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성범죄자, 재범 막기 위해선 보호관찰관 대폭 증원 등 실질적 대책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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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성범죄자, 재범 막기 위해선 보호관찰관 대폭 증원 등 실질적 대책 마련돼야
  • 취재기자 성민주
  • 승인 2021.03.2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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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감독 보호관찰관 수, 성범죄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
주요국에 비해 한 명이 전담하는 성범죄자 수 2배 이상
성범죄자 재범률 증가 원인 중 보호관찰 인원 부족도 있어
전자감독 보호관찰 직원 증원, 기술 발전…성범죄자 재범 막아야
한 언론은 성범죄자 수에 비해 보호관찰관의 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을 보도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한 언론은 성범죄자 수에 비해 보호관찰관의 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을 보도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범죄자들이 형기를 마치고 감옥에서 출소하면서 주어지는 자유에는 암묵적인 메시지가 들어 있다.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 하지만 출소자의 자유가 재범으로 이어지는 위험의 우려가 크다.

한 언론에 따르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성범죄자 8명이 ‘조두순’처럼 1대 1 전자감독(감시)을 받기로 하면서 전국에 1대 1 전자감독 성범죄자 수가 31명이 됐다는 것. 성범죄자 8명 중 4명은 법무부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한 연쇄 성범죄자이며, 나머지 4명은 이미 출소해 일반 전자감독을 받던 성범죄자라는 것. 1대 1 전자감독 받는 성범죄자는 대부분 19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를 3회 이상 저질렀거나 재범 위험성이 높은 범죄자들이라고 한다.

이는 전자감독 보호 관찰관 한 명이 직접 전담해 24시간 위치 추적해 감시한다. 또 (관할 경찰서 대응팀) 경찰관 18명도 그들의 거주지 근처를 하루 종일 순찰하면서 밤낮으로 지키고 있다. 전자감독 관계자는 “조두순 같은 경우 출소하면서 주거지 인근에서 (조두순의) 행동을 관찰하는 직원 1명이 온전히 조두순만 감시하는 근무를 하고 있다”며 “다른 성범죄자의 1대 1 전담을 뺄 여력이 없다”고 전했다.

(일반) 전자감독 제도는 전자적 기술을 적용해 범죄인을 감독하는 형사정책 수단이다. 재범 위험성이 높은 특정 범죄자의 신체에 전자 장치를 부착해 24시간 대상자의 위치,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보호관찰관의 밀착 지도·감독을 통해 재범을 효과적으로 방지하는 제도다.

1 대 1 전자감독은 성범죄자의 주거지 반경 1km 이내 지역에 폐쇄회로(CCTV)를 늘리고 전담 보호관찰관을 지정해 1대 1로 온전히 한 성범죄자만 감독하는 것이다.

하지만 1대 1 전자감독 대상자들만 보고 성범죄자 관리 감독이 철저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언론에서는 전국에 단 두 곳뿐인 ‘위치추적관제센터’의 상황을 보도한 바 있다. 위치추적관제센터는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고위험군으로 분류되지 않은 일반 성범죄자)의 동선을 추적하는 곳이다. 하지만 위치추적관제센터 중 한 곳에서는 관제센터 직원 1명이 맡고 있는 일반 성범죄자만 700여 명이라고 한다. 이들은 모니터 화면을 통해 700여 명의 성범죄자가 찬 전자발찌의 동선을 추적해 감시하고 있다. 하지만 단 10분이라는 시간 동안 아동 성범죄자가 어린이집 근처에서 잡히거나 전자발찌 훼손, 성범죄자가 사라지는 등 100여 건의 위험한 상황이 터진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성폭력 보호관찰대상자의 재범률 증가 원인으로 보호관찰 인원 부족을 꼽았다. 법무부 전자감독과에 따르면, OECD 주요 국가의 보호관찰 직원 1인당 평균 담당 인원수는 7.8명이다. 미국의 경우 9명, 영국 9명, 스웨덴 5명, 호주 8명 등 대부분 10명 이내다. 하지만 한국은 평균적으로 보호 관찰관 한 명당 성범죄자 17명을 담당한다. 주요국에 비해 한국의 보호관찰관 한 명이 전담하는 성범죄자 수는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이에 따라 성범죄자의 재범 위험성은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성폭력 재범률은 2016년에는 재범률 4.40%(검거인원 2만 9414명), 2017년은 5.26%(검거인원 3만 2768명), 2018년 6.40%(검거인원 3만 3061명)다.

기자는 조두순 사건, 미투운동, 디지털 성범죄 n번방 사건 등 성범죄와 관련된 일들이 계속해서 대두되는 것을 보며 그 심각성에 대해 깨달을 수 있었다. 요즘 부모들은 항상 자녀들이 외출할 때면 ‘밤늦게 다니지 마라’, ‘친구랑 꼭 같이 다녀라’ 등 걱정하며 불안한 마음으로 자녀를 기다린다. 그런데 어릴 적 부모들의 옛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람이 아닌, 귀신이 무서웠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어두운 밤 좁은 골목길을 지나갈 때면 지나가던 어르신을 기다렸다 함께 갔던 시절이 있다고 한다. 그 시절이 상상이라도 되는가. 지금은 수십 번도 더 뒤돌아보며 우리는 ‘귀신’이 아닌 ‘사람’을 피해 도망친다. 기자 또한 밤늦게 귀가할 때, 혹시나 누가 따라올까 봐 걸음을 재촉하거나 엘리베이터를 탈 때에도 문을 황급히 닫곤 했다. 우리는 괜스레 사람을 의심하고 두려워하기도 한다. 이게 맞는지 잘못된 건지 의문이 들면서도, 이러한 상황을 사람이 또 만들었다.

우리를 공포에 떨게 만드는 성범죄자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그에 비해 전자감독 보호관찰관의 수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성범죄자 10명 중 6명은 지하철이나 기차에서 유사 범죄를 다시 저지르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유사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성범죄자에게 심리치료 및 교육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선 전자감독 보호관찰 직원 증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또한 과학기술은 사람들의 편리를 위해 무궁무진하게 발전하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 기자는 전자발찌를 훼손하는 사례들을 접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게 사랑을 주는 강아지를 짖지 못하게 하는 ‘초음파 짖음 방지기’도 개발됐는데, 사람에게 끔찍한 행동을 하는 성범죄자가 도망치지 못하게 하는 족쇄는 왜 이리 허술할까. 지금은 과학 기술로 사람이 사람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다. 이 속에서 성범죄자를 관리·감독하기 위한 기술 또한 함께 발전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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