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의 텃새화 현상'...여름 철새들, 지구온난화로 기후 감각 잃고 겨울도 국내 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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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의 텃새화 현상'...여름 철새들, 지구온난화로 기후 감각 잃고 겨울도 국내 체류
  • 취재기자 성민주
  • 승인 2021.03.14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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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투티’, 여름 철새지만 우리나라 겨울에 등장
전문가들, 그 원인은 지구온난화
갈수록 심해지는 지구온난화 현상에 세계인의 관심 절실
옛부터 사계절이 뚜렷했던 우리나라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철새들이 제 갈 길을 찾지 못해 한곳에 머무르고 있다. 하루 빨리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옛부터 사계절이 뚜렷했던 우리나라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철새들이 제 갈 길을 찾지 못해 한곳에 머무르고 있다. 하루 빨리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옛날부터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였다. 사계절마다 각각 달라지는 경관은 매우 아름답다. 봄이 되면 강남 갔던 제비가 다시 찾아오고, 가을이면 북녘땅의 기러기가 찾아와 계절의 시작을 알려줬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계절이 철새들의 이정표가 되지 못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봄과 가을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봄과 가을이 짧게 보면 한 달, 길게 봐도 50일 채 되지 않는다. 이렇게 계절이 바뀌면서 철새들은 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올겨울, 울산에서 여름 철새로 분류되는 ‘후투티’가 포착됐다.

울산에 사는 김태완 씨가 1월 12일 찍은 '후투티' 사진이다. 후투티는 여름 철새로 겨울에는 따뜻한 지방으로 날아가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겨울에도 우리나라에 종종 머무르는 경우가 있다(사진: 김태완 씨 제공).
울산에 사는 김태완 씨가 1월 12일 휴대폰으로 촬영한 '후투티'다. 후투티는 여름 철새로 겨울에는 따뜻한 지방으로 날아가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겨울에도 우리나라에 종종 머무르는 경우가 있다(사진: 김태완 씨 제공).

울산에 사는 김태완(26, 울산시 중구) 씨는 한겨울인 지난 1월 산책하던 중 특이하게 생긴 새를 발견했다. 처음 보는 특이한 모양의 새이기에 그의 마음을 더 끌었다. 새를 카메라에 담은 김 씨는 집에 가서 새의 이름을 알아보기 위해 검색했다. 그가 찍었던 새는 다름 아닌 여름 철새였다. 김 씨는 “평소 조류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신기하게 생긴 새를 보면 쉽게 지나치지 않는다”며 “알아보니 여름 철새인데 한겨울인 1월에 발견돼 너무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기하기는 하지만, 여름 철새가 겨울에 발견되는 원인이 혹시나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것은 아닌지 씁쓸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철새들이 제 계절을 찾아 돌아가지 않는 것을 ‘텃새화 현상’이라 한다. 텃새화 현상은 철새가 여름철에 우리나라에서 번식한 후 겨울에는 따뜻한 지방으로 날아가 겨울을 나야 하는데, 이 여름 철새가 우리나라에서 따뜻해진 겨울을 계속 나고 있는 현상을 뜻한다.

새들의 이동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여러 학설이 존재한다. 대체로 추운 지역에 사는 새들은 큰 추위를 피해 먹이와 번식 조건이 좋은 곳으로 서식지를 옮겨가던 습성이 있다. 이 습성이 유전돼 새들이 이동한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는 것. 그러나 지구온난화에 따라 기후변화로 평균기온이 오르고, 겨울임에도 얼지 않는 하천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에 20년 전부터 새들의 이동에 작은 변화가 감지됐다고 한다. 지금은 적지 않은 수의 새들이 계절에 따라 옮겨 다니지 않고 한곳에 머무르는 텃새화의 과정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을 지치게 하고 있지만, 오히려 코로나19 덕분에 생태계와 환경은 개선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을 지치게 하고 있지만, 오히려 코로나19 덕분에 생태계와 환경은 개선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여름 철새의 텃세화 현상은 ‘코로나19가 낳은 역설’을 연상시킨다. 언론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세계 곳곳에서 자연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코로나19가 대륙 전체로 퍼져나가자 중국의 경우 우한을 봉쇄하고 차량 통행금지,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에 유럽우주국(ESA)이 촬영한 동아시아의 대기 상황을 공개한 영상을 보면 대기질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

또 인도 언론은 지난해 인도 동북 오디샤주 간잠 지역 루시쿨야 해변에 올리브 바다거북이 80만 마리가 돌아와 둥지를 틀었다는 뉴스를 보도하기도 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수많은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로 해변이 오염돼 2016년 이후 바다거북이들은 알을 낳으러 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해변 출입이 자제되면서 해변이 깨끗해지자, 바다거북이들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인도의 환경단체에 따르면, 바다거북이가 돌아온 것은 환경이 회복되고 있다는 대표적인 징조 라고 한다.

우리들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태계와 환경을 바꾸고 있다. 사람에 의해 위축되고 멀리 쫓겨났던 동물들은 자연생태계 회복과 함께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정말 우리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아닐까.

새들도 도시화되어 가는 것 같다. 촌에 살던 사람이 과학 기술을 접해 신문물을 터득하면서 흔히 도시화되어 간다고 표현한다. 새들도 마찬가지다. 변화하는 계절에 따라 그냥 적응하면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모든 나라가 함께 노력해 이겨나가야 한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모든 나라가 함께 노력해 이겨나가야 한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현재 우리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지구적 기온 상승은 물론 해수면 상승, 해양 산성화, 물 순환 변화, 대기오염, 생태계 다양성 훼손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증세와 기후변화는 몇 년 전부터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편리한 삶을 위해 과학 기술을 무궁무진하게 발전시키면서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지구온난화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언제 또다시 지구가 아프다는 비상벨을 울리지 아무도 모른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모든 국가가 함께 노력해 이겨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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