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가 주는 뭉클한 메시지..."그래, 이게 우리 한국의 가족애지!"
상태바
영화 '미나리'가 주는 뭉클한 메시지..."그래, 이게 우리 한국의 가족애지!"
  • 경남 김해시 김나희
  • 승인 2021.03.20 0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제목 '미나리' 의미는 어디서든 잘 자라는 한국인의 끈기 같은 것
"이 영화, 정말 원더풀...오래오래 우리 가슴에 머물 것 같다"

지난 3일, 드디어 ‘미나리’가 한국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최근 각종 상을 휩쓸며,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바로 그 영화다. 해외에서 줄줄이 들리는 수상 소식에 관심이 생겨 한국 개봉만을 손꼽아 기다렸기에, 나는 곧장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 사람들의 마음을 그토록 사로잡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난 후인 지금은 순자의 대사를 인용해, “이 영화, ‘미나리‘는 원더풀, 원더풀!”이라고 말하고 싶다.

개봉 당일, 어머니께서 무슨 영화를 보러 가는 거냐며 현관을 나서는 나에게 물으셨다. 제목을 말하는 내 대답에 어머니는 몇 번씩이나 우리가 아는 그 미나리가 맞냐며 되물으시곤, “무슨 영화 이름이 그렇냐”고 웃으셨다. 그만큼 한국인에게 미나리는 흔하고, 영화 제목보다 밥상에 오른 미나리의 모습이 더 친숙하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왜 ‘미나리’인지, 제목의 의미가 가장 궁금했다.

영화 '미나리' 포스터(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미나리' 포스터(사진:네이버 영화)

바쁜 부모 대신 어린아이들을 돌볼 할머니 순자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온 것이 바로 그 미나리 씨앗이다. 순자는 미나리를 심으러 데이빗과 숲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뱀에게 돌을 던지는 데이빗을 보며 순자가 “보이는 게 안 보이는 것보다 더 나은 거야. 숨어 있는 게 더 위험하고 무서운 거란다”라고 했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 가슴에 콕 박혔던 이 말은 데이빗이 심장병이 호전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다시 떠올랐다. 데이빗의 심장 소리가 최근 더 커져서 오히려 걱정했다며 안도하는 엄마 모니카를 보며, 숨어 있지 않고 선명하게 들렸을 데이빗의 심장 소리가 상상됐다.

머나먼 타지에서 아빠 제이콥네 가족이 보낸 하루하루에도 크고 작은 다툼이 끊임없이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런 갈등이 결국 제이콥 가족의 끈끈한 사랑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다 함께 누워 서로를 지키듯 껴안고 잘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영화 마지막에 제이콥이 무럭무럭 자라난 미나리를 보며 “할머니께서 자리를 참 잘 고르셨다”고 말한다. 미나리가 어디서든 잘 자라는 것처럼 ‘한국인’도 어디에 살든 잘 이겨냈고 앞으로도 잘 이겨낼 것이라는 뜻임을 나는 깨달았다.

봉준호 감독이 남긴 “아름답고, 보편적이다”라는 한 줄 평은 이 영화를 가장 잘 표현한 한마디가 아닐까 싶다. 잔잔하고 단란한 이 영화는 마치 우리가 바로 어제 보냈던 일상처럼 흘러간다. 그렇게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엔 “그래, 이게 우리, 한국의 가족애지”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엄청난 반전 없이도 마치 바로 내일 똑같이 경험할 것처럼, 우리의 삶을 그대로 투영한 내 일과 같은 이야기가 사람의 마음을 깊이 울릴 때가 있다. ‘미나리’가 남긴 작은 울림이 당분간 내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퍼져나갈 예감이 든다.

*편집자주: 위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