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화는 이제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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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전화는 이제 추억이 되었다
  • 나은지
  • 승인 2013.01.16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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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거리며 떨어지는 동전 소리의 기억도, 공중전화 부스 뒤로 길게 늘어선 줄도 이제는 희미한 추억이 되어버렸다. 이동전화 가입자 수 4300만 시대가 도래하면서 공중전화는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KT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공중전화는 21만 여대로, 이는 2001년 51만 여대에 비하면 절반 이상이 줄어든 수치다. 이 중 10만대 정도는 공중전화 설치 희망자가 단말기를 직접 구입, 설치해 운영하는 자급제 공중전화다. 이처럼 어렵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공중전화기마저도 90% 이상이 교체시기가 지나서 오래된 것들이라고 한다.

KT에 따르면, 98년만해도 7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만큼 전성기를 누렸던 공중전화였지만, 점차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 2001년 3406억원이었던 공중전화 매출액이 2006년엔 784억원 수준으로 폭락했고, 지난해에는 적자만 507억원에 달했다. 대학생 임다은(20) 씨는 “초등학교 때 이후로 공중전화를 사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우리 동네에 공중전화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 아예 없어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부산시 금정구 부곡동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안숙자(51) 씨는 “가게 앞에 있는 공중전화는 매일 먼지만 쌓여있고, 사람들이 자꾸 쓰레기를 버리고 가서 아주 죽겠어요”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공중전화 사업은 공익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KT의 공중전화 위탁 운영회사인 KT 링커스 측은 공중전화 유지 보수에 대당 월 7만 원을 쓴다고 했다. 공중전화 한 대에서 올리는 평균매출은 한 달에 5만 5800원. 매출보다 유지 보수하는 데 더 많은 돈을 쓰는 셈이다. KT는 사업성만 감안한다면 당장 공중전화 사업을 관둬야 하겠지만, 공중전화는 국민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공익사업인 ‘보편적 역무사업'에 해당돼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에서 해마다 결손금을 일정 부분 보조해주는 제도까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최근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고자 KT에서 새로운 자구책을 내놓았다. 바로 공중전화 부스 디자인을 새롭게 바꾸는 것이다. 이것은 측면과 후면에 모두 유리를 사용해 버스 정류장처럼 광고를 개제할 수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 광고수익을 창출해 예산확보까지 가능해지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 KT 측의 설명이다.

또 KT 링커스의 대표이사 한상균 씨는 2008년 2월 4일부터 수도권 및 일부 지방을 대상으로 교통카드를 이용한 공중전화 통화서비스를 개시한다고 말했다. 교통카드를 이용하여 공중전화 통화를 할 수 있는 전화기는 현재 서울․경기 및 제주, 원주, 통영, 거제 등에 설치된 2만대 규모이다.

대학생 김보람(22) 씨는 “1주일간 휴대폰을 들고 다니지 않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공중전화만 찾아다녔다. 평소엔 잘 못느꼈지만 휴대폰이 없을 때 절실히 필요성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휴대폰이 없어 종종 공중전화를 이용한다는 장경란(75) 할머니는 “장을 본 후 짐이 무거울 때 공중전화로 손녀들을 부르곤 하지. 공중전화가 없어지면 많이 불편하고 아쉬울 것 같아”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2월 마케팅 조사업체인 엠브레인의 설문조사 결과도 ‘공중전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60%를 넘었다. 휴대전화가 없을 때 대체용으로 쓰거나, 학생·군인 및 서민을 위한 긴급 통신용으로 공중전화를 남겨야 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권기환 책임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국내 공중전화 시장 상황도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모든 국민의 기본적 통신권 보장'이라는 보편적 역무제도의 취지를 감안한다면, 정부가 공중전화 설치 및 철거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여 공중전화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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