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상, 디지털 파일로 전환... 타 지역민 부러워해

‘편리함 뒤에 뒤따르는 그리움’. 요즘은 카메라가 없어도 스마트폰 하나로 사진 촬영, 동영상 촬영, 포토샵 등이 가능해 추억을 간편하게 저장할 수 있다. 하지만 매체 환경이 변화하면서 우리는 아날로그 영상을 더 이상 쉽게 꺼내볼 수 없게 됐다. 과거 캠코더로 촬영된 영상들을 보여주는 재생 장치들은 점차 사라져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의 옛 추억은 보이지 않는 테이프에 갇혀버린 셈이다. 부산 영화의 전당이 부산 시민의 그리운 옛 추억을 찾아주기 위해 나섰다.
영화의 전당-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 부산은 부산 독립영화협회와 함께 아날로그 영상을 디지털 영상으로 변환해 주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18일 밝혔다. 본 프로젝트는 재생하기 어려운 추억의 영상을 디지털 파일로 변환해,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손쉽게 만나 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올해는 과거 가정용 캠코더에서 주로 사용한 8mm 테이프도 추가로 확대 진행해 부산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3월 22일부터 전액 무료로 진행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개인 3개 이내, 기관이나 단체는 5개 이내로 변환 가능하다. 프로젝트 신청 방법은 공고문에 게재된 구글폼 링크를 통해 온라인 신청 후, 우편을 통해 부산 시민 및 비영리 단체의 기록 영상이 담긴 비디오(V HS), 캠코더(6mm, 8mm) 자료를 접수하면 된다. 배송료는 신청자가 직접 부담해야 한다. 영화의 전당 관계자는 “오는 22일에 영화의 전당 홈페이지에 공고문을 올릴 예정”이라며 “신청방법, 세부 내용 등 보다 자세한 내용은 공고문을 참고하면 된다”고 말했다.
영화의 전당에 따르면, 디지털 변환 프로젝트는 지난해 처음 시행됐다. 영화의 전당은 지난해 총 902편의 아날로그 매체를 동영상 파일로 변화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시행한 지 약 한 달여 만에 500편이 넘는 매체가 신청됐으며, 접수가 마감된 이후에도 변환 요청과 관련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고 한다. 영화의 전당은 이같은 부산 시민들의 폭발적인 관심에 힘입어 올해도 진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추억 소환 디지털 변환 프로젝트는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 지정을 부산 시민과 함께 기념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부산 시민들은 이 프로젝트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강한영(23, 부산시 금정구) 씨는 “아날로그 영상 복원은 묵혀뒀던 추억을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하는 프로젝트 같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마음에 잠시라도 추억을 회상하면서 훈훈함이 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순희(67, 부산시 사하구) 씨도 “손녀가 알려줘서 이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 됐다”며 “(영상 재생 장치가) 고장 나서 (과거에 찍어뒀던) 추억을 담은 영상을 못 보고 있었는데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하니 꼭 신청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 시민들은 부산 시민만을 대상으로 하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부러워하는 눈치다. 전영정(45, 울산시 중구) 씨는 “우리 집에도 못 보는 테이프가 쌓여 있다”며 “부산이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는 프로젝트라고 들었는데, 그래도 부산 시민으로만 한정돼 있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정성엽(24, 대구시 동구) 씨도 “우연치 않게 부모님 결혼식 테이프를 발견했는데 재생 장치가 없어서 볼 수 없었다"며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를 보고 부모님께 영상을 변환해 선물로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부산 시민들 대상이라고 적혀 있어서 아쉬우면서도 부러웠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은 지난 2014년 아시아 최초로 영화 창의도시로 지정됐다. 현재 16개국 18개 도시가 부산과 함께 영화 창의도시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