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차별 없는 세상 만드는 게 내 인생의 최종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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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차별 없는 세상 만드는 게 내 인생의 최종 목표"
  • 취재기자 오윤정
  • 승인 2016.06.08 17: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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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장애 인식개선 교육센터' 강사인 후천적 장애인 이은주 씨가 살아가는 법

2006년 12월, 당시 직장인이었던 이은주(33) 씨는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겪었다. 동승했던 지인의 차가 그만 전복 사고를 당하고 만 것. 척수를 다친 그녀에게 하반신 마비가 왔다. 비장애인에서 후천적으로 장애인이 되는 것을 뜻하는 ‘중도 장애인’의 삶을 살게 된 은주 씨는 길에서나, 교실에서나, 공공장소에서나 가리지 않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차별의 시선을 느끼게 됐다. 때론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등뒤에서 듣기도 했다. 은주 씨는 사고 후 대학에 진학해서 경영학을 공부했는데, 어느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려는 교육 프로그램에서 강의하는 지인의 모습을 보고 자신도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처우 개선에 힘을 쓰고 싶어 사회복지학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됐다.

▲ 초등학교에서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하는 이은주 씨의 모습 (사진: 이은주 씨 제공).

부산 북구에는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 방법을 알려주고, 후천적 장애 발생 예방 교육을 시행하는 ‘부산 장애 인식개선 교육센터’가 있다. 이은주 씨는 현재 이곳에서 학생들과 직장인들을 위한 장애 인식개선 강의를 하며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

▲ 학교에서 휠체어를 이용해 장애 체험교육을 하는 모습 (사진: 이은주 씨 제공).

은주 씨는 유치원부터 기업까지 다양한 곳에 강의를 나간다. 그는 센터의 이름처럼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을 주로 담당한다. 전반적인 장애인 인권 교육이나 후천적 장애 발생 예방을 위한 강의에 열정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그는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도 하지만, 장애인 당사자를 위한 이런저런 교육에도 소홀하지 않다. 자신의 권리를 분명하게 주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장애인들에게 다양한 권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 사업 이외에도 은주 씨가 맡고 있는 업무는 초기 장애인들을 상담해 사회 복귀를 위한 도움을 주는 일. 은주 씨는 “후천적으로 장애를 가지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며 “내가 휠체어에 앉아서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장애인들에게 보여줌으로써 노력하면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은주 씨는 현재 6년 차 강사다. 부산에 비영리 민간단체인 장애 인식개선 교육센터가 설립된 것은 3년 정도 됐다. 서울에만 있던 장애 인식개선 교육센터가 부산에도 설립된 것은 은주 씨와 다른 장애인 동료들이 이리저리 뛴 결과물이다. 그들은 이제는 장애인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들의 모임인 장애인 강사 협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은주 씨는 “장애인에 대한 지원 단체와 협회들이 아직도 많이 필요하다. 지금은 이런 일들을 하나하나 이뤄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장애인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은주 씨는 장애인도 같은 인간사람이란 것을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데 힘쓰고 있는 것. 그게 바로 장애 인식개선 교육이다. 은주 씨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한 사람이라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때다. 언젠가 그는 남자 고등학교를 찾아가 비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애 인식 교육을 하게 됐다. 그런데 강의를 나가기 전 그 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으로부터 이 학교에 장애인 학생이 있는데 비장애인 학생들이 많이 놀려서 상처를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은주 씨는 특별히 그 가슴 아픈 장애 학생의 사연을 염두에 두고 진심으로 비장애인 학생들이 반성하기를 원하면서 강의했다. 강의가 끝난 후, 학생들이 작성한 소감문 중에 바로 그 장애 학생을 놀렸던 비장애 학생의 반성문이 눈에 띄었다. 그는 “내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제대로 전달돼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바뀐 것을 알고 크게 기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은주 씨에게 힘든 순간은 아직도 많다. 한사람의 장애인으로서 아직도 여전한 일상에서의 차별이 그를 힘들게 한다. 장애인들이 출입하기 어려운 건물도 아직 많다. 장애인용 화장실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도 부지기수이며, 장애인 주차장에 비장애인이 차를 대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도 그는 장애 인식개선 교육센터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을 때가 더 힘들다고 했다. 교육센터는 소속 강사들의 외부 강사료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그런데 강연을 요청하는 학교 등에서 센터의 강사들에게 무료 봉사를 기대하고 강사료를 지불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아직 뿌리내리지 않은 경우도 많다. 

‘힘든 시기는 언제든 지나갈 것이다.’

이 말은 장애를 겪은 이후 은주 씨가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는 말이다. 그는 자신에게 언제든 더 힘든 시기가 다시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거에도 이겨냈던 것처럼, 분명히 차후의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이런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가려 노력한다.

장애인이 차별없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이은주 씨의 최종 목표다. 그런 환경이 조성돼야 많은 장애인들이 사회 활동을 할 수 있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그녀는 늘 생각한다. 은주 씨는 “장애 인식개선 교육센터가 필요 없는 사회가 되는 것이 어쩌면 장애인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완성된 사회이고, 그것이 내 삶의 마지막 목표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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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이 2016-06-29 11:06:03
차별 하지 말아야지 마음속으로 다짐해도 막상 도움이 필요한 분이나 장애인 분들이 있으면 불편해 피했었는데... 너무 부끄럽습니다... 요즘 인식 개선을 위해서 여러 곳에서 힘 쓰시는데 저부터 이러니 죄송하네요.. 이제 진심으로 장애인분들에게 다가가고 싶네요. 앞으로 용기내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인식 개선을 위해 활동 하시는 모습이 정멀 멋집니다.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