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안내견 리트리버 한 마리 육성에 1억 이상 소요...안내견학교 운영하고 무료 분양하는 기업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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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안내견 리트리버 한 마리 육성에 1억 이상 소요...안내견학교 운영하고 무료 분양하는 기업도 등장
  • 취재기자 박명훈
  • 승인 2020.12.2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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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1993년부터 시각장애인 안내견학교 운영...한 해 10여 두 분양, 누적 분양 200여 두 달성
퍼피워킹, 전문훈련, 분양 후 대부분 비용까지 일괄지원...마리 당 1억-2억 원 비용 소요
시각장애인들 사회 활동 돕는 사회적 인식 확대 필요

안내견이란 시각장애인에게 길 안내를 하거나 미리 위험을 알려 그들을 보호하도록 훈련된 특수 목적견이다.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 제40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보조견 표지를 붙인 장애인이나 보조견 훈련사가 대중교통, 공공장소, 숙박시설 등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 출입해서 이용할 때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 그러나 아직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기본적인 복장과 장구를 착용한 모습(사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제공)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기본적인 복장과 장구를 착용한 모습(사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제공)

최근 모 대형마트에서 안내견 반입을 금지시켜 논란이 된 사건이 있었다. 장애가 없는 일반인이 안내견을 데리고 쇼핑하러 매장을 방문했는데, 마트 관계자가 고성을 지르며 출입을 막은 사건이 큰 논란이 됐다. 많은 사람들이 일반인이 안내견을 데리고 와서 마트 입구에서 제재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퍼피워커’라고 불리는 안내견 초기 훈련을 시키는 자원봉사자가 훈련 과정의 일환으로 안내견을 데리고 매장을 방문하자, 마트 관계자가 “장애인도 아니면서 개를 데리고 오면 어떡하냐”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퍼피워커란 안내견 훈련을 받을 강아지들을 생후 7주부터 약 1년가량 일반 가정에서 예비 안내견을 위탁받아 양육하는 자원봉사자들을 일컫는다. 국내와 해외에서 우수한 강아지를 선발한 후에 안내견학교에서 태어난 안내견들은 생후 7주가 되면 퍼피워킹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원봉사자들의 가정에 1년여간 위탁된다. 이때 무보수로 강아지 훈련을 하게 되는 자원봉사자들을 퍼피워커라고 부른다. 삼성화재 안내견 센터에 따르면, 이들은 월 1회 안내견학교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며, 무엇보다 강아지를 좋아하고, 강아지를 키울 수 있는 기본 여건만 갖춘다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단, 가정에 10세 미만의 아이가 없어야 하고 다른 반려견이 집에 있으면 안 되는 등의 조건을 갖춰야만 한다.

퍼피워커들의 집에 위탁되는 강아지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기본 배변, 급식, 건강관리 등의 훈련들만 진행한다. 이를 퍼피워킹이라고 하며, 본격적인 안내견 훈련은 성견이 된 후 다시 안내견학교로 돌아가서 전문 훈련사들과 진행하게 된다. 이들 퍼피워커들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인이 아니어도 안내견을 데리고 여러 공공장소 등을 이용할 수 있으며, 다양한 장소들을 안내견들과 함께 경험하고 데리고 다니며 안내견의 사회화 훈련을 한다. 

이렇게 안내견 한 마리를 분양하기까지 비용은 대략 1∼2억 원 정도 든다고 한다. 여기에는 강아지 병원비와 사료값부터, 안내견 센터에서 부담하는 자원봉사 운영 프로그램 비용, 직원들 월급 등 모든 비용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안내견 센터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담당자는 “비용이 얼마가 들던지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더 넓은 선택의 폭을 줄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큰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내견학교에서 본격적인 안내견을 훈련할 때는 ‘클리커’라는 도구를 사용한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클리커를 활용해서 훈련해 오고 있다. 클리커 훈련법이란, 강아지를 훈련할 때, 부정적인 언어 등의 강압적 체벌을 사용하지 않고 무시와 무관심을 통해 강아지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한 뒤, 얌전해지면 클리커에서 나는 딸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간식을 주는 식으로 보상을 주고 칭찬하는 훈련 방식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안내견들은 자연스럽게 참을성 있는 안내견으로 성장하게 된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안내견으로 선택되는 리트리버 종은 식탐이 많아 포상을 주는 방식으로 훈련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어 이 훈련법을 도입하지 않았는데, 다양한 연구와 더불어 강아지와 커뮤니케이션을 오래 해오면서 이 방법이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안내견 훈련시 사용되는 도구인 ‘클리커’의 모습(사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제공)
안내견 훈련시 사용되는 도구인 ‘클리커’의 모습(사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제공)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안내견 양성학교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세계 안내견 협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안내견 양성학교다. 이곳은 1994년 첫 안내견을 배출한 이후 ‘매년 12∼15마리 정도의 안내견을 시각장애인에게 무상으로 분양해오고 있다. 이제까지 분양한 누적 안내견은 200마리가 넘는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2020년에 분양된 안내견들은 총 16마리이며 현재 활동 중인 안내견들은 총 64마리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안내견학교 운영 외에도 2000년 1월부터 시행된 장애인 복지법 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관계자는 “이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물론 기업 이미지를 위한 것도 있지만, 기업이 앞장서서 시각장애인들의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이들의 사회 활동을 촉진시켜서 차별을 줄이는 데 기여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의 한 전직 훈련사는 여러 강아지 중에서 안내견으로서의 자질이 우수한 강아지를 선별하는 것으로부터 훈련사의 임무가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별된 강아지를 시각장애인들이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훈련 과정에서 안내견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안내견이 훈련 후 시각장애인과 공존하면서 더 나은 삶을 사는 것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안내견 훈련사와 안내견이 훈련 중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제공)
안내견 훈련사와 안내견이 훈련 중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제공)

영리하다고 해서 아무 견종이나 안내견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안내견으로 분양되는 견종의 90% 이상은 리트리버 종으로, 골든 리트리버와 라브라도 리트리버가 가장 흔한 안내견이다. 이 견종들은 영리하고, 선품이 온순하며, 무엇보다 외관상 무섭지 않게 생겼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공포감과 거부감이 덜 하다는 이유도 안내견이 되는 데 한몫한다. 이들의 평균 수명은 10∼14년 정도이고, 무게는 30kg 정도 나가는 대형견이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 따르면, 선별된 강아지들 중에서 안내견으로 활동하는 강아지들은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안내견으로 가장 많이 활동하고 있는 견종인 골든 리트리버와(좌) 라브라도 리트리버(사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제공)
안내견으로 가장 많이 활동하고 있는 견종인 골든 리트리버와(좌) 라브라도 리트리버(사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제공)

안내견을 분양받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갖추어져야 할까?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 따르면, 시각장애인들은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1급부터 6급까지 나누어져 있는데, 등급에 따라서 안내견을 분양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보행에 문제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누구나 안내견을 분양받을 수 있다고 한다. 안내견을 분양한 후, 시각장애인들이 안내견을 키우는 과정에서 책임감을 더 가지게 하기 위해 사룟값은 장애인들이 직접 부담하지만, 그 외의 병원비 등의 비용은 삼성화재에서 전액 부담한다고 한다.

아직도 일반인들은 시각장애인의 안내견에 익숙지 않다. 경남 거제시의 박영빈(23) 씨는 “안내견이 법적으로 공공장소 등에 들어가도 된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었다. 안내견 식당 출입이 합법적이라면 불편하더라도 받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새는 반려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져서 안내견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일어났던 모 대형 마트 사건이라거나, 그 외에도 조명 받지 못한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은 사회에서 너무나도 만연하고 있다. 한국시각장애인 연합회 정책실 관계자는 “우리 시각장애인들이 사회에서 겪은 모든 차별을 이야기하기엔 사례가 너무 많다. 사소하게는 키오스크 무인 결제 시스템이나 모바일 앱 사용 등에서부터 우리 시각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차별은 셀 수 없이 많다”고 밝혔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관계자는 “대형마트 건이 이슈화되었을 뿐, 실제로 시각장애인 차별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그래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차별이 줄어들고는 있으나 온 사회와 여러 기관들이 나서서 장애인 차별을 알리고 없애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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