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매 홈쳐보는 눈길 싫어"...'시선강간' 논란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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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매 홈쳐보는 눈길 싫어"...'시선강간' 논란 폭발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6.06.08 04:19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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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 "끈적한 시선 소름 끼친다" 주장에 "그럼 왜 거의 다 벗고 다니냐," 남성들 반박
▲ 이상한 시선은 언제 어디서든 존재한다(사진: pixabay).

요즘 온라인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신조어 ‘시선강간’은 남성이 여성의 신체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여성의 불쾌감을 유발해 강간에 준하는 치욕스러움을 줄 수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를 놓고 네티즌들은 “그냥 쳐다보는 것도 범죄냐,” “여성의 신체를 성적인 시선으로 훑어 보는 것은 범죄”란 입장으로 나뉘어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시선 강간' 논란은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이 일상적인 공간에서 매우 쉽게, 자주 벌어진다.

등하교 시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대생 김모(23, 부산시 남구) 씨는 최근 불쾌한 일을 겪었다. 모처럼 약속이 있는 날이라 아끼는 원피스를 꺼내 입은 김 씨는 평소처럼 지하철을 탔다. 자리가 없는 만원 지하철에서 김 씨는 좌석에 앉은 승객 앞에 서서 평소처럼 휴대폰으로 SNS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느껴지는 끈적한 시선. 그 시선의 주인공은 바로 김 씨 앞에 앉은 남성이었다. 김 씨는 “계속 내 다리를 훑어보다가 내가 쳐다보니까 씨익 웃는데 소름이 끼쳤다”며 “항의하고 싶었지만 너무 무서워서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여성 직장인 박모(27, 부산시 동래구) 씨는 자신의 큰 가슴을 향한 시선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박 씨는 “학교 다닐 때 버스를 타면 남자들이 가슴만 빤히 보니까 그게 너무 싫어서 (가슴을) 떼버리고 싶을 정도였다”며 “요즘도 상황은 똑같지만, 시선에 무던해지려고 노력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직장인 이모(30, 서울시 종로구) 씨는 직장에서의 시선이 괴롭다. 이 씨는 매번 끈적한 눈으로 특정 부위를 보는 직장 동료가 있어 큰 마음 먹고 그에게 곧바로 화를 내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는 번번이 “예뻐서 그랬다”며 눙치고 들었던 것. 상사와 다른 동료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아 봤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예뻐서 그렇다잖아, 좋겠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네 차림새가 그렇게 만들어. 단정하게 다녀"라고 이 씨 탓으로 돌려 더욱 괴롭다고 그녀는 말했다. 이 씨는 "그럼 내가 무조건 꾸미지도 말고 다녀야 하는 것인가? 다 가리고 다니면 남성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모두 내 잘못인가?"하고 되물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여자들의 옷차림이 성폭력을 유발한다는 잘못된 통념을 가지고 있다. 피해자가 짧은 치마,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었기 때문에 '성폭력의 원인 제공을 했다'는 식이다. 

이같은 통념에 저항한 운동도 없었던 게 아니다. 이른바 ‘야한 옷’을 입은 여성들의 시위, ‘잡년 행진’(슬럿 워크: slutwalk, 여기서 슬럿은 행실이 좋지 않은 여자를 가리킴)이다. 2011년 1월 캐나다 토론토 요크 대학에서 열린 안전 포럼에서 한 경찰관이 학생들을 향해 성폭행 피해자가 되고 싶지 않으면 슬럿처럼 옷을 입지 말아야 한다고 한 말이 발단이 됐다. 이 말은 성폭행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남성들의 대표적 '적반하장' 발언으로 받아들여져 여성들의 반발을 샀다. 토론토에서 3,000명이 모여 여성의 옷차림이 성폭행의 원인이라는 인식에 반발해 속옷 차림의 시위를 벌였다. 2011년 4월 토론토에서 시작된 슬럿워크는 2개월만에 유럽, 호주 등 30여 곳에서 진행되면서 전 세계 여성들의 지지를 받았고 우리나라에서도 열렸다.

▲ <아마존의 눈물> 촬영 당시 13세였던 야물루가 제작진의 시선이 무서웠다고 말하는 장면(사진: 인터넷 커뮤니티).

최근 각종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사진이 하나 있다. ‘아마존에서도 멈추지 않는 시선강간’이라는 제목의 캡처 이미지다.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 출연자가 3년 후 한국에서 제작진과 다시 만난 프로그램의 캡처인데 촬영 당시 남성 3명이 자신의 다리를 계속 봐서 무서웠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이 영상 이미지는 네티즌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각종 커뮤니티와 SNS로 퍼졌다.

‘시선 강간.’ 시선을 강간에 비유하는 이 단어는 듣기에 따라선 극단적 비약이지만 여성들은 이것만큼 와 닿는 단어가 없다고 말한다. 이윤주(28, 서울시 관악구) 씨는 “(이 단어는) 정말 자극적인 단어지만 어떤 상황을 뜻하는지 단번에 알겠다”고 말했다. 정은선(25, 부산시 강서구) 씨도 “여자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성들은 이같은 여성들의 주장에 반발하기도 한다. 변지훈(27, 부산시 금정구) 씨는 “그럼 남자들은 아예 눈을 감고 다니란 얘기냐”며 “우연히 시선이 여성들의 신체에 가 닿을 수도 있는데도 여성들이 너무 예민하게 구는 것 같다. '시선 강간'이라니 여자들 엄살이 심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남성인 손동우(22, 부산시 부산진구) 씨도 “여성의 몸에 시선이 가 닿는 것조차도 문제로 삼는다면 여자들도 남자의 몸을 보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 와중에 8일 경기도 수원에서 30대 여성이 70대 노인을 길가에서 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여성은 폭행의 이유로 노인이 자신을 기분 나쁘게 쳐다봤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 사건에 관해 '시선강간' 단어 사용 반대자 김성주(25, 부산시 서구) 씨는 "그 사건처럼 남성의 시선이 무조건 싫다고 따지고 심지어 폭력까지 행사하는데, 무엇이 시선 권력의 문제며 남성의 억압이란 말이냐?"고 말했다. 김 씨는 “여성을 성적인 시선으로 노골적으로 훑어보는 것은 이미 성희롱으로 인정받고 있다. 꼭 ‘강간’ 등 거부감을 일으키는 단어를 사용해 문제를 확대해야 하는 이유가 무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현재 '시선 강간' 주제 토론은 SNS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특히 페이스북 페이지 ‘바람계곡의 페미니즘’은 시선강간 사례를 모으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페이지는 최근 3주간 100여 건의 경험 제보가 있었다고 밝혔다. 페이지의 글들은 여러 커뮤니티로 퍼지면서 페이스북 사용자,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활발한 토론을 유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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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은초능력자 2021-06-03 23:39:29
시선강간. 바라보는 것만으로 여자를 강간해버림 ㅋㅋ.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놀라운 스킬 이름.
한녀들에 따르면 한남들은 5초 이상 쳐다보면 시선강간이 가능하다고 함. 보통 강간을 콘돔 안끼고 하면 일정 확률로 임신이 될 수 있음. 따라서 쳐다보는 것만으로 여자를 강간하고 임신시킬 수 있는 한남들은 진정한 초능력자 아닐까? 쳐다보면 여자들이 으앙~ 임신해버려~ 한다니.

간단함 2017-08-21 05:21:00
몸매를 드러내는 옷을 안 입으면 됨
예쁜옷이랑 야한옷을 구분 못하는 여자라면 남자들이 뇌 속을 들여다 볼수 없다는걸
다행으로 여겨야함
보여지기 싫은데 왜 보여지는 옷을 입는건지?
고민할 가치도 이슈가 될 이유도 없는 어거지 개똥싸는소리 ㅇㅇ;
"죄송한데 왜 그렇게 옷을 야하게 입으셨나요? 저도 인간이고 수컷인지라 몸매가 다 드러나는 그런 옷을 입고 계시니 시선이 자꾸 가네요. 죄송한데 지금 당장 건전한 옷으로 갈아입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라고 하면 무뇌녀들이 뭐라고 할려나...

어쩔수 없이 보긴 ㅉ 2017-05-06 17:19:28
문신한 건장한 양키 형냐 정면에서 대놓고 얼굴 들이대고 고간 몇십초간 빤히 쳐다보면 인정함

지랄 2017-02-15 04:38:41
시선강간 웃기네. 메갈 워마드 년들이 하도 시선강간 거리니 저런 어휘 쓰는 사람을보면 병맛스럽네 말좀 순화해서 써라 병맛새기들아 노인이 시선강간 했다고 폭행? 웃기고 앉아있네 성폭행에 주체는 폭력이다 자기보다 힘이 강한 사람이 약자에게 행하는거지 그리고 저건 여자가 구라라고 밝혀진 사건

오윤정 2016-06-29 13:11:03
ㅠㅠ 잘못한건 대놓고 쳐다보는 남잔거 같은데, 자극적인 단어 쓰는 여자들이 가해자인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