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성 수치'란 드라마 속 창피한 장면에서 시청자가 덩달아 느끼는 수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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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성 수치'란 드라마 속 창피한 장면에서 시청자가 덩달아 느끼는 수치심
  • 취재기자 정은희
  • 승인 2021.05.0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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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남녀 10명 중 1명은 ‘공감성 수치’ 경험
공감성 수치 높으면 공감능력도 높은 것...질환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

‘이 장면 더 이상 못 보겠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배역이 곤란한 일을 당하거나 창피를 당하는 장면을 볼 때 이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증상인 ‘공감성 수치’를 느끼는 사람이 많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드라마나 영화에서 배역이 곤란한 일을 당하거나 창피를 당하는 장면을 볼 때 이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증상인 ‘공감성 수치’를 느끼는 사람이 많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드라마나 영화에서 배역이 곤란한 일을 당하거나 창피를 당하는 장면을 볼 때, 이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증상을 '공감성 수치'라고 한다. 공감성 수치가 심한 사람은 채널을 다른 데로 돌리거나 장면을 건너 뛰기도 한다. 

공감성 수치란 일본의 임상심리사 우치다 토모아키에 의해 명명된 용어다. 이는 드라마 주인공이 창피를 당하는 것을 볼 때 본인이 창피를 당한 것처럼 뇌 부위가 반응하는 것을 말한다. 즉, 자신의 수치심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과한 공감대가 형성돼 마치 자신이 당한 것처럼 수치심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이 증상을 얼마나 느끼고 있을까? 실제 일본에선 이를 밝혀내기 위해 남녀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의 10.4%가 공감성 수치를 경험했다고 밝혔고, 89.6%가 경험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즉, 10명 중 1명 정도는 공감성 수치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감성 수치는 공식적인 심리학 용어는 아니지만 보통 타인이나 주변 환경에 대한 이해 및 공감 능력이 높을 때 이 증상이 잘 나타난다고 한다.

특히 여러 드라마 속에서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 속칭 ‘발연기’를 보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때 배우들의 발연기 영상이 SNS로 확산되면서 이를 일명 ‘클릭 금지’ 영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상대 배우와 감독의 반응에 내가 다 민망하다”, “연기 장면을 끝까지 못 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남녀 주인공들의 꽁냥꽁냥한 모습과 불타오르는 사랑고백 장면에서 누리꾼들은 "대리만족 느낀다”는 반응도 있지만, 반면에 “오글거려서 못 보겠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예능에선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누리꾼들에게 공감성 수치를 불러일으키도 한다. 아이돌 연습생들의 부진한 실력이 나타날 때면 시청자들은 고개를 들지 못하는 반응이 바로 여기에 속한다. 어색한 퍼포먼스와 불안한 음정, 연속되는 안무 실수를 담은 연습 영상 과정에 누리꾼들은 “더 이상 못 보겠다”, “끝까지 본 사람,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공감성 수치 증상은 드라마나 오디션 프로에 한정되지 않는다. 현실 상황이나 온라인에서도 어떤 사람이 창피를 당할 때 공감성 수치가 발동할 수 있다. 실제 한 토론 상황에서 토론자가 잘못된 사실의 자료를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강력히 어필하다가 상대에게 팩트로 호되게 반박당한 사례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본다고 가정하면 누구든지 팩트로 반박당한 토론자를 보며 공감성 수치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인터넷 댓글 논쟁이 일어났을 때도 잘못된 주장을 논하다가 깨닫고 도망간 네티즌을 보고 흔히 “부끄러움은 남겨진 사람들의 몫인가”라고 말한다. 이 역시 공감성 수치를 겪고 이를 나타낸 표현 중 하나라는 한다.

공감성 수치는 어떻게 보면 수치심으로 표현되지만, 이를 느낀다고 어떤 질환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는 우리 일상 속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람들이 드라마를 몰입하여 볼 때 각 상황에서 즐거움, 슬픔, 분노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공감성 수치의 수치심 역시 이런 감정 중 하나일 뿐이다.

공감성 수치는 일종의 공감 능력이기도 하다. 즉, 공감성 수치를 잘 느끼는 사람은 상대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도 높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이든 과유불급이 문제인 것처럼 과하게 공감성 수치를 느끼거나 전혀 못 느끼는 것은 사회성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나는 공감성 수치를 얼마나 느껴 봤을까?’라는 질문에 한 번쯤 주목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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