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집안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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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는 집안내력
  • 이승은
  • 승인 2013.01.1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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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남을 위해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한 집안이 있다. 바로 부산 구화학교를 설립한 고 이종수 초대 교장의 집안이다. 고 이종수 교장과 현 교장인 이용우 씨. 이들은 부자 관계이며 모든 가족이 장애인을 위한 특수 교육에 이바지하고 있다. 기자는 고 이종수 교장의 며느리이자 부산 구화학교의 전반적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손혜경 씨를 만나봤다.
 

고 이종수 교장은 한때 건강이 좋지 않았다가 완쾌한 경험을 하느님의 은혜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그 은혜를 여러 사람과 나누고자 장애인 특수 학교를 설립했다. 처음에는 수업도 무상으로 진행하는데다가 국가 지원도 없어 가축을 키우고 계란을 팔아 생기는 모든 수입마저 학교에 쏟아 부었다고 했다. 그렇게 힘들게 운영을 하다가 1986년 학교 법인 ‘성지 학원’을 설립하게 되었다. 그 때부터는 국가 지원이 100% 가능해져 아이들의 교육에 더욱 힘 쏟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초대 교장의 뜻에 따라 ‘베푸는 삶’을 실천하려 온 가족이 노력하고 있었다. 고 이종수 초대 교장의 아들들은 모두 교직에 있으며, 또 그의 자녀들도 특수 교육을 공부하여 장애 아동의 교육에 힘쓰고 있다. 3대를 아우르는 ‘베푸는 삶’은 인터뷰하는 나에게도 훈훈한 감동을 주었다.
 

부산 구화학교는 청각 장애아와 지능이 낮고 학습이 부진한 정서 장애, 정신 지체 아동들이 모인 특수 학교다. 손 씨는 학급을 장애별로 분반해 아이들이 조금 더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돕는다. 부산 구화학교는 유아부부터 중등부까지 장애 아동들을 교육한다. 하지만 초등부부터는 청각 장애 아동들이 거의 없다. 그녀는 “요즘은 기술이 워낙 좋다보니 보청기도 참 잘 나와요. 덕분에 우리 아이들이 사회 생활하는데 큰 문제가 없죠”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아부 청각 장애 아동들은 선생님의 따뜻한 보살핌과 보청기의 발달로 일반계 초등학교에 진학하는 경우가 대다수며 그 곳에서 전혀 문제가 없이 생활한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특수 학교가 장애 아동과 일반 아동간의 괴리를 만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손 씨는 “정말 좋지 않은 생각이에요. 어떻게 다른 두 아이들이 문제없이 섞여서 생활할 수가 있겠습니까. 철저한 교육이 되지 않은 장애 아이들은 굉장히 힘들어해요”라고 말했다. 요즘은 일반 초등학교에 특수 학급이 있어서 장애 아동을 일반 초등학교로 바로 진학시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 장애 아동들은 일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일반 아동들에게 놀림을 받고 따돌림을 당하는 등 장애 아동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고 했다. 실제로 일반 초등학교에 바로 진학했다고 현실적 문제를 이겨내지 못하고 장애 학교로 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오히려 어릴 때부터 장애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아이들이 상황이 좋아지면 일반계로 진학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 손 씨의 의견이다. 손 씨는 “자신의 상황에 맞는 교육을 받는 것도 중요해요. 그게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이죠. 하지만 부모들의 어리석은 욕심으로 일반 학교에 진학시켜요. 아이의 장애가 부끄럽기 때문이죠. 이렇게 되면 아이들만 더 힘들어집니다. 부모가 자식의 교육에 신경을 써야 해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장애 아동의 체계적인 교육은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준다. 손 씨는 “우리 학교 아이들 중에 교육을 잘 받아서 사회에서 좋은 활동을 하는 학생들도 많아요. 지금 우리 학교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선생님이 된 아이도 있고, 발레리나가 된 아이도 있어요”라며 자랑스레 얘기했다.
 

특수 아동 교육과 전반적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그녀는 장애 아동들이 가끔 아이들의 장애를 깜빡할 만큼 일반 아동과 같은 행동을 한다고 했다. “사람의 감정은 다 똑같아요. 장애가 있건 없건 말이죠. 우리 아이들 중 서로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다른 사람과 똑같이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가 다른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면 질투도 하곤 한답니다”라고 말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누구보다 순수한 아이들이다 보니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다.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할 것 같은 아이들도 자신들의 의견을 확실히 표현할 때가 있다고 한다. 한 번은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훈계를 하자 한 아이는 “선생님 제발 저희를 가만히 둬 주세요. 저희가 알아서 할 테니까요”라고 당당하게 말한 에피소드도 있었다고 한다. 일반 아이들이라면 주위 상황이나 눈치를 보며 하지 못 할 법한 말마저도 아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며 말할 때, 손혜경 씨는 당혹스러움도 느끼지만 뿌듯함도 느낀다고 말했다.
 

내리사랑을 하는 선생님들도 기대되는 스승의 날. 제자가 스승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조그마한 파티를 여는 일반계 학교와 달리, 특수 학교는 스승의 날이라도 다를 바가 없다고 한다. 손 씨는 “우리 선생님들은 언제나 주는 입장이죠. 일반 초등학교 같이 아이들이 열어주는 파티? 상상도 안하죠. 우리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대가없이 무한정 베풀어야해요. 스승의 날에도 오히려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베풀려고 하죠. 보통 사람은 하지 못 할 거예요. 정말 힘들지만 뿌듯한 직업이에요”라고 했다.
 

부산 구화학교는 장애 아동들의 빠른 사회 활동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선생님들은 끊임없이 학부모와 소통하고 또 아동들의 빠른 사회 활동을 위해 힘쓴다. 스쿨버스에 하차 벨과 요금함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반복 학습을 시킨다고 하니 아이들에 대한 학교 관계자들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또 스쿨 버스 운전 기사를 채용할 때도 다른 어느 곳보다 까다로운 심사를 거친다. 손 씨는 “당연하죠. 다른 어느 누구보다 소중하고 귀한 아이들이에요. 이렇게 귀한 아이들의 생명을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죠”라고 말했다.
 

아직 사회는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소아마비를 극복한 루즈벨트 대통령과 피아니스트 이희아 씨 같이 장애를 극복하고 당당히 사회에 올라선 사람들도 많다. 한국의 루즈벨트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장애 아동 교육과 이를 도울 수 있는 설리번 선생같은 교육자가 필요하다. 이렇게 장애인에 대한 차별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쓰는 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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