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설탕세’ 도입 움직임...섣부른 추진보단 공론화 통해 여론 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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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설탕세’ 도입 움직임...섣부른 추진보단 공론화 통해 여론 모아야
  • 취재기자 최하빈
  • 승인 2021.04.0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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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류가 들어가 있는 음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설탕세’ 도입 추진
찬성론자, ‘설탕세’는 높아지는 비만율 예방을 위한 해결책 주장
일부 국민은 설탕세 도입하면 결과적으로 물가상승 우려된다며 반대
영국은 설탕세 효과...프랑스 덴마크는 시간 지나자 제자리로 되돌아가

최근 당류가 들어있는 음료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라는 세금 부과 안건이 뜨거운 감자다. 이른바 ‘설탕세(sugar tax)’라고 불리는 개정 발의안은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외 9명의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발의한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안에 포함된 사항이다.

설탕세는 당류가 들어있는 음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형식으로 당류 판매 감소와 함께 저당 식품 개발 등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해당 법안은 음료 100ℓ에 들어있는 당 함량(kg)에 따라 일정 금액의 세금을 부과해 당류가 들어있는 음료를 제조, 유통하는 회사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며 강병원 의원은 국회의원실 홈페이지에 “식약처의 자료에 따르면,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섭취량이 하루 총칼로리 섭취량의 10%를 초과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비만 39%, 고혈압 66%, 당뇨병 41% 더 높은 발병 위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국민의 식습관 개선을 유도해 당뇨, 비만, 고혈압 등의 질병을 예방하고 국민건강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라고 설탕세 도입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부산 시내 한 편의점 진열대 냉장고에 당류가 들어간 음료수가 놓여 있다(사진: 취재기자 최하빈).
부산 시내 한 편의점 진열대 냉장고에 당류가 들어간 음료수가 놓여 있다(사진: 취재기자 최하빈).

담뱃세 인상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뜨거웠듯, 설탕세 도입 역시 여론의 찬반 논쟁이 치열하다. 비만과 당뇨병 등 각종 질병을 예방하고 국민 건강 증진의 기여를 위해 설탕세 도입을 찬성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설탕세는 단순히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이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내보이는 이들도 많다.

설탕세가 화두가 되는 이유는 바로 설탕을 과다 섭취했을 때 발생하는 몸속 지방 축적 때문이다. 만약 계속해서 몸속에 지방이 축적된다면 비만으로 이어져 각종 성인병을 초래할 수 있다. 이외에도 설탕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혈당수치가 급격히 상승하게 되고, 이를 조절하기 위해 인체 내에서 인슐린을 과다하게 분비해 저혈당 현상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설탕 제조회사에서 만든 백색 각설탕이 부서지면서 작은 알갱이로 나눠지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설탕 제조회사에서 만든 백색 각설탕이 부서지면서 작은 알갱이로 나눠지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세계적으로 비만 문제는 꾸준히 논란이 되어왔으며, 한국 역시 더는 남의 일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점점 늘어나는 우리나라의 비만율에 대비해 2018년에 ‘국가비만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2015년 9조 2000억 원으로, 10년 전인 2006년 4조 8000억과 비교할 때 약 2배 증가했다. 남성 미성년자의 비만율은 26%로 OECD 평균 25.6%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 고혈압 등의 유병률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보건복지부가 밝혔다.

일찍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세계 각국에 성인병 예방을 위해 설탕에 대한 재재 정책을 권고함에 따라, 설탕세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시행 중이다. 1922년 노르웨이가 가장 먼저 설탕세를 도입한 이후 미국, 영국, 프랑스, 태국 등 여러 나라가 도입했다. 실제로 설탕세를 도입한 영국의 경우, 음료 제조사의 절반 이상이 설탕 함량을 감소했다. 이처럼 영국의 사례는 긍정적인 효과를 증명함으로써 설탕세 도입을 찬성하는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부산 시내 한 편의점에서 당류가 포함된 다양한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최하빈)
부산 시내 한 편의점에서 당류가 포함된 다양한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최하빈).

그러나 설탕세 도입을 반대하는 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설탕세가 도입된다면, 관련된 물품의 물가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소비자들은 과일과 채소 등의 비싼 물가에 이어 설탕세로 인한 물가 상승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 당류 음료의 경우 소비층이 매우 넓기 때문에 물가가 오를 때 저소득층의 부담 또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설탕세를 반대하는 이들의 의견이다.

설탕세에 대한 국회의 입법예고 등록의견을 통해 설탕세 도입을 반대하는 등 많은 사람들이 설탕세 도입을 적극 반대했다. 설탕세 도입을 반대하는 누리꾼들은 “이젠 하다 하다 음료수에까지 세금을 부과하려고 한다”, “설탕을 섭취하는 것에도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애초에 설탕을 먹고 말고의 문제는 자유인데 왜 정부가 나서서 억압하려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평소 당류가 포함된 음료를 즐겨 마시는 이들 역시 설탕세의 도입은 갑작스럽다. 대전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한 대학생은 “콜라 또는 사이다 등 설탕이 첨가된 탄산음료를 하루에 한 개씩 사먹는 편”이라며 “만약 설탕세가 도입돼 가격이 올라간다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 일을 하고 있는 한 종사자는 “일을 하면서 잠시 쉬는 시간에 당을 보충하기 위해 당류 음료를 사먹는다”며 “부담되지 않은 가격이고 피로를 덜어주는 느낌이 들어 사먹게 됐는데, 가격이 오른다면 좀 부담스러울 것 같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설탕세에 대한 기업의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국내에서 주력 상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음료는 ‘코카콜라’와 ‘칠성사이다’ 등 기존에 마니아층이 매우 탄탄한 제품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맛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기업이 물가를 상승시키지 않기 위해 음료에 들어가는 설탕의 양을 줄인다면, 음료의 맛이 달라져 기존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 이는 곧 매출의 하락으로 이어져 설탕세에 대한 기업의 입장은 난처할 수밖에 없다.

마트와 편의점 등 음료를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곳들 역시 설탕세 도입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시 덕천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편의점의 경우 특히 당류 음료 등과 같은 상품이 가장 잘 팔리는데, 만약 기업에서 세금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게 된다면 당연히 편의점 매출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불안하다”며 “지금도 몇몇 손님들 사이에서 음료 가격에 대한 불만이 간혹 제기되고 있는데 가격이 또 상승한다면 매출 역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영국처럼 설탕세를 도입한 모든 국가가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것은 아니다. 설탕세를 도입했던 프랑스의 경우 설탕세의 도입 초반에는 당류 첨가 음료 판매가 감소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점차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에 익숙해져 설탕 소비 자제에 대한 효과를 보기 어려워졌다. 덴마크 또한 해당 정책을 도입했지만, 제품 가격이 상승하자 소비자들이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물품을 구입하기 시작해 1년 만에 폐지됐다.

이처럼 설탕세에 대한 여론의 찬반 의견은 여전히 치열하게 논의되고 있다. 설탕세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이 통합되지 않고 있으며 SNS 상에서의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한 네티즌은 설탕세에 대해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설탕세를 올리는 행위가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가면서 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국회가 무턱대고 설탕세를 추진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독이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의견이 각기 다른 만큼 서로 설탕세에 대한 더 많은 대화와 의견 조율이 필요하며, 국회는 설탕세 도입을 추진하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받아들이는 등 좀 더 신중을 기울여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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