 구속‘을 주장하는 광화문파로 나뉘어 으르렁거리는 국민 분열상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며 대통령의 역할을 주문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태가 끝내는 정치 지형을 바꾸고 진보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음을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지난번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지만 “우리 이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는 문파 혹은 문빠의 무조건 지지에 두드러기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는 사실이다. 문재인을 지지했지만 냉정한 태도를 가진 중간층의 움직임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이들은 결코 ‘조국수호=검찰개혁’ ‘윤석열 퇴진=검찰개혁’에 동의하지 못한다. 검찰이 개혁돼야 한다는 데는 100% 찬성하지만 왜 그게 조국이 아니면 안 되고, 왜 조국과 검찰개혁을 동일시하느냐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국 한 사람의 무게가 5000만 대한민국의 무게와 같으냐고 반문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예전부터 광화문에서 태극기를 흔들어 오던 사람들보다 지난번 개천절에 처음으로 광화문에 나간 사람들, 그리고 평등과 공정, 정의에 배신감을 느끼는 20대 청년들과 지식인들의 이탈을 뼈아프게 느껴야 한다. 지금 문재인의 적은 문재인이 돼가고 있다.”

이 칼럼을 마지막으로 지난 1년 반 가까이 지지고 볶는 정치 분야 글을 더는 쓰지 않았다. 여행이나 문화, 사회문제, 그리고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만 썼다. 어차피 정치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한다고 해서 속칭 ‘대깨문’이나 ‘문빠’는 말할 것도 없도 '친문 핵심'이라는 사람들이 생각을 바꿀 리가 없을 것이라는 자괴감이 컸다. 한편으론 “죽어봐야 저승을 안다”는 옛적 어르신들의 말처럼 시간이 흘러 끝장을 보고난 뒤에는 어차피 그들도 알게 될 것이라는 자포자기 심정도 있었다.

20, 30대의 분노와 좌절에 공감하고 손 잡기보다 힐난하고 비판하는 민주당의 주류

4.7 재보궐 선거 참패로 나타난 민심의 이반을 보고 이제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대오각성하고 있을까. 이념적 지지기반이 무너지고 20, 30대가 돌아서는 심각한 상황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불행하게도 그런 것 같지 않다.

재보궐 선거 참패 뒤 2030대 초선들이 조국 사태를 반성하고 나서자 친문 강성 지지자들이 이들을 ‘배은망덕’ ‘초선5적’ 등이라고 비난하고 민주당 지도부와 다수 의원들조차 이들 눈치를 보느라 급급한 것을 보면 중증도 보통 중증 환자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특히 친문 핵심인 윤호중 의원이 “지난해 총선을 통해 평가를 받았다”며 180석 압승으로 조국 사태를 퉁 치려드는데에 이르면 진정 조국은 성역불가침인가 궁금해진다. 이들에게 조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정의를 내린바 대로 ‘마음이 빚’이며 결코 건드려서는 안되는 금단의 영역인가.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5월 10~1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0대 민주당 지지율이 17.9%인데 비해 국민의힘 지지율은 37.0%로 ‘더블스코어’로 벌어졌다(리얼미터 홈페이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현재 20, 30대의 이념지형과 정당 지지도는 앞으로 40~50년 후까지 정치판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의 인식은 천박하기만 하다. 도대체 왜 청년들이 문재인 정부에 화를 내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나 분석, 천착이 없다.

보궐선거 기간 중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20대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낮게 나오자 “역사적 경험치가 없다”고 비하했다. 20대가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것은 ‘역사의식 결핍’ 때문이라는 거다. 즉, 우리 문재인 정부는 잘하고 있는데 너희 20대들이 머리가 한참 모자란다는 시각이다.

박영선의 이런 시각이 결코 박영선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민주당 안에 뿌리깊게 박혀 있는 것 같다.

2019년 설훈 의원은 20대 남성의 민주당 지지율 하락 배경에 대해 “이분들이 학교 교육을 받았을 때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는데, 그때 제대로 된 교육이 됐을까”라고 폄하했다. 20대가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서 민주당의 가치와 성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잘못된 판단을 한다는 주장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2018년 12월 20대 남성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낮은 지지율과 관련해 “20대들이 화를 내는 것도 이해할 측면이 있다. 남자들은 군대도 가야 하는데 또래 집단에서 보면 여자애들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마치 20대 남성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 군대에 가게 되는바람에 이에 대한 반감으로 지지율이 낮다는 투다. 백번 양보해 군복무 때문에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낮다면 과거 모든 정권에서도 낮은 지지율을 보였어야 논리가 성립한다. 또 유 이사장은 “남자들은 축구도 보고 온라인 롤게임도 해야 하는데 여자들은 롤도 축구도 안하고 공부만 하니 모든 면에서 남자들이 불리하다(고 생각할 것)”고 20대 남성들의 게으름을 탓하기도 했다.

이러니 20대 젊은이가 송영길 민주당 대표 면전에서 "예전에는 친구들끼리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냐고 놀리곤 했는데 요즘에는 '민주당을 지지하냐'가 더 비하의 이야기인 것 같다"고 말하고 "(민주당이) 각종 비리가 생기면 네 편 내 편 없이 공정하게 처리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쓴소리를 쏟아내는 것이다.

한미 FTA, 강정해군기지 등 국익 위해 지지자 비판도 무릅쓴 노무현 정신 거론할 자격있나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민주당 인사들이 ‘노무현 정신’과 ‘노무현의 뜻’을 얘기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그런 것들이 구현된 사례가 있는지 듣고 싶다. 노 전 대통령은 지지 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고,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했다. 미국이 요청한 이라크 파병을 승인하고 현지에 날아가 장병들을 끌어안는 모습은 국가 지도자가 국익을 위해 우리의 아들 딸들을 사지로 보낼 수밖에 없었지만 결코 국가가 잊지 않고 있다는 마음을 온몸으로 보여준 뭉쿨한 장면이었다. 재임 기간 그는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국익을 생각하고 국민의 통합을 걱정했다. 그야말로 ‘낡은 좌파 프레임과 맞선 대통령 ’ ‘국가 이익을 위해서라면 지지자 비판과 진영논리를 뛰어넘은 용기의 지도자’였다.

진보 보수 떠나 유능하고 도덕적이며 국리민복 부국강병 이끌 정치집단이라야

문재인 정부와 586으로 대별되는 현 정권 핵심그룹의 최대 성과는 역설적이게도 진보의 민낯을 백일하에 드러내 보여준 것이 아닐까 싶다. ‘부패하나 유능한 보수, 깨끗하나 무능한 진보’란 말이 있다. 또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도 있다.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일리가 있기도 한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것도 고쳐 써야 할 지 모른다. 무능한 주제에 부패하기까지 한 진보, 거기에다 자기들만 옳고 남 탓만 하는 오만과 위선, 싸가지 없는 말투와 이중적 태도를 가진 진보. 이게 지금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중도로 돌아서고 있는 사람들의 시각이 아닐까.

이젠 진보와 보수의 기계적인 편가름으로 정치적 지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듯이 누가 더 유능하면서 도덕적이고 부국강병, 국리민복의 나라를 만들 것인지로 판단하는 세상이 올 것인가. 그렇게 된다면 이 정부 사람들의 ‘내로남불’도 허망하고 마냥 나무랄 일만도 아니다. 그들 덕에 국민들의 눈이 밝아졌으니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시간은 1년도 남지 않았다. 그의 시간에 미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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