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살균제 내 손으로 만들어 쓴다, ‘노케미족’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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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살균제 내 손으로 만들어 쓴다, ‘노케미족’ 확산
  • 취재기자 홍윤대, 안지혜
  • 승인 2016.06.10 2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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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사건 이후 "화학제품 더는 못믿어"...친환경제품 불티, 직접 제조도
▲ 개인들이 직접 만든 천연 살균제(사진: 신디월드 제공).

주부 이금순(51) 씨는 최근 집에 있던 가습기대신 공기정화 작용 및 가습 효과가 있는 식물을 집에 들여놓았다. 이용하던 가습기대신 굳이 그렇게 바꾼 이유에 대해 이 씨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해 화학물질에 대해 거부감이 든다. 그래서 조금 번거롭지만 젖은 수건을 걸어 놓거나 식물을 키우기로 했다”고 대답했다. 주부 이문혜(46) 씨도 “깨끗하게 해준다는 제품조차 건강을 더럽힌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애 엄마들 사이에서 이제는 내가 직접 만들어 쓰는 게 제일 믿을 만한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 사회 문제로 비화된 이후,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학제품에 두려움을 느끼고 꺼려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화학제품을 거부하는 이른바 ‘노케미(No-chemi)족’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노케미족(No-chemi)은 ‘No chemical’의 줄임말.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불러 일으켰던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의 PHMG(독성값)의 수치는 무려 2,500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 수치는 1을 넘어가면 위험하고 그 값이 커질수록 더욱 위험해진다. 2015년 12월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여론 조사에 의하면, 이 사건의 잠정적 피해자는 227만 명에 이르고, 신고된 1,528명의 피해자 중 사망자는 총 239명이나 됐다.

이런 보도가 잇따르자, 소비자들의 불안도 극에 달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5월 30일 조사한 ‘가습기살균제 사건 및 생활화학제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00명 중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소비자 494명이나 됐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알고 난 이후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7.0%는 ‘생활화학제품의 안전성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고 응답했고, 역시 응답자의 84.8%는 ‘생활화학용품을 사용하기 꺼려졌다’고 응답했다.

▲ 환경표지마크 및 부착되어있는 제품(사진: 네이버블로그 http://blog.naver.com/eco_chinchin/220118328490)

한 대형마트 직원 서명각(26) 씨는 가습기 살균제 이후 눈에 띄게 친환경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전에 비해 제품을 비치해 놓는 횟수도 잦아지고 재고도 빨리 소진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친환경제품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환경부에서 인증한 환경 표지마크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1979년 독일에서 처음 시행된 이 제도는 현재 유럽연합(EU), 북유럽, 캐나다, 미국, 일본 등 현재 40여 개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1992년 4월에 도입됐다.

천연재료를 직접 구입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지마켓은 지난 4월 19일부터 5월 18일까지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의 판매량이 작년 대비 23%나 늘었다고 밝혔다.

자취생 김영모(26) 씨 역시 이와 같은 움직임에 동참했다. 기존에 쓰고 남아있던 표백제도 버리고 베이킹소다 및 구연산 등 천연재료를 사서 청소 및 설거지에 쓰고 있다. 그는 “조금 귀찮고 관리가 힘들겠지만 내 눈으로 보고 직접 만들어 쓰는 게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일 것 같다”고 말했다.

천연 살균제의 경우 시판되는 제품과는 달리 화학물질, 방부제, 인공향, 합성계면활성제 등이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행여나 피부에 닿거나 흡입이 될 경우에도 전혀 위험하지 않다. 또한 계피, 귤, 녹차 등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재료들,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들로 만들기 때문에 안전하다. 지속적으로 사용하더라도 피부 건조나 피부막 훼손이 없어서 아토피성 피부염 등의 피부 트러블에도 문제되지 않는다.

평소 천연살균제를 만들어 쓰고 있는 황아름(34) 씨는 “안심이 된다. 무엇보다 내가 다 아는 성분이고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서 더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천연 제품에는 천연살균제 뿐만 아니라 천연섬유탈취제, 천연세제, 천연 표백제, 천연세척비누 등도 있다.

▲ 인터넷에서 천연재료로 만든 제품을 판매중이다(사진:취재기자 홍윤대).

시빅뉴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천연살균제 몇 가지 제조 방법을 소개한다.

▶ 계피 살균제
재료 : 계피, 에탄올, 스프레이 용기
1. 계피를 용기에 넣고 에탄올을 넣어준다.
2. 일주일 동안 우려낸 후 용액을 스프레이 용기에 넣고 사용하면 된다.

▶ 녹차 살균제
재료 : 녹차 티백 5개, 에탄올, 스프레이 용기
1. 녹차 티백을 용기에 담은 후 에탄올을 넣어준다.
2. 1시간 정도 우려낸 용액을 스프레이 용기에 넣고 사용하면 된다.

▶ 레몬 살균제
재료 : 레몬, 소주(알코올), 스프레이 용기
1. 레몬을 얇게 썰고 용기에 넣은 후 소주를 넣어준다.
2. 2주 정도 숙성시킨 후 용액을 스프레이 용기에 넣고 사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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