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석 칼럼] 김명수 대법원장의 정치권 눈치보기와 거짓말이 초래한 사법부의 신뢰성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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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석 칼럼] 김명수 대법원장의 정치권 눈치보기와 거짓말이 초래한 사법부의 신뢰성 위기
  • 편집국장 송문석
  • 승인 2021.02.0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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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채 흔들리는 사법부, 국민의 불신과 구성원의 열패감 높혔다
'사법 치욕'을 부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
대법원장이 거짓말 하는 나라... 국민은 사법부 신뢰할 수 있을까?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10월 2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끝난 뒤 퇴장하고 있다(사진: 더 팩트 제공).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10월 2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끝난 뒤 퇴장하고 있다(사진: 더 팩트 제공).

사법부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국민들은 불신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사법부 구성원들은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라고 열패감을 나타내고 있다.

사법부가 최악의 위기를 맞은 것은 현직 부장판사가 사상 초유의 탄핵소추를 당한 데에만 있지 않다. 사법부를 수렁으로 끌고 들어간 이는 다름 아닌 대법원장이라는 데 이번 위기의 심각성이 있다.

‘사법 치욕’을 부른 주인공은 여당 눈치보기와 금방 들통날 거짓말로 사태를 호도하려 한 김명수 대법원장이다. 김 대법원장이 2017년 사법부 수장 자리에 앉은 이래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다 못해 정치권에서 불어오는 바람보다 먼저 눕는다는 소리가 곳곳에 들리던 터였다. 결국 부산고법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 과정에서 곪아 터질 게 터지고야 말았다는 게 중론이다.

국회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해 헌법재판소에 넘긴 것만 해도 사법부로서는 견디기 힘든 치욕이었다. 임 판사는 2015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할 무렵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기자의 ‘세월호 7시간 의혹’ 보도 명예훼손 사건을 심리하던 재판부에 재판 방향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국회는 임 부장판사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규정한 헌법 103조를 위반했다며 법관 독립의 헌법 가치 훼손, 국민주권주의, 직업공무원제도, 적법절차 원칙 등 5가지 헌법 위반 사유를 적시했다.

임 부장판사의 헌법 위반 여부는 앞으로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지게 될 것이다. 물론 임 판사가 재임용을 신청하지 않는 바람에 오는 2월 28일에 퇴임할 예정이어서 탄핵소추의 실효성이 없다며 일부에서는 탄핵소추의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판사가 전지전능한 신도 아니고 치외법권의 권리를 누리는 사람이 아닌 이상 헌법 위반이 분명하다면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점에서 사법부 독립을 핑계 삼아 입법부가 판사를 탄핵하는 건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의견에 결코 찬성할 수가 없다. 다만 그것이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사태를 놓고 지금 시점에서 봤을 때 사법부의 독립을 해친 혐의의 경중을 따지자면 임성근 부장판사보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책임이 무겁다. 임 부장판사가 지난해 5월 건강상의 사유로 사표를 냈으나 김 대법원장은 사표를 수리할 경우 국회의 탄핵 논의를 막았다는 비난을 살 수 있다며 사표를 반려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대법원장은 이런 의혹에 대해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임 부장판사가 탄핵 당한 날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거짓말이 만천하에 탄로나고 말았다.

“지금 상황을 잘 보고 더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

“이제 사표 수리 제출, 그러한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뭐 그걸 생각해야 하잖아. 그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되고.”

“오늘 그냥 수리해 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아.”

김명수 대법원장의 녹취록을 듣고 있자면 부끄러움에 낯이 뜨거워진다. 국회 눈치, 더 정확하게는 임 판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의 눈치를 보는 대법원장, 지난해 4.15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정치적인 상황’을 살피며 ‘여러 영향’을 생각하는 듯한 사법부 수장의 정치적 주판알 튕기기가 눈앞에 보이는 듯 선하다. 김어준 식의 표현을 빌자면 ‘냄새가 난다.’ 병마에 시달리며 사표를 수리해달라고 찾아온 부하 판사를 앞에 두고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는 대법원장의 모습에서 사법부 수장의 당당함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정도, 이런 수준의 사람이 이 나라 대한민국 사법부의 수장이란 말인가. 삼권분립을 말하는 것 자체가 한심할 지경이다.

자신의 발언이 백일하에 공개되자, 김 대법원장은 “9개월 전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다르게 답변한 데 대해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른 일도 아니고 정치권과 법조계의 초미의 관심사인 '박근혜의 세월호 7시간 의혹보도' 사건 관련해  판사 탄핵이 걸린 사표 수리에 대해 기억이 불분명했다는 해명을 해명이라고 하는 건지 어처구니가 없다. 피고인으로 재판정에 선 국민들에게는 진실을 말하라고 추상같은 호통을 치고 위증죄 운운하며 엄포를 놓던 분들이 판사들이 아니던가. 재판할 때 증인들에게 기억에 자신이 없으면 괜히 거짓말해서 위증죄 처벌 대상이 되지 말고 차라리 기억하지 못하겠다고 하라고 한 사람들이 김 대법원장을 비롯한 판사들 아니었나?

김 대법원장은 그간 ‘사법부 독립’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외쳐왔다.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 몸으로 막아내고...”(2017년 취임사)

“법원 내외부의 어떠한 권력으로부터도 독립하여 오직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2018년)

“정의롭고 독립된 법원을 만들기 위해 뚜벅뚜벅 나아가겠습니다”(2020년)

김 대법원장의 이번 녹취록을 보면 말뿐이었다. ‘사법부 독립’은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수사에 불과했다. 영혼 없는 말장난이었다.

‘정의의 여신’의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디케(Dike)다. 세계 많은 나라 법원 앞에는 한 손에 칼, 또 다른 손에 저울을 든 디케의 동상을 세워두고 있다. 만인 앞에 평등하고 정의롭게 법이 집행돼야 함을 상징한다. 그러고도 모자라 디케 여신상의 눈은 천으로 가려 놓았다. 선입견을 갖지 말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며 ‘법 앞에 평등’을 구현하라는 의미다.

그런데 우리 대법원 청사의 디케 여신은 오른손에 천칭 저울, 왼손엔 법전을 든 채 눈을 동그랗게 뜬 한복 차림의 선녀상이다. 두 눈을 부릅뜨고 실체적 진실을 가리라는 뜻에서 눈을 가리지 않게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엉뚱한 상상을 피할 수가 없다. 오히려 정치권력의 눈치를 잘 살피라는 뜻에서 디케 여신의 눈을 가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대법원장이 거짓말을 하고,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는 나라. 이런 나라에서 국민들은 재판의 신뢰성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이제 법정에서 위증을 해놓고 탄로가 나면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다르게 답변한 데 대해 송구하다”고 하면 위증죄를 피할 수가 있나.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미 신뢰를 상실했다. 그가 진정 사법부를 위한다면 이제라도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를 거취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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