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가게에 돈으로 혼쭐나게 해주자"...선행 베푼 소상공인 돕는 ‘돈쭐 문화' SNS 통해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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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가게에 돈으로 혼쭐나게 해주자"...선행 베푼 소상공인 돕는 ‘돈쭐 문화' SNS 통해 확산
  • 취재기자 성민주
  • 승인 2021.03.07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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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쭐'은 좋은 일 한 가게 물건 팔아주자는 캠페인
홍대 철인7호 치킨집 선행 알려지면서 돈쭐 문화 확산
#돈줄, #돈쭐 나세요 해시태그도 등장
일각에서는 영수증을 인증하는 착한 소비운동도 진행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의 버팀목이 되어 줄 새로운 트렌드 '돈쭐' 문화가 등장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의 버팀목이 되어 줄 새로운 트렌드 '돈쭐' 문화가 등장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요즘 거리에 나가보면 제일 많이 보이는 것이 다름 아닌 임대 간판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일부 가게들이 운영난으로 하나둘씩 문을 닫은 결과다. 지난달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인해 업종별 영업시간이 밤 9시까지로 제한되자, 많은 가게는 배달사업에 뛰어들며 잇따라 폐업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가 힘든 이 시기에 지친 소상공인들의 마음을 달래 줄 새로운 트렌드 ‘돈쭐’이 등장,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돈쭐은 돈과 혼쭐의 합성어이다. ‘혼쭐이 나다’라는 원래 의미와는 달리, 정의로운 일을 한 가게의 물건을 팔아주자는 역설적 의미의 신조어다. 인스타그램에 있는 해시태그 '#돈쭐', '#돈쭐나세요' 등 돈쭐과 관련된 게시글이 대략 200개 이상이다.

돈쭐을 내는 문화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한 세대)가 ‘미닝아웃’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들로 인해 생겨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닝아웃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소비행위를 통해 자신의 정치·사회적 신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행위를 말한다. MZ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인터넷이 보편화된 시대에 살기 때문에 IT와 인터넷에 익숙하다. 그들은 각종 경험을 SNS을 통해 공유하고 전파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홍대점 철인7호 치킨집 대표가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형제에게 받은 손편지다(사진: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홍대점 철인7호 치킨집 대표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형제에게 받은 손편지 사진을 올렸다(사진: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돈쭐 문화는 서울 홍대점 철인7호 치킨집에서 시작된 듯하다. 지난달 16일 철인7호 치킨집 대표는 한 형제로부터 받은 손편지를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 해당 손편지 내용에 따르면, 할머니와 함께 사는 한 형제에게 철인7호 치킨집 사장이 몇 차례 공짜로 치킨을 내어 주고 동생을 미용실에 데려가 머리도 깎아주는 등 선행을 베풀었다는 것. 작성자는 “5000원을 들고 여러 가게를 다니며 사정을 말했지만 전부 내쫓았다”며 “하지만 철인7호 사장님은 오히려 치킨 식으면 맛없다고 콜라 두 병과 함께 얼른 먹으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이 치킨집에 돈쭐을 내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퍼져 해당 가게에 주문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치킨만 주문하고 돈을 낸 후 치킨을 받지 않거나, 직접 가게에 찾아가 작은 성금 봉투를 주고 가는 시민들도 나타났다.

배달 앱 '배달의 민족'을 통해 철인7호 치킨집 영업 중단 소식을 접할 수 있다(사진: 배달의 민족 앱 화면 캡처).
배달 앱 '배달의 민족'을 통해 철인7호 치킨집 영업 중단 소식을 접할 수 있다(사진: 배달의 민족 앱 화면 캡처).

현재 해당 치킨집 가게는 잠시 영업을 중단했다. 배달 앱 배달의 민족에 따르면, 철인7호 치킨집 사장이 돈쭐을 내주겠다며 찾아오는 폭발적인 주문에 잠시 영업을 중단했다는 것. 사장은 배달의 민족을 통해 “현재 많은 주문으로 영업을 일시 중단한다”며 "평생 잊지 못할 하루를 선물해주신 여러분께 고개숙여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철인7호 치킨집에 이어 다른 많은 가게에서도 돈쭐 문화가 적극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미 각종 SNS와 네이버 블로그에는 수많은 돈쭐을 낸 후기 글이 올라오고 있다. 누리꾼들은 “착한 가게에 돈쭐내고 왔어요”, “이런 사장님은 돈쭐 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돈쭐 내고 온 후기” 등 다양한 글을 올렸다. 누리꾼 중 돈으로 혼쭐 내 줄 가게를 소개하는 SNS 계정을 만든 이도 있었다. 홍대점 철인7호 치킨집 미담 여파로 울산점 철인7호 치킨집에서도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고 한다.

젊은이들은 점차 확산되고 있는 돈쭐 문화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대학생 김한율(22, 서울시 광진구) 씨는 “돈쭐 문화를 듣고 철인7호 치킨집 사장님도 대단하지만 함께 문화를 만들어 참여하는 사람들도 멋진 것 같다”며 “나도 기회가 된다면 착한 가게에 돈쭐을 내주고 싶다”고 말했다. 성민정(23, 부산시 사하구) 씨도 “가끔 배달을 시킬 때 사장님께 요청사항을 적는 란에 응원 메시지를 적은 적이 있다”며 “항상 사소한 응원에도 감사히 생각해 주시는 사장님들도 많은데, 돈쭐 문화가 앞으로 더 확산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돈쭐 문화를 접한 네티즌들은 “멋지네요. 저도 돈쭐 내는데 참여하고 싶어요”, “철인7호 치킨집에도 돈쭐 냈는데 다른 가게에도 돈쭐 내러 또 갑니다”, “따뜻한 분이시네요. 복받으시고 돈쭐 나시길”, “신조어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단어다. 돈쭐 아주 입에 착착 감긴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사정이 어려워진 동네 가게 자영업자를 돕는 캠페인도 진행되고 있다. 이 캠페인은 동네 음식점에서 음식을 구매한 후 영수증에 응원 메시지를 적어 인증샷을 SNS에 올리는 착한 소비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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