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세상에 내던져진 보호종료 아동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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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세상에 내던져진 보호종료 아동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부모'
  • 취재기자 성민주
  • 승인 2021.03.2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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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에 나타난 것과 현실은 별로 다르지 않아
'그것이 알고 싶다' 등 방송에서 보호종료 아동 상황 다뤄
한해 2600여 명 배출... 사회적 관심, 안전망 구축 시급
매년 2600여 명의 보호종료아동들이 나오지만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상황이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매년 2600여 명의 보호종료 아동들이 사회로 나오지만 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자리와 갈 곳은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인생은 고(苦)다, 렛츠고가 아니라...' 

영화 ‘아이’는 누구보다 강한 생활력으로 하루하루 살아온 아동학과 졸업반의 보호종료아동 ‘아영’(김향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호종료아동이 돈이 필요해 베이비시터가 되면서 생기는 세상에 관한 이야기다. 보호종료아동 ‘아영’과 워킹맘 초보 엄마인 ‘영채’의 상처로 가득한 이야기는 보는 이의 마음을 저리게 만든다. 아이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지만, 아이 같지 않은 아이 김향기(아영 역)와 아이 같은 어른 류현경(영채 역)은 그들이 처한 가혹한 현실을 대변해 줬다.

보육원 출신 아영은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죽기 살기로 버틴다. 하지만 세상은 참 매정하게도 열심히 노력하는 아영을 외면한다. 보육원에서 나온 아영은 그저 ‘홀로서기’를 해야 했다. 영화에서 이렇게 그려진 보호종료아동들의 실제 현실은 어떨까.

보호종료아동은 가정해체와 부모의 방임 등으로 가정 바깥 시설에서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가 되면 보호받던 시설에서 퇴소해야 하는 아이들을 말한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시설에서 자립을 해야하는 나이는 18세다. 아동복지법 및 기타 아동과 관련된 법에서 아동은 18세 미만으로 명시된 바 있다.

얼마전 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단칸방의 유령들’ 편에서 보호종료아동의 현실을 다뤘다. 프로그램은 창원 모녀 밀실 의문의 죽음 사건을 재조명하면서 보호종료아동이었던 A 씨의 이야기를 전했다. A 씨는 자신을 방임했던 친모의 학대 혐의로 친모와 강제 분리된 뒤, 보육시설에서 밝고 구김살 없이 자랐다고 한다. 화가를 꿈 꾼 A 씨는 미술학원도 다니며 누구보다도 미래를 열심히 준비했다. 하지만 A 씨는 보호종료아동으로 퇴소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녀의 의지였는지, 친모의 강요에 의해서였는지는 모르지만, 그녀가 결국 친모 곁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이후 친모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지만, 어쩌면 친모의 학대로 고통받았던 아이가 결국 돌아갈 곳이 그곳뿐이 아니었을까 생각되기도 했다.

보호종료아동들은 자립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 아름다운재단의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 캠페인 ‘열여덟 어른’에 따르면, 한 보호종료아동은 자립하게 되면서 홀로 외롭게 지내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이곳의 보호종료아동은 보육시설을 나오고 해방감에 놀면서 낭비한 시간의 대가는 참혹했다고 표현했다. 보호종료아동은 당장 갈 곳이 없고 생활비도 부족한 상태에서 같이 퇴소했던 친구들의 비극적인 이별 소식도 연이어 들었다고 말한다.

보호종료아동들을 위한 국가의 지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퇴소할 수밖에 없는 보호종료아동들에게 최대 500만 원을 주고 퇴소 3년간 매달 30만 원을 지원해 준다. 하지만 갑자기 큰 돈을 쥐게 된 아이들이 이 돈을 제대로 사용할지는 의문이다. 일부 보호종료아동들의 경우 지원금을 노린 친부모가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또 보호종료아동들이 자립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제도도 있긴 하다. 바로 ‘자립지원 전담요원’이다. 이들은 아이들이 만 15세가 됐을 때, 자립 계획을 세우고 홀로 설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퇴소한 뒤에도 5년간은 계속해서 도와준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보호종료아동들을 돕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다. 복지부에 따르면, 매년 보호 종료 아동은 2600여 명이 나오지만 이들을 전담할 자립지원 전담요원은 전국적으로 306명에 그치고 있다.

보호종료아동들은 “손 내밀 어른 한 명이 없다는 게 가장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한다. JTBC 보도에 따르면, 보호종료아동들이 원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한 지원금을 늘려달라는 것이 아닌, 함께 옆에서 지켜주며 도와줄 어른이 필요하다는 것. 보호종료아동들은 “이제 지켜줄 사람이 아예 없다는 것”, “받아줄 어른이 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나를 조금 대변해 줄 수 있는 어른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돌아가거나 힘들었던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기자는 며칠 전 공원을 갔다가 한 아이가 울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엄마의 손을 놓친 아이는 너무나도 크게 울어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먼저 앞질러 가버린 아이의 엄마는 다시 아이를 찾아왔지만, 잠깐이었는데도 아이는 갈 곳을 잃은 채 엉엉 울었다. 이 상황을 보면서 "보호종료아동들이 처한 현실은 얼마나 가혹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도 갈 곳을 잃은 채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아이가 아니었을까. 

‘보호를 종료한다’는 보호종료는 냉정한 단어로 느껴진다. 이들은 보호가 종료돼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에 갑자기 내던져진 열여덟, 어른이 되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그들에게도 소중한 삶을 지켜나갈 수 있게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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