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제기되는 표절 문제... 과연 개인만의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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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제기되는 표절 문제... 과연 개인만의 문제일까
  • 취재기자 안시현
  • 승인 2021.01.19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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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작품 도용해 문학상 공모전 등에서 상 탄 남자
방송가에선 트롯 프로그램 표절 놓고 소송전
네티즌들, “창작계 전반 윤리의식 바로 세우기는 계기되길”
최근 공모전에 상습적으로 표절한 작품을 제출해온 사람이 많은 사람의 공분을 사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최근 공모전에 상습적으로 표절한 작품을 제출해온 40대가 말썽을 낳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최근 남의 작품을 공모전에 베껴 출품해 문학상 등을 받는 한 남성으로 떠들썩하다. 문학계 등에 따르면, 손 모(42) 씨는 주요 문학상 공모전에 남의 소설을 베껴 출품하거나, 정부기관 등의 공모전에 남의 작품을 도용해 출품, 상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손 씨가 페이스북을 통해 스스로 밝힌 이력에 따르면, 그는 공군 장교로 입대해 12년간 복무하다 전역했으며, 통일부 통통 국민참여단, 국방부 온라인 서포터즈 'M-프렌즈' 5기 등으로 참여했다. 그는 2020 시민 도시계획 아이디어 공모전, 포스트 코로나 강원도 관광정책 아이디어 공모전 등에 남의저작물로 의심되는 작품을 제출했다고 한다.

이같은 도용 행각에 대해, 한 누리꾼은 “창작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 같아 뻔뻔하게 느껴지고 한편으론 무섭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표절은 남이 해놓은 성과를 훔치는 절도와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 씨가 도용했다는 ‘뿌리’를 쓴 김민정 작가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도용당한 것은 활자 조각이 아닌 제 분신과도 같은 글”이라며 “단순히 저의 피해 회복으로 마무리되지 않고 창작계 전반에서 표절과 도용에 대한 윤리의식을 바로 세우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손 씨는 ‘2020 포천 38문학상’에서 ‘뿌리’를 도용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방송가에서도 최근 표절 논란으로 뜨겁다. TV조선은 MBN의 ‘보이스트롯’이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포맷을, ‘트롯파이터’는 ‘사랑의 콜센타’를 표절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TV조선은 18일 이같은 내용증명을 발송했으며 소장을 접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MBN은 “MBN의 프로그램 ‘보이스트롯’과 ‘트롯파이터’는 TV조선 관련 프로그램과 다른 포맷으로 제작돼 표절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연예인, 스타강사, 정치인 등의 논문 표절 문제도 잊을 만하면 불거지고 있다. 가수 홍진영과 스타강사 설민석의 논문 표절을 잡아낸 것은 ‘카피킬러’였다. 카피킬러는 논문표절검사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로 표절률을 수치화해서 보여준다. 가수 홍진영의 석·박사 논문 표절률은 74%, 설민석의 석사논문 표절률은 52%로 나타났다. 표절률에 관한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통상적으로 표절률은 최대 25%가 기준이다.

최근 손 모 씨의 표절 문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한 개인에게 속은 단체가 국가, 지자체, 언론사, 협회 등이라는 점이다. 이에 분노한 한 누리꾼은 “공모전 주최 단체가 왜 표절검사도 하지 않는지 의문이다”며 “심지어 교묘하게 고친 것도 아니라 완전히 그대로 복붙(복사+붙여넣기)했는데도 몰랐다는 게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공모전에 글을 제출한 적 있는 국어국문학 전공자 안다현(25, 충남 서산시) 씨는 “자기소개서 하나 쓸 때도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데 공모전은 각고의 노력을 요구한다"면서 "창작자의 고통을 무시하고 단물만 쏙 빨아먹는 행위는 엄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슬비(23, 대전시 대덕구) 씨는 “이번 사태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심사 주체가 정확하게 표절 검사를 하고, 개인의 소송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저작권, 표절 관련 가이드라인이 이 참에 마련되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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