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들, 파격적 인센티브 제공, 신입생 붙잡기 경쟁
수도권 대학은 상대적 여유... '입학 정원 조정' 적극 검토를

대학가에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비교적 벚꽃 개화 시기가 이른 영·호남 지역 내 4년제 대학 2021년 정시모집 결과, 62개 대학 중 45개(73%) 대학이 경쟁률 3 대 1을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벚꽃 엔딩’이 현실화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1인당 대학 3곳을 지원할 수 있어 중복 합격자가 다수 발생하는 정시모집의 특성상 경쟁률이 3 대 1을 넘지 못하면 ‘사실상 미달’로 간주한다.
19일 원서접수 대행사 및 대학 홈페이지에 정시모집 결과를 공개한 영·호남 지역의 62개 4년제 대학 경쟁률 분석한 결과, 부산 지역의 정시모집 경쟁률은 2.2대 1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역 14개 대학 중 4개교가 3 대 1의 경쟁률을 넘기며 사실상 미달에서 벗어났지만, 6개 대학은 2 대 1의 경쟁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광주 지역의 정시모집 경쟁률은 1.45로 나타났다. 정시모집 결과를 공개한 광주 내 8개 대학교의 경쟁률 분석 결과, 모든 대학이 사실상 미달을 면치 못했다. 작년 3.11의 경쟁률을 기록한 전남대도 올해는 2.7로 하락하며 저조한 결과를 보였다.
대구 지역의 정시모집 경쟁률은 2.9를 기록했고, 경남과 경북 지역은 각각 2.4, 2.2를 기록했으며, 전남은 1.9, 전북은 2.3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호남권 내 지역거점 국립대도 경쟁률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작년 대비 부산대는 3.35에서 3.24, 경북대는 3.59에서 3.11, 경상대는 3.98에서 3.41로 떨어졌다. 전북대는 3.87에서 3.17로 하락했다.

영·호남권의 대학들은 ‘신입생 미달’이라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선물 공세 및 장학금 지원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광주 지역의 한 대학은 최초 합격 후 등록한 자에게 55만 원 상당의 스마트폰을, 충원 합격 후 등록한 자에게 20만 원 상당의 무선 이어폰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선물 공세에도 불구하고 해당 대학은 0.77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산 지역의 한 대학은 최초 합격 시 1년간 수업료의 50%를 장학금으로 지급한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장학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해당 대학은 경쟁률 3 대 1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다른 부산의 한 대학은 올해 수능 미응시자도 수능 응시 기록이나 수시 기록이 있으면 지원할 수 있으며, 실기 100% 선발 학과도 있다며 홍보했다. 하지만 해당 대학 역시 경쟁률 1.17을 보이며 사실상 미달로 기록됐다.
지방 대학들은 경쟁률 하락으로 인해 찾아올 대학 붕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현실적인 대안은 찾기 힘든 실정이다. 부산의 한 대학 관계자는 “정시모집 인원 미달은 예견된 상황이었으나, 실제로 닥치니 상황이 심각하다"며 “학령인구 급감과 더불어 수도권 대학의 우수 학생 흡수에 대해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자구책을 찾고 있으나, 인구가 줄어드니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한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지방대 붕괴 위기에 대해 ‘수도권 대학의 입학 인원 조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학령인구의 급감으로 인해 지방대는 물론 수도권 대학도 경쟁률이 떨어지고 있다”며 “입학 정원을 감소시키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농어촌 전형이나 특성화고 전형 등 ‘정원외 전형’도 모집하고 있으나, 그 역시도 수도권에 흡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도권 대학이 정원외 학생 모집 인원을 축소한다면 지방대학의 정원외 학생들은 충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도권은 물론, 국공립대와 사립대도 인원 조정을 논의한다면 현 상황을 어느 정도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국공립대는 협의회 차원에서, 사립대는 사립대끼리 모여 인원 조정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