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드로즈’, ‘남성 색조 화장’ 등...성별 경계 허무는 ‘젠더리스’ 열풍
상태바
‘여성 드로즈’, ‘남성 색조 화장’ 등...성별 경계 허무는 ‘젠더리스’ 열풍
  • 취재기자 정은희
  • 승인 2021.05.21 19: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업계 ‘젠더리스’ 트렌드 지속
태민 크롭 탑, 손담비 수트 등...연예계도 ‘젠더리스’ 패션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젠더리스’ 바람이 패션업계에도 불고 있다. 소비자들 변화에 따라 기업에서도 상품기획이나 브랜드 출시 등에서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앤 ‘젠더리스(genderless)’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젠더리스’란 남성다움, 여성다움 등의 성의 구별이 없는 용어로, 패션에서의 젠더리스 스타일은 남성적인 면과 여성적인 면을 통합시켜 ‘휴머니즘’을 강조한 양성성과,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性)의 개념을 초월한 중성성을 표현한다.

20일 패션 업계에 따르면, 최근 패션뿐만 아니라 뷰티, 라이프스타일 제품까지 젠더리스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자주(JAJU)는 여성 고객들이 남성용 트렁크를 구입해 입어보고 남긴 착용 후기를 보고 여성 드로즈를 출시했다. 이는 출시 2개월 만에 전체 여성 속옷 매출 10%를 차지하는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어 백화점 남성 편집숍에도 여성 고객이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서 올해 프리미엄 남성 편집숍 소비자를 조사한 결과, 주요 구매 고객 20, 30대 중 특히 70%가 여성 고객으로 선물용 구입 고객을 제외하면 40%는 본인이 사용하기 위해 구매한 고객이었다. 이를 반영해 롯데백화점 편집숍은 젠더리스 트렌드에 맞춘 상품을 보강할 계획이다.

반면에 여성복을 찾는 남성들도 늘어나고 있다. 여성 캐주얼 브랜드 ‘스튜디오 톰보이’는 매장을 찾는 남성들이 많아 남성 라인을 추가하기도 했다. 또한 요가, 필라테스 웨어 젝시믹스는 작년부터 남성 라인을 론칭 후 남성 액티브 웨어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신체 부위가 두드러져 남성들이 입기 꺼려 하는 점까지 세심하게 고려해 남성 레깅스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가수 지드래곤, 샤이니 태민은 ‘젠더리스’ 의상을 착용했다(사진: chanel 유튜브 채널 캡처(상), smtown 유튜브 채널 캡처(하)).
가수 지드래곤, 샤이니 태민은 ‘젠더리스’ 의상을 착용했다(사진: chanel 유튜브 채널 캡처(상), smtown 유튜브 채널 캡처(하)).

이와 더불어 연예계서도 젠더리스의 열풍이 심상치 않다. 가수 지드래곤은 2021 봄- 여름 샤넬 쇼에서 트위드 재킷, 샤넬 크로스 백을 착용했다. 샤이니 태민은 신곡 뮤직비디오 의상으로 배꼽이 드러나는 크롭 탑을 입고 등장해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배우 손담비는 SNS를 통해 루스 핏의 남성정장을 착용하며 트렌디함을 선보였다(사진: 손담비 인스타그램 캡처).
배우 손담비는 SNS를 통해 루스 핏의 남성정장을 착용하며 트렌디함을 선보였다(사진: 손담비 인스타그램 캡처).

반대로 여성 연예인은 볼륨감 있는 몸매를 강조한 디자인보다 큼직한 오버핏 수트를 착용하기도 했다. 배우 손담비는 SNS를 통해 지인들과 동묘 시장을 싹쓸이해 득템한 루스 핏의 남성정장을 착용하며 트렌디함을 선보이기도 했다.

대학생 이지현(23) 씨는 “여성과 남성 스타일에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준 것 같다”며 “영향력 있는 스타들의 차별, 제한 없는 패션을 꾸준히 선보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뷰티업계에선 립스틱, 블러셔, 아이섀도우 등 ‘색조’ 화장을 한 남자 아이돌을 모델로 홍보하고 있다. 이는 남성들도 ‘색조’ 화장품에 관심이 증가했다는 것을 반영한다. 대표적으로 지방시 뷰티의 강다니엘, 토니모리의 김요한 등이 있다.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은 이성우(25) 씨는 “남자가 화장을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없다”며 “남녀 관계없이 메이크업은 외모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부각시키는 일종의 자기관리”라고 말했다.

이처럼 남녀의 경계를 허무는 젠더리스 패션은 과거에도 있었다. 1995년 가수 김원준은 치마바지 패션으로 화제를 일으켰고 2002년 가수 박지윤은 중절모에 넥타이를 착용하기도 했다. 남녀 모두 입을 수 있는 일명 ‘유니섹스’ 패션으로 1970, 80년대에 유행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2021년 젠더리스 패션은 과거 유니섹스 패션과 다르다. 여성이 무조건 남성복 스타일의 패션을 착용한 것에 불과한 유니섹스와 달리 젠더리스는 성의 이분법 파괴를 목적으로 중성성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기 때문.

하지만 기존의 성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을 표현하려는 것은 공통된 요소다. 일부 전문가들은 “요즘은 성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스스로가 만족하는 패션을 추구하는 시대”라며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패션, 뷰티업계에서도 성별 구분이 없는 제품들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