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문 연 노래방, 카페...자영업자들, “우리 권리를 일부 되찾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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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문 연 노래방, 카페...자영업자들, “우리 권리를 일부 되찾았을 뿐”
  • 취재기자 박대한
  • 승인 2021.01.1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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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다중이용시설 집합금지 해제... 현장 가보니
자영업자들, 반가움보다 한숨 쉬며 향후 추이 주시
"코인노래방이 바이러스 진원지 잘못 보도" 현장 피해 가중

18일 굳게 닫힌 코인노래방의 문을 다시 연 자영업자 김 모 씨는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방역을 위해 힘쓰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모르지 않는다. 그 노력들이 무산되지 않도록 정부의 집합금지명령을 따라왔다”고 말했다. 그의 얼굴엔 노래방의 문을 여는 반가움보다 근심이 어려 있었다. 그는 "또다시 문을 닫게 된다면 앞이 막막하다. 행정 실무자들이 방역 지침을 세울 때, 한 번이라도 다중이용시설(코인노래방 등) 등 현장을 정확히 보고 정책을 세우는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세균 본부장 주재로 중앙 부처, 17개 광역자치단체와 함께 코로나19 현황 및 조치사항 등을 논의한다(사진: 더팩트 제공).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세균 본부장(국무총리)이 중앙 부처, 17개 광역자치단체와 함께 코로나19 현황 및 조치사항 등을 논의하고 있다(사진: 더팩트 제공).

지난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현행 거리두기 단계와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오는 31일까지 2주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코로나19 환자의 전반적인 감소 추세를 바탕으로,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하에 다중이용시설의 제한적 운영을 허용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 때마다, 정부의 방역조치가 과도하다는 일부 업계의 문제 제기가 있다”면서 “유관업계에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등 소통 노력을 강화해 달라"고 강조했다.

텅 빈 카페가 사람으로 채워져 활력을 찾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대한).
18일 시내의 카페 영업이 가능해지자 텅 비었던 카페에 사람들이 채워져 활력을 되찾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대한).

정부의 방역조치 부분 완화 이후 눈에 띄는 변화도 나타났다. 우선 테이크아웃을 강제됐던 카페에서 지난 18일부터 사람들이 간격을 띄워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한 직장인은 "근처에 회사가 있는데, 식사하고 직장동료들과 차 한 잔 하러 나왔다. 커피는 카페에 들어가서 마셔야 제맛이 난다. 다시는 문닫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카페 안에서 음료를 마시지 못했던 기간 동안, 카페가 문을 닫아 일을 하지 못했다는 한 카페 알바생은 “카페에서 사람들이 음료를 마실 수 있게 되니 사장님이 가게를 열기로 결정했다”며 “그 덕에 나도 다시 출근하게 됐다”고 했다.

저가형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한 여성 자영업자는 “빈 가게만 보다가 사람이 있으니 마음의 위로가 된다”며 “매장 내 착석이 가능한 첫날이라 아직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추운 겨울에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실 수 없다면, 가게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사진: 취재기자 박대한).
시내 일부 가게는 아직도 매장을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 추운 겨울에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실 수 없으면 사람들이 굳이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다(사진: 취재기자 박대한).

그녀는 2019년 저가형 프랜차이즈 카페를 시작했고, 주변의 걱정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수입을 이끌어내며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2020년은 코로나19 때문에 폐업 직전까지 내몰렸다며 당시 힘겨운 상황을 토로했다.

그녀는 다른 카페들이 해결책으로 선택한 배달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의 카페를 박리다매식 카페라고 설명하며 “저렴한 커피를 많이 판매하여 수입을 벌기 때문에, 수수료· 포장 비용 등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작년 배달하지 못한 이유도 수수료·포장비용 등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이 오히려 적자로 나타날까봐 시도를 못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1년 간 회복되기를 바라고 버텼지만 코로나19는 2021년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는 그녀도 위험을 감수하고 배달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달라진 것 같다”며 “아예 밖을 나오지 않으니 매출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말문이 트이자, 그녀는 카페 운영의 속사정도 털어놨다. "카페는 여름 한 철 장사라고 봐야 해요. 1년 매출 중 여름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요. 겨울에 가게를 찾는 손님은 음료를 마시기 위해서라기 보다 추위를 피해 가게 공간을 찾는 손님이죠. 상황이 이러한데 정부는 8m² 당 1명으로 인원 제한을 두고 있죠. 이게 겨울철 카페 자영업자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 것인지 헤아려 주었으면 해요."

누구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지만, 그녀는 기존 일하던 알바생을 단 한 명도 자르지 않았다. 그녀는 “상황이 힘들어지면서 인건비 고민도 했다. 그런데 내가 이 친구(알바생)를 쉬게 하면, 당장 수입이 끊어지는 알바생은 어떻게 하느냐. 내가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알바생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나름 노력해왔다"고 전했다.

문을 연 코인노래방은 혼자 노래를 부르러 온 사람이 많았다(사진: 취재기자 박대한).
문을 연 코인노래방은 혼자 노래를 부르러 온 사람이 적지 않았다(사진: 취재기자 박대한).

다시 문을 연 코인노래방 소식에 반가워하는 여대생이 있었다. 그녀는 “평소 친구들과 함께 코인노래방을 놀러 갔었다”며 “지금은 함께 놀기에 눈치 보여 혼자 노래 부르러 왔다”고 말했다. 코인노래방은 출입 시 QR코드 체크·손 소독·발열체크를 필수로 요구했고, 마이크 위생커버를 씌우고, 불편하더라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노래 부르길 요청했다.

노래를 부르고 나온 한 청년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노래를 부르니, 입안으로 마스크가 들어올 때도 있다”며 “불편하지만, 방역을 위해 참고 불렀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렇게라도 스트레스 풀러 노래방을 올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

코인노래방 자영업자는 말도 안 되는 방역수칙에 반감을 표했다(사진: 취재기자 박대한).
코인노래방 자영업자는 불합리한 방역수칙에 반감을 표했다(사진: 취재기자 박대한).

2019년 코인노래방을 시작한 업주 김 모 씨는 괜찮은 수익을 내면서 자본금에 대출을 보태 2020년 3월 기존 코인노래방 근처 상가에 2호점을 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여파로 매출이 급감하더니, 집합금지명령이 떨어지면서 그도 절망을 경험해야 했다.

그는 코인노래방 문을 열 수 있게 됐지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같이 방역을 위해 희생당한 사람의 사정을 행정 실무자들이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며 “무작정 문을 여는 것보다 실효성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21시 이후 운영중단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코인노래방 특성상 18시 이후에 손님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손님이 사용하고 나서 30분간 소독하라는 방역지침 때문에, 피크타임에 방이 비어도 손님이 기다리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가게를 포함해 코인노래방에서 집단감염에 걸렸다고 표현하는 언론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기 장치를 통해 공기가 순환되고, 마이크 위생커버는 매번 교체한다”며 “애초에 코인노래방은 방이 나누어져 있어 지인끼리 함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인노래방이 사람들이 만나자마자 찾아오는 곳이 아니다”면서 “밥 먹고, 카페 갔다가 들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마치 코인노래방에서 전파가 시작됐다는 식의 보도에 불만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금에 대해 “100만 원, 200만 원, 300만 원은 대출금을 갚으면 사라지는 돈이다”면서 그건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1호점은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인건비도 벌지 못해 문을 닫은 상태고, 2호점만 문을 열고, 방역수칙을 지키며 힘겹게 운영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정을 정확히 보도해주길 바랐다.

적극적인 개선이 없다면 또 다른 n 차 대유행에 자영업자는 궁지로 몰리게 된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코로나가 확산될 때마다 가장 먼저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입고 궁지에 몰리는 현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정부도 이들의 고통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방역의 고삐를 계속 조여 일상 회복을 앞당겨야 한다는 당위론과 누적된 사회적 피로와 수많은 자영업자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다는 현실론 사이에서 깊은 고민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총리는 "방역만 생각했다면 기존의 강력한 조치들을 그대로 유지했을 것”이라며 “벼랑 끝에 선 민생의 절박함과 계속된 거리두기로 지쳐 계신 많은 국민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다만, 필요에 따라 방역조치를 추가 조정을 검토하겠다"며 2주간 완화된 거리두기와 각 규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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