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들이 왔다가 돌아간 곳... 600㎞ 조선 왕릉 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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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들이 왔다가 돌아간 곳... 600㎞ 조선 왕릉 길을 걷다
  • 박창희 논설주간
  • 승인 2021.01.20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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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도사’ 신정일 작가 ‘왕릉 가는 길’ 출간
조선 왕릉 49곳 답사... 묫자리 비화, 스토리 소개

‘조선시대 왕릉은 풍수지리설에 따라 정했는데, 왕이 친히 현장에 나가 지세를 관망하기도 했다. 대체로 길지에 자리를 잡았다. 풍수지리설에 명당이란 배산임수(背山臨水)한 지형에 영험한 맥이 흐르다가 멈추는 곳을 말한다. 북쪽의 높은 산을 주산(主山)으로 하고 그 좌우에 청룡과 백호가 둘러싼 듯한 지세를 택했다. 남쪽에 안산(案山)이 있으며, 묘역 안에 냇가(川)가 있어서 물이 동쪽으로 흘러 모이는 곳을 좋은 묏자리로 보았다. …건원릉의 봉분에는 잔디를 심지 않고 억새를 심었는데, 고향을 그리워한 아버지를 위해 태종이 태조의 고향에서 흙과 억새를 가져다 덮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86쪽)

‘현대판 김정호’라 불리는 신정일 작가가 ‘왕릉 가는 길’(쌤앤파커스)을 펴냈다. 신 작가는 조선 팔도 안 가본 곳이 없는 명불허전 도보답사 전문가이자 문화사학자로 국내 ‘걷기 열풍’을 불러온 주역 중 한 사람이다.

조선 왕릉은 27명의 왕과 왕비, 그리고 추존 왕을 합쳐 42기의 능이 있고, 14기의 원과 64기의 묘가 현존하고 있다. 조선 왕릉은 보존가치가 인정돼 2009년 6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후 10년 동안 능제 복원, 역사·문화 환경 복원 등의 노력이 있었고, 그 결과 2020년 가을 ‘조선 왕릉 순례길’이 개방되었다. 조선 왕릉 순례길은 총 6개 코스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일본 시코쿠 순례길에 버금가는 역사적, 환경적 가치를 지닌다. 

'걷기 도사' 신정일 작가가 펴낸 '왕릉 가는 길' 표지(사진: 샘엔파커스 제공).
'걷기 도사' 신정일 작가가 펴낸 '왕릉 가는 길' 표지(사진: 샘엔파커스 제공).

이번 책에서 신 작가는 서울 도심 속 선정릉, 태릉부터 파주 동구릉, 영월 장릉까지 능, 원, 묘를 아우르며 조선 왕릉 49곳을 자세하게 담았다. 과연 한반도 최고의 명당은 어떻게 선정되고, 거기에 잠든 왕과 왕비, 세자와 세손들은 어떤 사연들을 감추고 있을까? 읽다 보면 조선 왕실 묫자리의 비화는 물론, 우리 땅과 역사, 문화 이야기에 흠뻑 빠지게 된다.

‘왕릉 가는 길’을 통해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는 이런 것이다. 왕후장상(王侯將相) 모두, 부귀영화 모든 것이 끝내 땅에 묻혔다. 그리고 모두 흙이 되었다. 우리는 그 땅을 딛고 산다. 그리고 끝내 흙으로 돌아간다’. 하여, 명당이 따로 있지 않다. 지금 살아서 발 딛고 있는 곳이 최고의 명당이라는 것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이 말은 신 작가에겐 ‘길 위에 책이 있다’로 바꿔야 맞을성 싶다. 그동안 그가 길 위에서 쓴 책이 70여 권에 이른다. 앞으로도 최소 몇 권은 더 쓸 요량이란다. 어마무시한 집필력이다. 그가 계속 걸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신 작가는 한마디로 걷기 도사다. 도사(道士)가 도를 갈고 닦는 사람, 도통한 사람을 뜻할진대, 그는 실제로 길을 갈고 닦는데 모든 걸 걸었다. 걷고 쓰고 먹고 자고, 걷고 쓰고 먹고 자고…. 40여 년 간 이러다보니 어느날 도가 툭 터지더란다. 그가 얻은 도의 다채로운 양상들은 그의 책에 알알이 박혀들어 있다. 4대 강 도보 답사기나 '새로 쓰는 택리지'(총 10권)같은 저서는 직접 다니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책들이다.

신 작가는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2005년에 시작된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 대표를 맡고 있으며,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길 위의 인문학_우리 땅 걷기'에도 지속적으로 글을 올리고 있다. 현재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과 산림청 국가산림문화자산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쌤앤파커스, 516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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