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계 끊이지 않는 '학폭 폭로' 파장... 일부 당사자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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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계 끊이지 않는 '학폭 폭로' 파장... 일부 당사자 사과
  • 취재기자 박상현
  • 승인 2021.02.1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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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선수 A 씨, 피해자에 "거지같다. 네 장례식 때 춤 춰줄게' 조롱
배구협회, "학폭 가해자 모든 국제대회에서 선수 선발 제외" 밝혀
이재영, 이다영 선수, "과거 학폭 잘못 시인 사과" 불구 파장 계속
한국배구연맹,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학폭 연루자는 전면 배제할 계획'
한국배구연맹은 '학폭 미투' 사태에 대해 학교폭력과 성범죄에 연루된 선수는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사진: 더팩트 제공).
한국배구연맹은 '학폭 미투' 사태에 대해 학교폭력과 성범죄에 연루된 선수는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사진: 더팩트 제공).

한국 프로배구 선수들의 과거 행적이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낱낱이 밝혀지며, 배구계에 ‘학폭 미투’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한국배구연맹은 앞으로 학교폭력과 성범죄에 연루된 선수는 신인선수 드래프트(신인선수를 선발하는 일)에서 전면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6일 한 인터넷 게시판에 '신입 프로 여자배구 선수 학폭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사진: 네이트판 캡처).
지난 16일 한 인터넷 게시판에 '신입 프로 여자배구 선수 학폭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사진: 네이트판 캡처).

지난 16일 한 인터넷 게시판에 ‘신입 프로 여자배구 선수 학폭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초등학교 재학 시절, 3년 동안 다수의 학생에게 괴롭힘을 당했으며, 그 주요 가해자 중 한 명이 프로 배구단에 입단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작성자는 신인 프로 배구선수 A 씨와 주변 인물들에게 지속적인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네 인생은 망했다. 거지 같다. 더럽다. 죽어라” 등의 욕설은 기본이며, “네가 죽으면 너의 장례식장에서 '써니' 춤을 추겠다” 등의 조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작성자는 또 “2월 8일에 배구단에 연락해 A 씨를 신고했으며, 긴 대화 끝에 2~3일 뒤에 연락을 주겠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1주일 동안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2월 10일에 A 씨 부모님에게 연락이 왔다”며 “대충 얼버무리며 사과를 했지만, 딸의 죄를 제대로 인정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기다려도 배구단 측의 연락이 없어 2월 15일에 다시 연락했더니 자신들은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 사자대면을 통해 합의를 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작성자는 “배구단 측의 태도에 실망해 배구협회에 민원을 올리니, 배구단 측에서 바로 연락이 왔다”며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증거와 함께 직접 만나서 대화하길 원한다는 대답을 들었다”면서 “아무리 강하게 말해도, 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다시 꺼내게 만드는 가해자와 관계자들에게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다.

지난 13일 모 인터넷 게시판에는 '현직 남자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사진: 네이트판 캡처).
지난 13일 모 인터넷 게시판에는 '현직 남자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사진: 네이트판 캡처).

이에 앞서 지난 13일 모 인터넷 게시판에는 '현직 남자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의 작성자는 “폭행이 일상이던 그때의 일상이 절대 일반적인 게 아니었음을 이제야 고백하려 한다”고 전했다.

작성자는 “고등학교 1학년 여름 어느 날, 운동하던 나와 친구들을 구석에 있던 3학년이 구석으로 부르더니 노래를 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노래 부르기를 거부하자, 3학년 한 학생이 옆에 있던 2학년을 폭행했다”며 “폭행을 당한 2학년은 노래를 하라며 자신을 때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작성자는 그날 저녁 응급실에 실려 가 고환 봉합수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친구들은 당신들이 때렸던 그 날들을 한때의 추억으로 묻으려 한다”며 “나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날의 악몽들이 잊히지 않고, 평생 안고 살아야 할 육체적 고통이 있다. 평생 반성하면서 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작성자는 “지금도 과거 피해를 받았던 피해자들은 당신들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어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 폭력 논란의 가해자로 지목받은 선수들은 자신의 SNS에 사과문을 올렸다(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학교 폭력 논란의 가해자로 지목받은 선수들은 자신의 SNS에 사과문을 올렸다(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이에 대해 해당 학교폭력 논란의 가해자로 지목받은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읏맨의 송명근은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송 씨는 지난 14일 자신의 SNS에 ‘안녕하세요. 송명근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송 씨는 “청소년 시절, 나의 어리석은 행위에 대해 피해자가 쓴 글을 봤다. 전부 사실이다. 시인한다.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를 저지른 것이 맞다. 그 어떠한 변명도 해명도 필요 없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 다시 한번 진심 어린 사죄를 드리고 용서를 구하는 것과 별개로 공개적으로도 나의 악행을 시인하고, 피해자에게 다시 한번 더 사죄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배구계의 ‘학폭 미투’ 사태는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소속 쌍둥이 자매 이재영, 이다영 선수의 학교폭력 논란에서 비롯됐다. 지난 10일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두 선수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가해자가 음식을 먹지 못하도록 막거나, 흉기로 위협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학교폭력 논란 이후 이재영, 이다영 자매는 개인 SNS를 통해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지난 15일 대한민국배구협회는 배구선수들의 학교 폭력 논란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했다(사진: 대한민국배구협회 제공).
지난 15일 대한민국배구협회는 배구선수들의 학교 폭력 논란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사진: 대한민국배구협회 제공).

대한민국배구협회는 이번 배구계의 학폭 미투 사태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협회는 “이번 학교폭력 사태로 인하여 많은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협회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학교폭력 사건들에 대하여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유사한 사건의 재발 방지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학교폭력 가해자는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규정에 따라 향후 모든 국제대회에 무기한 국가대표 선수선발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향후 국가대표 지도자 및 선수 선발 시, 철저한 검증을 통해 올림픽 정신을 존중하고,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국가대표팀에 임할 수 있는 지도자 및 선수만을 선발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배구연맹은 이번 사태에 대해 학교폭력 연루자들의 신인선수 드래프트 참여를 원천봉쇄한다고 밝혔다. 연맹은 “앞으로 과거 학교 폭력과 성범죄 등에 중하게 연루된 선수는 신인 선수 드래프트 참여에 전면 배제할 것이며, 드래프트 시 학교폭력 관련 서약서를 징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연맹은 학교폭력 연루자 신인선수 드래프트 참여 원천봉쇄와 더불어 △피해자 신고센터 설치 △징계 규정 정비 △학교폭력 근절 및 예방 교육 △학교폭력 근절 캠페인 전개 등의 방안을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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