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온 여고생' 오픈 채팅방 개설하니, 은밀한 유혹 몰리더라...카톡의 오픈 채팅방 악용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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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온 여고생' 오픈 채팅방 개설하니, 은밀한 유혹 몰리더라...카톡의 오픈 채팅방 악용 '주의보'
  • 취재기자 박대한
  • 승인 2021.02.05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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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의 오픈 채팅방은 범죄 등에 악용될 소지 여전
랜덤 채팅 앱은 여가부 제재로 규제 강화
오픈 채팅방은 카카오의 회원 관리 차원에 맡기고 있는 실정
주식회사 카카오가 제공하는 카카오톡은 한국 대표 메신저다(사진: 더팩트 제공).
카카오톡은 한국 대표 메신저로, 오픈 채팅방을 제공하고 있다(사진: 더팩트 제공).

오픈 채팅방은 한국 대표 메신저 카카오톡이 제공하는 서비스로 여행·게임·취미·친목 등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다. 오픈채팅방이 기존 카카오톡과 다른 점은 자신이 상대방의 연락처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대화할 수 있고 익명성이 지켜진다는 것이다.

오픈 채팅방의 이런 익명성이 악용될 소지가 있어 문제다. 지난해 마스크 유통질서의 혼란이 문제가 됐을 때, 마스크 생산공장이나 사재기하는 사람들이 오픈 채팅방을 통해 은밀하게 거래하는 수법으로 단속을 피한 사례가 있었다.

집단으로 동물을 학대하고 잔혹한 사진·동영상을 공유한 ‘고어전문방’ 사건도 카톡의 오픈 채팅방에서 이뤄졌다. 카톡의 고어전문방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현재 진행 중이며, 2월 6일 청원 마감을 앞두고 약 26만 명이 동의하고 있다.

이처럼 굵직하게 보도된 사건들은 오픈 채팅방의 문제 중 일부다.

영상과 똑같은 오픈 채팅방 실험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사진: 취재기자 박대한).
유튜버가 한 것처럼 기자가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더니 다수의 사람들이 기자가 만든 오픈 채팅방으로 몰려 들었다(사진: 취재기자 박대한).

유튜버 ‘백수컴공대학생’이 진행한 오픈 채팅방 실험을 본 기자도 직접 오픈 채팅방 만들기를 시도해봤다. 오픈 채팅방의 키워드는 ‘여고생’, ‘집을 나왔다’로 잡았다. 오픈 채팅방을 만든 지 몇 분도 지나지 않아 30건이 넘는 카톡이 쏟아졌다.

들어온 사람들 중 가출한 소녀들을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독려하거나 가출 청소년 쉼터로 인도해 준다는 등의 카톡을 올린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대신 어디 사는지 위치를 물어보는 사람, 잠을 재워주겠다고 만남을 유도하는 사람, 직접 보이스톡을 연결한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이 기자가 만든 ‘집 나온 여고생’과 접촉을 시도했다. 그들은 키워드가 청소년이었음에도 만남 요구를 서슴지 않았다. 그중 다시 돌아가라고 말한 한 사람과 대화를 더 나눠봤다. 다시 돌아가라고 말한 그 사람은 "지금 말고 성인 되면 나오라. 그때는 재워줄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해당 실험 결과를 접한 대학생 A 씨는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보니 더욱 충격적"이라며 “실제로 여고생이 이들 중 한 사람과 만나게 됐다면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경악했다. 그녀는 “누가 언제 쓸지 모르는 오픈 채팅방은 범죄 용도로는 꿈도 꾸지 못하게 확실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대학생 B 씨는 카톡의 오픈 채팅방을 규제로 해결하는 것은 좋은 해결방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픈 채팅방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오픈 채팅방을 나쁜 용도로 남용하는 사람의 문제”라며 “대부분 사람은 오픈 채팅방을 정상적으로 잘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 채팅 방식은 오픈 채팅방의 양날의 검과 같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익명 채팅 방식은 오픈 채팅방의 양날의 검과 같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오픈 채팅방처럼 서로가 누군지 모르는 ‘익명 채팅 방식’은 랜덤 채팅앱을 통해 이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과거 랜덤 채팅앱은 마땅한 규제가 없었고, 누구나 쉽게 진입할 수 있었다. 특히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돈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유인하는 ‘그루밍 범죄’가 문제로 꼽혔다. 

여성가족부는 랜덤 채팅 앱의 안전한 대화 서비스를 위해 △실명 인증 또는 휴대전화 인증을 통한 회원관리 △대화 저장 △신고 기능 등으로 기술적 조치를 강화했다. 그 결과, 현재 대부분의 랜덤 채팅 앱은 16~18세 이상 연령 제한이 걸려 있고, 청소년 유해매체물에 대해 성인인증 절차와 청소년 유해표시 등의 감시체계가 강화됐다.

그러나 현재의 랜덤 채팅앱 방식으로 카톡의 오픈 채팅방을 규제할 수는 없다는 게 문제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랜덤 채팅 앱과 다르게 오픈 채팅방의 경우. 회원이 관리되는 ‘지인 기반 채팅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며 "오픈 채팅방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카카오톡 가입자가 카카오톡 측에 신고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카톡의 오픈 채팅방은 주식회사 카카오를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최근 3년간 취업 정보를 얻기 위해 오픈 채팅방을 활용했다는 한 취준생은 실제로 오픈 채팅방의 신고 버튼이 활용되기는 하지만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고 증언했다. 450명이 들어온 오픈 채팅방을 관리했던 그는 “개인적인 만남이나 개인 정보를 요구하며 신상을 캐내려고 시도하는 사람도 있었고, 익명에 숨어 비아냥하는 등 인신공격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그때는 카카오 측에 신고하거나 해당 오픈 채팅방을 나가는 식으로 대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는 오픈 채팅방을 악용하는 사례가 사이버 범죄의 대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픈 채팅방에서 범죄라고 의심되는 일이 벌어지면 적극적으로 경찰에 신고해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독방’은 채팅이 아닌 사진으로만 말해야 하는 오픈 채팅방을 의미한다(사진: 취재기자 박대한).
‘고독방’은 채팅이 아닌 사진으로만 말해야 하는 오픈 채팅방이다(사진: 취재기자 박대한).

‘고독한 ○○○방’, 일명 ‘고독방’을 통해 처음 오픈 채팅방을 알게 됐다는 한 대학생은 “오픈 채팅방을 통해 재미를 얻고 취미를 공유한다”며 “주변 지인을 통해 정보를 얻기에 한계가 있는 취업이나 자격증 취득과 같은 경우 오픈 채팅방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오픈 채팅방의 순기능이 있기에, 일방적인 규제에는 무리가 있다”며 “오픈 채팅방에서 번호나 주소같은 내용을 쓸 때 카카오톡에서 한 번 더 검토할 수 있는 경고 메시지를 띄어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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