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인이 자기 의수, 3D프린팅으로 직접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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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인이 자기 의수, 3D프린팅으로 직접 만들어
  • 취재기자 손광익
  • 승인 2016.06.1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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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단체 '펀무브,' 3,000만 원짜리를 15만 원에 거뜬 제작하게 무료 기술지도

공장에서 작업하던 도중 사고로 한 쪽 손을 잃은 김건호(20, 부산 부산진구) 씨. 현재 3D 프린터로 의수 제작을 교육해주는 비영리 단체 펀무브(FunMove)에서 의수 제작 교육을 받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취직을 먼저 했던 김 씨는 일을 시작한 후 큰 사고를 당했다. 프레스 작업을 하던 중 한 쪽 손을 잃게 된 것.

김 씨는 치료를 위해 찾아간 병원에서 비슷한 처지의 환자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펀무브란 비영리 단체를 알게 됐고, 그렇게 찾아간 펀무브에서 자신의 의수를 제작하기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 김 씨는 “이곳에선 내게 맞는 의수를 내 스스로 제작하는 기술을 가르쳐주고 있다”며 “따로 지급하는 비용도 없는데다 빨리 의수를 착용해야 해서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펀무브는 고준호 대표와 김근배 원장이 3D 프린팅과 초소형 컴퓨터 모듈 아두이노(Arduino) 기술을 활용하여 의수를 제작, 기부, 교육하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 단체. 기존 의수의 가격이  2,000만~3,000만 원이나 하는 데 비해, 이곳에선 제작비용이 약 15만 원밖에 들지 않는다. 무게 또한 기존의 700g보다 약 500g이나 가벼워 팔에 끼워도 무리 없이 장시간 사용할 수 있다. 신체의 변화에 맞게 의수의 모양을 개인이 직접 수정할 수 있는 것도 장점 중의 하나. 

▲ 펀무브에서 실제 사용하고 있는 3D프린트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손광익).

펀무브는 오픈소스로 공개된 기술을 10주간의 워크숍을 통해 시민들에게 무료로 교육하고 수강생들과 함께 의수를 만든다. 강좌를 통해 제작 방법을 가르쳐 준 다음. 디자인, 프린팅, 조립 과정을 거쳐 직접 의수를 만들도록 도와준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에게 직접 의수를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줄 뿐 아니라 장애인이 직접 자신의 의수를 만드는 한편, 자신과 똑같은 상황을 가진 타인에게 의수를 만들어 주는 환경을 자연스럽게 형성하기 위한 것이다.

김도형(34) 씨는 펀무브의 존재를 페이스북과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 됐다. 김 씨는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관심 있는 3D 기술도 배우기 위해 펀무브의 워크숍에 신청했다. 김 씨는 “처음에는 어려울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어렵지 않았다. 교육 과정이 쉽게 짜여 있어서 장애인들도 충분히 직접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펀무브 매니저 김승훈 씨가 직접 교육하며 의수를 만드는 과정(사진: 취재기자 손광익).

이렇게 펀무브가 교육을 진행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어린아이들은 신체가 계속 발달하기 때문에 6개월마다 지속적으로 의수를 교체해 줘야 한다. 때문에 그때 그때 바뀌는 신체 치수에 따라 새 의수를 만들 수 있도록 의수 제작방법 자체를 가르쳐 주는 것. 또한, 절단 부위도 개인별로 모두 다르므로 환자가 직접 참여해 자신에게 맞는 의수를 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펀무브 매니저 김승훈 씨는 장애인들에게 의수를 직접 제작해 주는 것은 임시방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만으로는 신체의 변화에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씨는 “우리는 당장 필요한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낚시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며 “복잡한 교육 없이 직접 만들어주면 오히려 더 편하겠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 그분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펀무브에서 제작 중인 전자의수의 장착 테스트를 하는 모습(사진: 펀무브 제공).

의수 프로그램은 펀무브에게는 사업의 시작일 뿐 종착점이 아니다. 그들은 의수 말고도 다양한 재활보조기구를 3D 프린팅을 이용해 값싸게 제작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를 장애인에게 교육을 통해 전수해주는 것이 그들의 최종 목표다. 수요가 적은 의료 기구는 FDA승인을 받기가 까다로운 데다 비용도 많이 들지만 펀무브는 그런 난관을 해결해 가면서 장애인들을 교육할 여러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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