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칼럼] 비판이론의 고향 프랑크푸르트에서 소련과 동독의 멸망을 생각함
상태바
[박기철칼럼] 비판이론의 고향 프랑크푸르트에서 소련과 동독의 멸망을 생각함
  • 칼럼니스트 박기철
  • 승인 2021.02.01 1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美)~여(女)~문(文)/Amenity, Feminism and Lifeway ㉞ / 칼럼니스트 박기철
칼럼니스트 박기철
칼럼니스트 박기철

1920년대 프랑크푸르트에서 싹을 튼 프랑크푸르트 학파는 비판이론을 탄생시켰다. 무엇을 비판하는 이론일까? 호르크하이머, 아도르노, 마르쿠제 등등의 명성높은 비판 이론가들이 즐비한 이 학파의 비판사상을 딱 하나로 꼬집을 수는 없다. 설명하기 복잡하지만 가급적 단명(單明)하게 말하자면, 대다수가 절대적 지배적, 보편적, 일반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바에 관해 다시 견주어(批) 판단해(判) 생각하자는 것이다. 다만 라인강의 지류인 마인강 주변의 프랑크푸르트에서 그런 비판이론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의미있다. 또 세계 어디 나 모르는 어느 곳에서 또 다른 더 훌륭한 비판이론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는 그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 사상적 뿌리를 막스(Karl Marx, 1818~1883)라 하지만, 그렇게 하면 너무 좌파 이념적 사상으로 여겨지기 쉬우므로, 나는 그 사상적 뿌리를 니체(Friedrich Nietche, 1884~1900)로 본다. 막스와 니체는 둘 다 비판 사상가들이지만 그들의 비판사상은 20세기 초에 전혀 다른 방향으로 불온하게 전개되었다. 막스의 사상은 레닌이 러시아에서 공산주의 혁명을 이루는데 이용되었고, 레닌 사후에는 스탈린이 극좌적 전체주의 사회인 소련(Soviet Union)을 구축하는데 잘못 이용되었다. 니체의 사상은 히틀러가 극우적 파시즘 사회인 나치 국가를 만드는데 잘못 이용되었다. 막스의 비판 사상을 자기네 입맛에 맞게 끌어들인 스탈린의 좌파 세상이 유산계급(bourgeois) 대 무산계급(proletariat)으로 이분화된 계급을 중요시했다면, 니체의 비판 사상을 자기네 입맛에 맞게 끌어들인 히틀러의 우파 사상은 공산화된 슬라브족이나 라틴족, 유대인, 집시족들보다 우세한 게르만 도이치 민족의 우월성을 중요시했다. 히틀러의 독일 군대는 스탈린의 소련 군대와 2차대전 때 동부전선에서 독소(獨蘇)전쟁으로 격돌하며 서부전선, 아프리카전선, 태평양전선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수천만 명의 사상자를 내고 끝났다. 극우화되고 극좌화된 전체주의 국가였던 독일과 소련은 끝내 망하고 말았다. 1945년에 히틀러의 독일이 먼저 망하더니 1991년에는 소비에트연방인 소련은 망하고 소련에 소속되었던 연방국가들은 해체되었다.

양국 서기장들의 진한 키스와 동유럽 공산국가 멸망의 시작(사진: 박기철 교수 제공).
양국 서기장들의 진한 키스와 동유럽 공산국가 멸망의 시작(사진: 박기철 교수 제공).

1991년에 소련이 해체되기 전인 1989년에 같은 공산주의 동맹국인 동독이 먼저 망했다. 공산주의 종주국인 소련과 밀접한 관계를 가졌던 동독이 망하리라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불과 10년 전인 1979년에 소련의 서기장인 브레즈네프(Leonid Brezhnev, 1906~1982)와 동독의 서기장인 호네커(Erich Honeker, 1912~1994)는 남자들끼리 입맞추고 키스하며 양국의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그들이 지배했던 공산주의 세상은 영원하리라 여겼다. 하지만 두 국가는 사라지고 말았다. 동독은 서독으로 합병되고 소련은 해체되었다. 그 당시의 정치적 변화를 나타내는 음악이 독일 그룹사운드 스콜피온즈가 1990년에 발표한 ‘Wind of Change'란 노래다. 3절에 이런 가사가 있다. "Distant memories are buried in the past forever!" 먼 과거의 기억들은 과거 속에 영원히 묻혀 버린다. 정말로 그렇다. 이들이 이루려 했던 공산주의 국가는 이제 우리 기억 속에 영원히 묻혀 버렸다.

Frankfurt Foto Forum 건물 벽면에 걸린 사진 두 장이 그나마 과거의 기억들을 선명하게 불러내어 준다. 1979년과 1989년, 10년 간격으로 찍은 두 사진이 과연 자본주의가 공산주의에 승리한 역사적 사건을 나타냈을까? 좌파 경제주의인 공산주의가 인간의 본원적 욕구를 거슬러 멸했다면 우파 경제주의인 자본주의는 인간의 무한한 탐욕을 따라서 망할 수 있다. 인류문명의 대전환이 절실하다. 강력하고 남성적인 생활 방식인 총, 균, 쇠적인 인류문명을 넘어 이제 아름답고 여성스러운 삶의 문화인 美~女~文적 인류문명으로 일대 전환할 때다. 좌우로 분열된 경제주의를 넘어 생태주의로 대전환할 때다. 그리 않는다면, 우리 오늘의 찬란한 모습이 저 사진들처럼 과거의 기억 속으로 사라질지 모른다. 비판철학이 다채롭게 펼쳐쳤던 프랑크푸르트에서 나 역시 그런 비판적 생각을 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