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스트 코로나 겨냥한 광고 문구 유행
게임하면서 소리지르라는 PC방 광고 등 '눈길'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 화제다. ‘코로나 끝나면 ㅇㄱㄹㅇ ㅂㅂㅂㄱ(이게리얼 반박불가)’라는 제목의 게시글은, 코로나바이러스 종식 이후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각종 업체의 광고 문구를 추측하고 있다. 내용은 “이제 마스크는 지겨워. 마스크팩 어때?”라는 화장품 광고, “오늘은 게임하면서 소리 지르셔도 됩니다. 정숙 시 퇴실”이라는 PC방 광고, “코로나를 이겨낸 여러분을 위해 건배. 맥주 한 병 서비스”라는 주류 전문점 광고 문구 등을 담고 있다.
게시글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여행사의 광고 문구다. “코로나가 끝났다. 고로 ‘나’는 여행 간다.” 나는 평소 여행을 즐기는 성격이 아니다. 여행에서 크게 느끼거나 배운 것이 없다는 점이 그 이유다. 국내 여행을 몇 번 가본 결과, 집 근처 번화가에서 겪을 수 있는 경험들이 대부분이었다. 해외여행의 경우, 귀국 후 밀려오는 피곤함과 여행이라는 분위기에 휩쓸려 너무 많은 경비를 지출한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다.
며칠 전, 사진첩을 정리하던 중 나는 우연히 일본 여행 사진을 발견했다. 귀국 후 텅 비어버린 통장 잔고를 보며 손톱을 깨물던 기억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웃음부터 나왔다. 사진 속에 웃고 있는 스무 살의 내가 그리워서인지, 사진으로 인해 상기되는 당시의 추억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친구와 숙소 근처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산 뒤 돌아가는 길, 그 평범한 기억도 지금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나는 여행의 초점을 타지에서 쌓는 추억이 아닌, 귀국 이후 부딪칠 현실에 맞추고 있었다.
당시 일본에서 산 옷들은 이제 유행이 한참 지나버려 옷장 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그 옷을 사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지하철을 타고 일본 어느 도시 시내로 나가던 기억은, 이제 추억이라는 명찰을 달고 일어섰다. 여행경비로 쓸 돈으로 옷을 한 벌 더 살 것이라 생각하던 나는, 이제 유행의 영향을 받지 않는 추억이 더욱 가치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됐다. 코로나 바이러스 종식 이후 누군가 여행을 권유한다면, 그때는 웃으며 반길 것이다.
지난 14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문화예술‧관광‧콘텐츠 분야 정책성과와 전망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종식 이후 가장 하고 싶은 여가활동으로 ‘여행’(69.6%)이 가장 높게 조사됐다. 잊고 살던, 혹은 즐거웠던 과거의 기억이, 외출을 꺼리는 현재의 반강제적 사회상을 만나 여행의 촉매가 된 것으로 생각한다. 설문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다면 여행객들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회가 된다면 나도 그들 틈에 끼어 다시금 잊지 못할 추억을 쌓고 싶다.